책 향기 따라 '경의선 책거리'를 거닐다

시민기자 김혜민

발행일 2021.05.17. 10:00

수정일 2021.05.17. 17:06

조회 1,511

서울 연남동 경의선책거리 '창작산책'
서울 연남동 경의선책거리 '창작산책' ⓒ김혜민
햇살이 일렁이는 거리
햇살이 일렁이는 거리 ⓒ김혜민

새 책의 종이 향이 가득한 동네 서점을 좋아한다. 서점 안으로 들어가면 온갖 책들이 가득했고, 덕분에 편견 없이 책을 볼 수 있었다. 책을 어루만지다 보면 문득 마음이 더 오래 머무는 글귀가 보인다. 그럼 이내 지갑이 열리곤 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동네 서점이 사라졌고, 몇 안 남은 대형 서점은 버스로 몇 정거장을 가야 할 정도로 거리가 생겼다. 오프라인보단 온라인을 통한 구매가 쉬워진 것도 한몫하는 듯하다. 

그런 나의 마음을 달래주는 거리가 있다. 바로 경의선 책거리. 연남동 경의선숲길을 거닐다 여기 어디 책거리가 있다는 이야기에 발걸음이 자연스레 경의선 책거리 쪽으로 향했다. 
책거리 정류장
책거리 정류장 ⓒ김혜민
경의선책거리에서 만난 책 조형물
경의선책거리에서 만난 책 조형물 ⓒ김혜민

경의선숲길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 거리엔 용산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철길이 있었다. 그것도 이젠 옛말이다. 철길이 있던 자리엔 길이 생겼고, 나무가 자라 숲이 마련되었다. 경의선숲길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2005년부터다. 이 지역에 있던 지상철도(용산선 구간)가 지하로 내려가면서 자연스레 남은 좁고 긴 부지에 공원이 형성된 것이다. 공원의 조성은 2009년부터 시작됐고, 2016년 5월 21일 전 구간이 완공되면서 이름도 자연스레 '경의선숲길'이 되었다. 경의선에 생긴 숲길이라는 뜻이다.
312일 저자를 만날 수 있는 곳, 경의선책거리
312일 저자를 만날 수 있는 곳, 경의선책거리 ⓒ김혜민
마치 영화 포스터 같은 책거리의 홍보물들
마치 영화 포스터 같은 책거리의 홍보물들 ⓒ김혜민

경의선숲길은 지하철 가좌역 1번 출구에서 시작해 공덕역 1번 출구까지 어이진다. 총 길이 6.3km. 걷는 데만 두 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길은 뉴욕 센트럴파크를 연상케하는 숲길이라는 뜻의 '연트럴파크(연남동 + 센트럴파크)'가 있는 1.3km 연남동 구간과 홍대입구역과 경의선 책거리를 포함한 총 366m의 와우교 구간이다. 경의선숲길에서 가장 이름이 알려진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숲길은 작은 가지들로 뻗어 연남동 골목골목을 연결하고 있다. 자칫 한눈 팔다간 언제 이 거리를 다 걸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래도 할 수 없다.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선 숲길 양쪽으로 뻗은 골목골목을 들여다보는 수밖에. 그러다 경의선책거리에 도착했다. 경의선책거리는 독서를 테마로 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책을 테마로 한 거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지식이 가득 채워진 기분이다.
이 거리에선 동력 기구 탑승 금지!
이 거리에선 동력 기구 탑승 금지! ⓒ김혜민
테마산책 서점
테마산책 서점 ⓒ김혜민

곳곳에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 있다. 네모난 컨테이너 형태의 서점, 그 곁을 타고 올라가는 덩굴나무와 그늘이 있다. 그늘 가득한 숲길 어귀에서 책을 읽으며 쉬어가고 싶은 오후다. 경의선 책거리에 파는 책들은 새 책만 있는 건 아니다. 헌책도 팔고 독서 소품도 판다. 독서를 테마로 한 이것저것의 전시와 축제, 저자 사인회와 책 판매가 한데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경의선책거리와 연결된 상점
경의선책거리와 연결된 상점 ⓒ김혜민
경의선책거리 입구
경의선책거리 입구 ⓒ김혜민

육중한 기차가 가느다란 철길을 달리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다. 대신 그 공간을 채운 것은 다양한 문화공간들이다. 공원이 생겼고 서점도 생겼다. 더불이 이렇게 책과 한층 더 친해질 수 있는 책을 테마로 한 거리까지 생겼다. 반가운 변화다. 언제 봄이 왔나 실감이 안 났는데 이젠 겨울보단 여름에 더 가깝다고 느껴진다. 경의선숲길과 책거리, 정겨운 풍경이 자리한 그곳으로 떠나기 좋은 봄과 여름 사이다.

■ 경의선책거리

○ 위치 : 서울 마포구 와우산로37길 35
○ 운영시간 : 11:00 ~ 20:00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홈페이지
○ 문의 : 02-324-6200

시민기자 김혜민

프리랜서 번역가이자 여행 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인 유튜버 여행작가 봄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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