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떻게 사랑했을까?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4.07.14. 00:00

수정일 2015.11.19. 21:14

조회 960

`서울시 홍보대사와 함께하는 공감 한마당, 희망쇼` 네 번째 시간으로 소설가 김별아 홍보대사가

[서울톡톡] 김미화, 이광기, 박칼린, 김별아, 조세현, 이들의 공통점은? 방송인, 음악감독, 소설가, 사진작가... 이리저리 조합해봐도 공통분모를 찾기란 쉽지 않을 텐데, 이들은 모두 서울시 홍보대사다. 서울의 매력을 알리고, 재능 나눔 실천을 통해 서울 희망 도우미로 서울시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현재 시민청에서 열리고 있는 '홍보대사와 함께하는 공감 한마당, 희망쇼'를 통해 희망과 비전을 전하고 있다. 몸도 마음도 지치는 요즘, 힘이 되는 자리가 될 것이란 생각에 희망쇼 현장을 찾았다.

역사 속 여성 인물들은?

지난 7월 10일, 시민청 활짝라운지는 어딘지 모르게 학구적인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날 희망쇼 강연자로 나서는 이는 다름 아닌 김별아 씨.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녀의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을 서울톡톡에서 접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이렇게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니 무척 설렌다.

무대에 오른 김별아 씨는 고3 엄마라 7월 모의고사가 끝난 날을 잡아 나왔노라며 인사말을 건넨다. 유명 작가인 그녀도 엄마라니, 순간 경계심이 무너지며 친근하게 느껴진다.

김별아 작가

이날 김별아 작가는 '소설로 만나는 역사 속 여성들의 이야기-그들은 어떻게 사랑했을까?'라는 주제로 강연을 이어갔다. 소서노, 미실, 평강, 선덕여왕, 홍라녀, 염경애, 신사임당, 허난설헌, 황진이, 송덕봉, 논개, 이옥봉, 이매창, 강빈, 김호연재, 김만덕, 임윤지당, 어빙허각, 서영수각... 고대에서 조선까지 시대를 넘나들며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그녀의 해박함에 놀라게 된다. 한 권의 소설을 쓰기 위해 조선왕조실록에서부터 여러 역사학자의 저서를 찾아 읽었을 그녀의 노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고대 여성들을 설명하는 김별아 작가, 진지하게 강의를 듣는 시민들 모습

"역사를 얘기할 때, 지금의 도덕과 제도를 가지고 당시를 보면 안 됩니다. 미실이 살던 그 시대 왕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손을 보존하는 일이었죠. 우리는 여성을 어머니 아니면 요부로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어머니로 칭송하고... 이렇듯 모성을 강조한 나라일수록 여성의 지위가 낮아요. 왜냐하면 남성들이 만들어낸 논리이기 때문이죠. 현대 여성들을 봐도 아름답고 싶은 욕구와 일을 잘해서 성공하고 싶은 욕구, 혹은 어머니로서 아이들을 잘 돌보고 싶은 욕구와 한 여자로서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혼재되어 있습니다. 실제 미실은 이런 여성들의 욕구가 통합된 인물입니다."

이어 김별아 작가는 소설 속 여성 인물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었다. 역사적 논란의 주인공인 미실, 소설 <영영이별 영이별>의 주인공인 단종의 비 정순왕후, 조선왕실의 동성애 스캔들을 다룬 소설 <채홍> 속 순빈 봉씨, 참형으로 끝난 <불의 꽃> 유녹주의 사랑 이야기까지, 소설 속 여성들을 만날 수 있었다.

역사의 현장에서 작가의 상상을 느껴보자

청계천 영도교

"청계천에 영도교라는 다리가 있어요. 단종과 경순왕후가 이별한 장소인데요. 저는 이 여성의 이후 삶이 궁금해졌어요. 단종이 죽고, 아버지와 형제도 다 죽고 어머니와 자매는 관기가 되고 본인은 폐서인이 되어 궁중에서 쫓겨났는데, 몇 살까지 살았을까? 85세까지 살았다는데, 어떻게 살았을까?"

'영월로 귀양길을 떠나던 단종과 부인 정순왕후가 영도교 위에서 눈물로 이별했다'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서 시작된 작가의 상상은 정순왕후의 이야기가 깃든 장소에서 더욱 풍성해진다. 김별아 작가는 정순왕후가 동쪽 영월 방향을 바라보며 단종의 명복을 빌던 곳인 동망정, 관군의 눈을 피해 정순왕후를 돕기 위해 열었던 여인들만의 채소시장인 여인시장 터 등도 소개하였다. 또한, <불의 꽃>의 주인공 유녹주가 참수형을 당한 자리도 소개했다.

여인시장 터 표지석(여인시장 터 표지석은 종로구 숭인초 옆에 있다)

"역사를 고정적인 관념 가지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역사를 전공하신 분들이 제게 도대체 어떻게 공부하냐고 물으세요. 전 그저 선생님들이 공부하신 것을 읽는다고 말씀드립니다. 대신 저는 행간을 읽는 거죠. 내가 거기 있었다면 상상합니다. 서울은 역사의 도시입니다. 이런 표지석들이 널려있죠. 역사 현장을 다니면서 많이 느끼고 상상하면 훨씬 삶이 풍부해집니다."

혜정교 터, 광화문우체국 맞은 편 교보문고 앞에 있다

김별아 작가는 차기 소설 속 주인공이 교수형을 당한 광화문 일대 이야기와 조선시대 팽형이 집행된 장소인 혜정교 터 이야기 등도 들려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조의 비호 아래 악행을 서슴지 않았던 홍윤성 사례를 통해 우리가 역사를 잘 읽고 기억하는 이유를 일깨워주었다. 시정기에 자신의 죄악이 적혀있는 것을 보며, '시험에 나오는 중국의 역사인 강목도 읽지 않는데, 우리의 역사 기록인 통감을 읽겠느냐'며 비웃는 홍윤성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 겹쳐진다.

군기시 터 표지석은 서울시청 옆 프레스센터 옆에 있다

김별아 작가의 강연을 듣지 못해 못내 아쉽다면, 작가의 소설책을 끼고 서울을 누벼보자. 작가의 소설 <영영이별 영이별>을 들고 정순왕후의 전설이 깃든 장소, 영도교, 여인시장 터, 정업원 터, 자주동샘, 동망봉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돌아봐도 좋겠다. 아니면 서울도서관에서 <불의 꽃>을 빌려 군기시 터 유적을 돌아봐도 좋을 것이다. 내친김에 광화문 일대 옛터 표지석들을 살펴봐도 좋겠다. 작가의 상상을 좇아 역사의 현장을 둘러보면, 역사 공부가 좀 더 즐거울 것이다.

'홍보대사와 함께하는 공감 한마당, 희망쇼' 마지막 시간인 7월 15일(화)에는 스타 사진작가 조세현 홍보대사가 <사진으로 나누는 세상>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한편 소설가 김별아의 또 다른 이야기는 서울톡톡 전문칼럼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이란 카데고리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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