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보다 낫네, 어르신 발마사지 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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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9.11.27. 00:00

수정일 2009.11.27. 00:00

조회 3,054



시민기자 나영봉


안개 속처럼 실마리 풀리지 않는 경제 불황으로 인하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저소득층 주민들의 삶은 더욱 고단하고 어려운 나날을 맞고 있다. 누구는 사교육비가 가계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가계대출 때문에 그 이자부담으로 서민 경제가 더 어려워진다고도 하고, 청년 실업자가 일찌감치 백만 명을 넘어섰다고 지적하는 등 전문가들마다 진단도 다르다.

그러나 고령화 단계로 급속하게 진입하는 우리 사회에서 더욱 어려운 경제적 현실에 처한 이들이 있으니 바로 독거 어르신들이다. 그러나 이들을 돌보면서 고달프고 서러운 인고의 세월을 위로하며 흐르는 눈물을 닦아줄 보호자들은 없다. 경제 불황이 긴 시간 계속되는 동안 한 가구당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있고, 그러면서 늙고 병든 부모님을 돌보는 것이 큰 가계부담이 되니까,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차라리 자식으로부터 떨어져 나와서 단독세대로 분리하여 혼자 사시는 독거 어르신들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인 것이다.

그런 현실 속에서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없이 동네 경로당을 정기적으로 찾아가서 어르신들 발마사지를 해드리는 이들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관악구 대학동 자원봉사캠프팀. 이들은 매월 첫째 목요일은 대학동 경로당 ,둘째 목요일은 금호아파트 경로당, 셋째 목요일은 현대 아파트 경로당, 넷째 목요일은 건영 아파트 경로당으로 순서를 정하고 어르신 발마사지 봉사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취재를 한 날은 11월 마지막 목요일, 건영 아파트 경로당을 찾아가는 날이었다.

오전 10시에 대학동 동사무소 내에 있는 자원봉사캠프에 모인 봉사자 다섯명은 가볍게 커피한 잔으로 정담을 나누고는 곧바로 준비물을 챙겨서 건영 아파트 경로당을 찾아갔다. 할머니, 할아버지들께 인사를 드리자마자 할머니 양말부터 벗기더니 유연한 손놀림으로 어르신 다리를 물수건으로 닦아내고 오일을 발라 드린 다음 마사지에 들어간다. 그리고 발바닥 용천혈부터 정강이까지 지압을 해드리고 테이핑을 해드리면 끝. 다음 차례를 기다리시던 할아버지의 발마사지까지 끝내고 나니, 애교 많은 할아버지께서는 "젊은 사람으로부터 최상의 발마사지를 받고 나니 젊은 기를 받아서인지 건강이 좋아졌다"며 기뻐하신다.

봉사자들도 역시 기쁘기는 마찬가지다. 오늘도 어르신들께 발마사지와 말벗을 해드리면서 보람을 느꼈다는 한 봉사자는 “남에게 맨발을 맡겨 보기는 난생 처음인 분들입니다. 정말 자식들도 이렇게 해준 적이 없는데 요즘 젊은이들 같지 않게 좋은 일 한다며 칭찬을 해주시면 마음이 뿌듯하죠"라며 쑥스러운듯 미소를 짓는다.

어느새 오전 12시. 경로당에 모여서 점심을 직접 차려 드시는 어르신들에게 총무 어르신이 “점심시간이 되었다”는 신호를 주시면 발마사지 봉사를 서둘러 끝내고 준비한 용품을 챙겨서 나온다. 그럴 때면 어르신들은 그렁그렁한 물기 젖은 목소리로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하신다. 우리 부모님을 돌보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는 대학동 주민센터 자원봉사 상담가 여러분에게 한마디 전하고 싶다. "오늘도 발맛사지 자원봉사 활동 하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건강하시고 좋은 날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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