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스탠드에비뉴, 어르신 일자리 이곳에 있다!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0.07.23. 14:23

수정일 2020.07.24. 10:26

조회 2,452

서울숲으로 가는 길에 언더스탠드에비뉴가 있다.

서울숲으로 가는 길에 언더스탠드에비뉴가 있다. ⓒ윤혜숙

서울숲으로 가는 길목에 ‘언더스탠드에비뉴’가 있다.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서울숲 진입로 유휴 부지에 컨테이너 116개를 3층 높이로 쌓아 올린 공간이다. 이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낯선 외국의 거리에 있는 듯 이국적인 풍경에 두리번거린다. 그래서일까? 서울숲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참새가 방앗간을 찾듯 이곳에 들러보았다.

카페 서울숲(Cafe Seoul Fo'rest')의 탁 트인 건물 전경  

카페 서울숲(Cafe Seoul Fo'rest')의 탁 트인 건물 전경 ⓒ윤혜숙

카페에서 만든 열대과일 음료

카페에서 만든 열대과일 음료 ⓒ윤혜숙

왼쪽에 청량한 파란색의 세련돼 보이는 카페 '서울숲(Cafe Seoul Fo'rest)'이 눈에 들어온다. 계산대 앞에 여름 계절에 맞춰서 출시된 음료 포스터가 붙어 있다. 열대 과일로 만든 시원한 음료를 주문한 뒤 카페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카페가 널찍하다. 그래서 시선이 닿는 곳곳의 풍경이 답답하지 않다. 필자처럼 혼자 방문해도 머물러 있기 편안한 자리 배치가 돋보인다. 

벽면 한쪽에는 ‘청년 일자리 카페, 도전하는 청년’이라는 글귀가 있다. 그래서인지 노트북을 앞에 둔 청년들이 곳곳에 진지한 태도로 앉아 있다. 주문한 음료를 테이블에 올려놓으니 마음은 벌써 푸르른 바닷가에 가 있는 것 같다.

분식점 '엄마손만두 소풍'

분식점 '엄마손만두 소풍' ⓒ윤혜숙

카페 옆에는 ‘엄마손만두 소풍’이라는 점포가 있다. 만두, 김밥, 라면 등의 분식을 팔고 있었는데, 손으로 직접 만두를 빚는다고 한다.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내는 냉동만두의 맛과 비교할 수 있으랴! 만두를 즐겨 먹는 필자는 접시에 담긴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번갈아 먹었다. 한입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만두는 속이 꽉 차서 늦은 오후, 출출해진 배를 부담 없이 채우기에 딱 좋았다.

카페서울숲에 어르신들이 근무하고 있다 

카페 서울숲에 어르신들이 근무하고 있다. ⓒ윤혜숙

카페와 분식점, 두 매장에는 공통점이 있다. 계산대와 주방에 있는 직원들의 연세가 꽤 들어 보인다. 만 60세 이상의 어르신을 직원으로 두고 있었다. 어르신들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회사는 어디일까 궁금해졌는데, 알고보니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였다.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는 2017년 6월 성동구청과 민간이 70:30으로 출자해서 설립한 주식회사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어르신이 늘어나는 만큼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해서 만들기 위해 설립한 곳으로, 60세 이상의 어르신을 직원으로 고용하고 있다. 은퇴한 어르신의 자립적, 안정적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최저임금(8,590원)보다 높은 성동구 생활임금에 해당하는 수준의 시간당 1만307원을 지급하고 있다. 직원인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으며, 이분들의 체력을 고려해서 1일 4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한다.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에는 2019년 12월 기준으로 총 131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카페 서울숲 지점과 성동구청 지점, 분식점 엄마손만두 소풍, 성동안심상가를 비롯한 4개의 건물 관리, 우리 아이 교통안전 지킴이, 청소 용역 등 성동구 관내 곳곳에 배치되어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가 받은 상장들이 벽면에 전시되어 있다.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가 받은 상장들이 벽면에 전시되어 있다. ⓒ윤혜숙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가 어르신을 직원으로 채용한 지 벌써 3년째다. 한시적인 일자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성과는 외부에서도 알아주고 있다. 2017년 12월 보건복지부의 고령자친화기업으로 선정되어 69명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2018년 9월에는 고령자친화기업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우수상을 받았다. 더불어 2019년 10월에는 고령자친화기업 보건복지부 장관 최우수상을 받았고, 그해 11월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으로도 지정됐다.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 박용민 본부장의 말에 따르면 카페와 분식점이 있는 언더스탠드에비뉴는 과거 연못 부지였다. 유휴지를 어떻게 개선할지 고심하다가 롯데면세점에서 청년창업공간과 성동 미래일자리주식회사가 입주하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는 어르신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일자리 창출로 인해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었다. 관공서와 사기업의 요소를 두루 갖고 있어서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수익을 내야만 한다.

분식점에서 파는 손만두 

분식점에서 파는 손만두 ⓒ윤혜숙

지난 2월에는 손만두를 제조하는 만두공장 ‘SD Food’를 오픈했다. 공장관리자 1인, 기술자 1인, 어르신 4인이 오전과 오후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만약 기계설비를 갖추고 공장을 가동한다면 관리자 한 두명이면 충분하지만, 어르신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손만두 제조를 고수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문을 열었으니 경영진은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 걱정이다. 다행히 신세계TV쇼핑 측에서 만두 레시피 2개를 재능 기부했고, 유튜브 채널 등에 광고 영상을 촬영해서 게시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마트에서 지난 3년간 후원금을 기부하고 있으며, 신세계TV쇼핑에서도 후원금을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감사하게도 관내 기업들의 기부로 인해 회사를 순조롭게 운영하고 있다.

분식점에서 근무하는 엄기준 매니저 

분식점에서 근무하는 엄기준 매니저 ⓒ윤혜숙

만 61세부터 71세까지의 어르신을 직원으로 고용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도 있을 법하다. 아무리 일에 의욕적인 어르신들도 65세를 넘기면 체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하루 4시간 근무로 일에 대한 체력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또한 디지털 기기에 약한 어르신들을 위해 회사에서 매번 직접 지시사항을 전달한다. 물론 관리자 입장에선 물리적으로 그들과 소통하면서 일하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조금만 배려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그들의 노동력을 활용해 부가가치를 이끌어낼 수 있다.

엄마손만두 소풍에서 근무하는 엄기준 매니저는 “60세가 넘었는데 내가 일할 수 있는 곳이 있어서 감사하다. 과거 주방을 관리했던 터라 지금의 분식점 근무가 힘들지 않고 오히려 보람 있다”라고 말했다. 카페와 분식점을 오가며 본 어르신들의 표정이 밝다. 60세가 넘어도 일할 곳이 있다니 어르신들은 제2의 인생을 개척하고 있다. 

누구든 언젠가 나이가 들어 노인이 된다. 그때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를 상상해보니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의 존재가 달리 보인다. 초고령화로 접어드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성동미래일자리주식회사에서 내다볼 수 있었다.

성동 미래일자리주식회사
○ 위치 :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63, 언더스탠드에비뉴 파워스탠드 3층
○ 홈페이지 : http://sdjob.co.kr/

○ 문의 : 02-499-9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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