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라 더 뜻깊은 공간, 전쟁기념관을 가다

시민기자 이영남

발행일 2020.06.10. 11:18

수정일 2020.06.10. 17:39

조회 1,208

호국영령을 위한 달, 6월이다. 용산에 있는 '전쟁기념관'에 다녀왔다. 옛 육군본부 자리에 있는 전쟁기념관은 지하철 삼각지역에서 내려 5분도 안 걸려 금세 도착한다. 보통 '전쟁기념관' 하면 6•25전쟁을 떠올리거나 아이들 체험학습으로 어릴 적 한번쯤 가본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 자세히 관람을 하면서 전쟁기념관이 ‘전쟁’을 기념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완전히 버릴 만큼 생각이 바뀌었다.

전쟁기념관은 우리나라 전쟁의 역사를 두루 돌아볼 수 있는 장소다. 선사시대부터 한국전쟁까지 전쟁에 사용된 무기, 관련 기록 등을 전시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과거의 참상도 조명하고, 무엇보다 평화에 대한 감사함을 일깨워주는 공간이다. 이 곳은 '전쟁을 기념하는 곳’이 아니라 '군사방위 체험 학습관'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릴 것 같다.

현재 전쟁기념관은 코로나19 여파로 6월14일까지 어린이박물관 포함 내부 휴관 중이다. 대신 홈페이지(https://www.warmemo.or.kr/)에서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내부 관람이 가능하다.

각계각층의 호국군상과 청동검과 생명나무 모양의 6·25전쟁 탑

각계각층의 호국군상과 청동검과 생명나무 모양의  6·25전쟁 탑 ©이영남

특히, 전쟁기념관을 방문할 때는 옥외 전시장에 꼭 들러야 한다. 옥외 전시장에는 6•25전쟁 당시 사용했던 B-52 폭격기, T-34 전차 등 대형 장비를 비롯해 세계 각국의 항공기와 장갑차 등 화려한 볼거리가 정말 많다. 또한 6•25전쟁 상징 조형물, 광개토대왕릉비, 형제의 상, 평화의 시계탑 등이 있다.

평화로운 모습의 전쟁기념관 외관 및 옥외 전시장의 모습

평화로운 모습의 전쟁기념관 외관 및 옥외 전시장의 모습 ©이영남

그 의미를 되새기며 조형물과 전시물을 먼저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먼저 '6•25전쟁 참전국 기념비'는 유엔 창설 70주년을 맞아 6•25전쟁 참전국에 감사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을 담아 2015년에 설치했다. 유엔기와 태극기를 중심으로 양 옆에 21개국 상징 기념비가 6•25전쟁 참전일자 순으로 위치해 있다. 

'6•25전쟁 조형물'은 정전 50주년을 맞아 설치된 것으로, 각계각층의 호국군상과 청동검과 생명나무 모양의 6•25탑 등이 있다. 청동검은 유구한 역사와 상무정신을, 생명나무는 한민족의 평화와 번영을 뜻한다. 탑을 받치는 그릇모양의 석그릇은 겨레의 정신과 민족통일의 염원을 담아가는 그릇을 의미한다.

대형장비전시장에는 6•25전쟁 당시 사용했던 장비 및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용된 세계 각국의 항공기, 미사일, 장갑차, 전차 등 대형무기 7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이 중 장갑차는 직접 들어갈 수 있도록 내부를 개방해 체험학습의 장이 되고 있다.

최초의 국내 제작 항공기 부활호

최초의 국내 제작 항공기 부활호 ©이영남

1953년 공군기술학교에서 개발한 최초의 국내 제작 항공기인 부활호는 6•25전쟁으로 상처입은 국민들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희망을 주기 위해 이승만 대통령이 ‘復活(부활)’이라는 친필 휘호를 헌정하였다고 한다.

장갑차도 사연을 듣고 보면 또 새롭다. 1944년 미군에 배치된 LVT-3C 상륙장갑차는 상륙작전 시 병력과 장비를 해상에서 육상으로 투사하고, 이 때 승무원의 생존성을 보장하기 위해 개발된 장비다. 우리 국군은 1951년 미국으로부터 LVT-3C 상륙장갑차를 도입해 해병대에서 운용하였다. 

탱크와 미사일 전차 등도 전시되어 있다.

탱크와 미사일 전차 등도 전시되어 있다. ©이영남

1970년대 후반 국내 기술로 개발된 K1전차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는 의미로 88전차로 불렸다. 나이키-허큘리스(니케와 헤라클레스의 영어식 발음)는 공중에서 공격하는 적을 막기 위해 사용되었다. 이 미사일을 개량해 우리나라 최초의 지상공격 미사일인 백곰을 개발했다.

SP-10 반잠수정은 북한에서 운용하는 장비이다. 수중으로 잠항하여 운행하는 잠수함의 특징과 제트 추진으로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질주하는 고속정의 특징을 함께 가지고 있다. 1983년 12월 부산 다대포 해안에 침투한 북한의 반잠수정 격침 이래 1985년 10월에는 부산 청사포 해안에서, 1998년 12월에는 전남 여수 앞바다에서 이를 격침한 바 있다.

'제2연평해전'을 추모하기 위해 당시 침몰해 인양됐던 ‘참수리 357호정 안보전시관’도 있다. 함정 외부에 총탄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제2연평해전은 한•일 월드컵 3~4위전이 열렸던 지난 2002년 6월 29일 오전 10시, 참수리 357호정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 2척의 기습 공격을 받아 아군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당한 사건이다.

참수리 357호정 안보전시관

참수리 357호정 안보전시관 ©이영남

함정 내부는 3개의 전시실로 구성하여 추모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3D 입체영상을 통해 당시 치열 했던 교전 상황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다.

전사자 명비가 있는 회랑에서는 참전한 호국영령을 위한 경건한 마음으로 관람해야 한다. 유엔참전국 전사자 명비, 베트남 파병전사자들 명비도 있다. 가운데 부분에는 무명 전사자 명비도 있다. 대한민국을 순방하는 참전국 국빈이 가장 먼저 찾아와 추모하는 민간외교의 장이자 관람객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하는 뜻깊은 공간이다.

유엔군 참전 전사자

유엔군 참전 전사자 ©이영남

1948년 유엔에 의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을 받은 대한민국은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 남침을 받았다. 유엔은 국제평화를 파괴하는 북한의 불법 침략행위를 저지하기 위해 군대를 파병하고 유엔군사령부를 창설하였다. 3년 1개월 간의 전쟁기간 동안 유엔의 깃발 아래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유엔군 40,790명이 목숨을 잃었다.

광개토왕릉비는 현존하는 우리나라의 비석 중 가장 큰 것으로 높이 6.39m, 무게 37톤의 규모이며 4면에 모두 1,775자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 고구려 장수왕이 그의 아버지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414년 당시 수도였던 국내성에 세운 것으로, 현재는 중국 길림성 집안시에 위치해 있다. 전쟁기념관의 모형은 실물과 같은 크기로 1992년 제작, 설치된 것이다.

광개토왕릉비

광개토왕릉비 ©이영남

‘형제의 상’은 전쟁 당시 한국군 장교였던 형과 인민군 병사였던 아우가 전쟁터에서 극적으로 만난 순간을 표현한 작품이다. 한덩어리가 되어 서로 안고 있는 형제의 모습에서 화해와 사랑, 용서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6•25전쟁의 성격을 상징하는 조형물이다.

6•25전쟁 당시 한국군 장교였던 형과 인민군 병사였던 아우가 전쟁터에서 극적으로 만난 순간을 표현한 작품이다.

6•25전쟁 당시 한국군 장교였던 형과 인민군 병사였던 아우가 전쟁터에서 극적으로 만난 순간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영남

‘평화의 시계탑’은 6•25전쟁의 비극을 통해 평화통일의 간절한 염원을 표현하였다. 전쟁 당시 남과 북이 사용했던 탱크와 포탄 등 폐무기의 잔해 위에 두 소녀가 쌍둥이 시계를 안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서 있는 소녀의 어깨 위 시계는 현재의 시간을 나타내고, 앉아있는 소녀가 안고 있는 시계는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에 멈추어져 있다.

시계탑 옆에 전시된 또 하나의 시계는 통일의 그날, 국민적 축제 속에 시계탑에 올려 통일의 시각을 표시할 예정이다.

시계탑 옆에 전시된 또 하나의 시계는 통일의 그날의 시각을 표시할 예정이다.  ©이영남

이밖에 전쟁기념관에서는 다양한 전시와 교육과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전쟁기념관 어린이박물관’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쟁 역사를 콘텐츠로 하는 어린이 박물관이다. 어린이들에게 전쟁의 교훈을 새기고 자유와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고자 2014년 12월 문을 열었다.

대상별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있어 어린이들에게 유익하다.

대상별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있어 어린이들에게 유익하다. ©전쟁기념관

이 곳은 살아 숨쉬는 우리 전쟁역사를 학습하는 교육 공간이자 체험 공간으로, 고대부터 6•25전쟁까지의 전쟁역사를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게 구성되었다. 어린이를 위한 군사관련 만들기 체험, 온라인으로 글짓기, 그림그리기 대회 등도 개최된다.

육군, 공군, 해군, 해병대 귀여운 캐릭터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이다.

육군, 공군, 해군, 해병대 귀여운 캐릭터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포토존이다. ©이영남

한편 전쟁기념관은 근거리 통신 기술인 비콘(Beacon) 기반의 모바일 앱을 활용한 스마트 전시안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전시실에서 앱을 실행하면 자동으로 위치를 파악해 주위에 있는 전시품에 대한 상세 설명을 자동으로 안내해주는 것이다.

상설전시실 전시품 총 555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대표 유물에 대한 증강현실(AR), 애니메이션 등 29건의 콘텐츠를 개발하여 함께 제공하고 있다. 사용을 원할 경우 구글플레이 스토어(안드로이드) 및 앱스토어(iOS)에서 '국가기념관 전시안내 서비스'를 검색해 다운로드 받아 설치하면 된다.

전쟁기념관
○ 위치 :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29
○ 교통 :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12번 출구, 도보 4분 거리
○ 이용시간 : 09:30~18:00, 매주 월요일 휴관 (현재는 코로나19로 임시 휴관 중)
○ 관람료 : 무료
○ 홈페이지: https://www.warmemo.or.kr/
○ 문의 : : 02-709-3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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