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에서 시작한 희망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6.10.04 17:38

수정일 2016.10.11 14:29

조회 2,738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는`해로카`가 에너지자립마을축제를 찾았다.

태양 에너지를 활용하는`해로카`가 에너지자립마을축제를 찾았다.

함께 서울 착한 경제 (57)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에서 배우는 에너지 절약

지난달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 이후, 불안해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물론, 큰 지진을 경험하지 못한 탓에 대응이 미흡할 수밖에 없었고, 일부 호들갑 떠는 이들이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일반인이 만든 지진 앱보다 느린 지진 알림, 무용지물로 방치되어 있거나 위치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대피소 실태, 내진설계도 제대로 되지 않은 건물들이 태반인 현실, 국내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는 국민 행동요령은 물론, 위기 상황에 대처하는 행정적 매뉴얼조차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다는 실태를 접하면 불안의 원인이 결코 지진이 아님을 확신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안전 기반이 어느 하나 미덥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하나하나 제대로 점검하고 재정비하여 믿음을 키워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원자력발전소. 활성단층 주변에 다닥다닥 놓인, 세계적으로도 가장 밀집도가 높은 원전은 달리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신규 원전을 전면 재검토하고, 노후 원전 폐쇄는 물론, 나아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한 노력이 필요할 듯싶다. 이에 원전 하나 줄이기를 위해 노력해온 에너지자립마을을 찾아 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동작구 성대시장에서 열린 성대골 `에너지문화거리축제`

동작구 성대시장에서 열린 성대골 `에너지문화거리축제`

원전 하나 줄이기를 위한 첫걸음은 절전

"저희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위기감을 느낀 주부들로부터 시작되었어요. 원전은 사고 위험이 너무 크고, 허가 승인 과정 이런 것들이 극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결정되며, 지자체 의견조차 반영되지 않는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지어지는데, 비리도 많고…, 과연 안전할까 싶었던 거죠."

"원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다음 세대에도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너무나 잘 알게 되었기 때문에, 전깃불 하나도 이제는 함부로 못 켜겠더라고요. 아이들한테 미안해서…. 서울 시민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가 뜻을 모아서 위험한 핵발전소를 줄이고,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화력발전소 대신 태양에너지, 바람에너지 같은 좋은 에너지, 착한 에너지를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소영 씨와 차은주 씨는 지난 6년 간 에너지 자립을 위해 함께 노력해온 동작구 상도 3·4동 성대골 주민이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이웃 주부들과 함께 '성대골 어린이 도서관'에 모여 강의도 듣고 공부도 하며 에너지 문제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한다. 더욱 안전한 에너지로의 전환을 모색하던 이들이 선택한 것은 에너지 절약. 에너지 생산이 어렵다면 사용량을 줄여 에너지 자립률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에너지 절약이 곧 에너지 생산'이란 생각으로 가정별로 매달 사용한 전기사용량을 그래프로 그려 함께 확인하며 절약한 결과, 평균 10~15% 절감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에너지문화거리축제`에서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에너지문화거리축제`에서 에너지 절약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들

이들은 가정에서 마을로 눈을 넓혀 참여 가정을 늘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착한 가게' 캠페인도 진행해왔다. 전체 조명의 50% 이상을 LED 전구로 바꾸고 간판 타이머를 설치한 동네 가게에는 ‘착한 가게’ 스티커를 붙여왔는데, 현재 성대골에만 160여 곳의 착한가게가 있다.

이렇듯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에서는 절전 운동 확산, 에너지 진단 교육 및 컨설팅 등의 활동은 물론, 마을 내에서 에너지문화거리축제도 해마다 진행해오고 있다. 2013년 11월에는 마을기업 '마을닷살림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이듬해 1월 '에너지 슈퍼마켙'을 열었다. 절전형 멀티탭, LED전구, 단열재, 태양광 충전기 등 전기를 절약하고 효율을 높이는 제품을 판매하며, 에너지 컨설팅도 해주고, 미니 태양광 발전기 설치 신청도 돕고 있다.

LED전구, 태양광 충전기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제품을 판매하는 `에너지 슈퍼마켙`

LED전구, 태양광 충전기 등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제품을 판매하는 `에너지 슈퍼마켙`

"에너지와 기후변화 문제에 친근하게 접근할 방법이 없나 해서 생각해낸 것이 슈퍼마켓이에요. 삶의 방식에 큰 영향을 주는, 다양한 물건들이 있는 곳이 슈퍼마켓이라 생각하거든요. 에너지 슈퍼마켙에서 뭔가를 팔고 얘기를 나누면 또다시 마을 주민의 삶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해서 '슈퍼마켙'이라 이름 지었어요." '마을닷살림협동조합' 대표 김소영 씨의 설명처럼, 이곳 '에너지 슈퍼마켙'은 단순히 에너지 절약 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민들과 함께 에너지 문제에 관한 고민과 정보를 나누고 풀어가는 '에너지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을기업 `마을닷살림협동조합`이 운영 중인 `에너지 슈퍼마켙`의 온라인 쇼핑몰

마을기업 `마을닷살림협동조합`이 운영 중인 `에너지 슈퍼마켙`의 온라인 쇼핑몰

현재 온라인 쇼핑몰(www.e-super.co.kr)도 운영하고 있고, 주택에너지효율화 사업을 위한 노력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곳 성대골 마을 골목골목에서는 에너지 반상회도 열린다. 에너지 관련 이슈나 궁금증이 있는 주민들이 요청하면, 해당 전문가를 연결해주고, 반상회 주제를 알려 관심 있는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난 9월 2일에는 에너지 누진제 관련 주제로 골목 반상회가 열렸다고 한다.

성대골 마을 골목골목에서 열리는 에너지 반상회

성대골 마을 골목골목에서 열리는 에너지 반상회

학교로, 마을로 이어지는 에너지 자립의 희망

이러한 활동은 지역 내 학교와 인근 마을,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로 점차 퍼지고 있다. 2012년 국사봉중학교에서 진행한 동네 안전지도 만들기 특강을 시작으로, 교내 에너지 동아리가 만들어지고, 지난해부터는 생태에너지전환수업을 정규수업과정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학교 내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을 이끈 주부들은 이제 '에너지 기후변화 강사'로 성장해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이러한 지난 5년여의 과정이 경기도교육청이 뽑은 전국 우수사례 1위로 뽑혀 교직원 및 학부모 대상 원격 연수강의도 진행했다. 또한, 신생 에너지자립마을의 멘토로,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 확산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역 축제나 행사가 있을 때는 에너지카 '해로'를 몰고 찾아가 재생에너지를 알리고 놀이와 체험을 통해 에너지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자전거로 발전기를 돌려서 직접 솜사탕, 주스 등을 만들어볼 수 있는 에너지카 `해로`

자전거로 발전기를 돌려서 직접 솜사탕, 주스 등을 만들어볼 수 있는 에너지카 `해로`

"에너지카 '해로'는 자동차 양쪽에 마치 변신 자동차처럼 태양광 날개가 달려 있어요. 태양광으로 전기도 생산하고, 앞에 있는 자전거 발전기를 돌려서 아이들이 솜사탕이나 과일 주스, 커피 등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태양광, 풍력, 바이오 같은 여러 가지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원전을 줄이면 다른 대안이 없어 전력난이 심각해진다고 여기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직접 자전거를 돌리면서, 전기 생산에 대한 가능성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죠. 지금까지 도시에서 전기를 쓰기만 했는데 생산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일이 중요한 것 같아요.“ 지난 28일 경동 노들숲 에너지자립마을축제 현장에서 만난 차은주 씨는 성대골 동료와 함께 에너카 활동을 진행하고 있었다.

경동 노들숲 에너지자립마을 대표 박미숙 씨는 에너지나 기후변화의 문제에 대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이들에게 알리는 이 일이 뜻 싶고 재미있다고 한다. "에너지 축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 단연 해로카죠. 저흰 1년 차 에너지자립마을인데, 성대골 마을 분들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아직 초창기다 보니, 교육과 홍보, 우수마을 견학 등의 활동을 주로 하고 있는데, 우수 자립마을에 가보면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지 그 방향을 배울 수 있어요."

경동 노들숲 마을은 272가구 중 35가구가 미니 태양광을 설치했다고 한다. 260W 작은 태양광 모듈로, 그것도 서울에서 에너지 생산을 한다는데 제대로 되겠나 의구심에 물어보니, 설치한 지 한 달 반 만에 47㎾를 생산했다고 한다. 냉장고 소비전력이 월 42㎾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냉장고 한 대는 거뜬히 돌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향도 빛이 워낙 좋아 남향 못지않은 생산량을 보인다고 하니 정남향이 아니더라도 설치해볼 만하다.

경동 노들숲 마을의 미니 태양광을 설치한 아파트 모습

경동 노들숲 마을의 미니 태양광을 설치한 아파트 모습

"기후변화 시대에 위기 재난 상황은 언제 닥칠지 몰라요. 그리고 이런 규모의 재앙은 혼자서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근원적, 본능적인 불안감이 있는 거예요. 보험을 드는 것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막연한 불안감이죠. 이를 해결하려면 조금씩 양보하며 함께 헤쳐 나갈 협력체, 생존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김소영 씨의 얘기처럼 재난이 일상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나와 내 가족을 지킬 수 있는 건 손 내밀어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체, 가까이 있는 마을공동체가 아닐까?

성대골이 서울의 대표적 에너지자립마을로 거듭난 지난 과정을 듣고 있자니, 독일 쉐나우 사례가 겹쳐 보였다. 체르노빌 사고 이후 원전의 위험성을 깨달은 주부들의 작은 모임으로부터 시작해, 시민의 힘으로 신재생에너지 전기를 만드는 전력회사를 설립하고, 독일 사회에 큰 울림을 줬던 쉐나우. 독일이 탈핵 선언을 끌어낼 수 있었던 건, 내 아이를 위해 핵발전소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 없어 시작된 작은 발걸음이었고, 포기하지 않았던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였기 때문일 것이다. 원전이 불안하다면, 가까운 마을에서 함께 서울에서의 에너지 자립을 고민해보면 어떨까? 이웃 주민들과 성대골부터 방문해봐도 좋을 듯싶다.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