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미세먼지 첫 번째 해법, 왜 교통대책이어야 하는가?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18.01.19. 10:24

수정일 2020.12.28.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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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으로 출퇴근 대중교통 운임이 면제되었다.ⓒnews1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으로 출퇴근 대중교통 운임이 면제되었다.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102)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교통대책

서울시가 최근 시행 중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논쟁의 중심에 섰다. 특히 대중교통 무료화에 대한 말이 많다. 이번 호에서는 이를 교통정책 측면에서 분석해본다.

미세먼지 대책을 시행해야 하는 이유

사실 국민들 사이에서는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왔다는 인식이 크다. 중국 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를 미세먼지와 같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한 몫 한다. 하지만 성분 중심의 황사와 크기 중심의 미세먼지는 초점이 다르다. 실제로 미세먼지는 국내에서 생성되는 것도 상당하다.

특히 미세먼지에서 중국의 영향이 과대평가되었다는 전문가들의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주대학교 장재연 교수의 글을 참고해보자

결론적으로 미세먼지에서 중국의 영향이 크다는 것은 아직 확실한 것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시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교통정책을 시행하는 이유

미세먼지 이야기가 나오면 으레 중국을 탓한다. 교통대책 시행 전에 중국부터 해결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과 대화를 할 주체는 서울시가 아니라 정부다. 외교는 중앙정부 담당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서울시가 중국과의 협의에 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니다. 서울시는 중국 베이징 등 동북아 13개 도시와 ‘동북아 대기질 개선 국제포럼’을 지속적으로 열어 문제를 논의 중이다. 작년 10월에는 박원순 시장이 독일 본에서 UNFCCC(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과 만나 대기질 개선 글로벌 공동대응 기구를 서울시 주도로 만들겠다는 제안도 하였다.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중국 대책도 시행 중인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자기 담당인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교통이다. 서울시 교통은 온전히 서울시 담당이고, 미세먼지 국내 주요 원인 중에서는 자동차 배출가스 비중이 크다. 그러니 서울시가 교통 정책에 집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중국은 환경부가 맡고, 서울교통은 서울시가 맡는 게 자연스럽다.


맑은 하늘 만들기 시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미세먼지 저감대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news1

맑은 하늘 만들기 시민운동본부 관계자들이 `미세먼지 저감대책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교통대책의 핵심은 자동차 운행 줄이기

서울 지역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은 자동차 배출가스이므로, 미세먼지 대책은 자동차 운행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일각에서는 운행 중단 대신 애초에 자동차에서 매연이 덜 나오게 하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맞는 말이지만, 단기대책과 장기대책은 구분되어야 한다.

실제로 서울시는 7,000여 대 시내버스 전량을 경유에서 CNG차량을 교체하여 대기오염 개선에 큰 효과를 본 바가 있다. 매년 단계적인 수도권 노후경유차 운행제한과 경유차 매연저감장치인 DPF(Diesel Particulate Filter, 디젤 분진 필터)설치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장기대책이지 단기대책이 아니다.

계획을 갖고 연차별 투자를 진행해나가는 장기대책과, 비상시에 즉시 시행할 수 있는 단기대책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양쪽 모두 중요한 것이며, 한쪽이 폄하될 이유는 없다.

자동차 운행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는 압축성장 시대를 살아왔기에 자꾸 뭔가가 늘어나고 많아지는 것에는 익숙한데, 줄어들고 적어지는 것에는 익숙치 않다. 교통정체가 생기면 도로를 늘리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도로는 그대로 두고 자동차를 줄인다는 생각은 잘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같이 자동차 이용 자체를 줄이는 방안은 현대 교통정책의 기본이다. 이를 교통수요관리(TDM: Transportation Demand Management)라고 한다. 특히 대도시에서는 대중교통수단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기존 자동차 수요를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 된다.

자동차 이용자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하는 교통수요관리의 대책은 매우 많다. 크게 보면 당근(보상)과 채찍(벌점)으로 나눌 수 있다. 자동차 이용을 줄이면 이익을 주는 게 당근이고, 자동차 이용을 하면 부담을 주는 게 채찍이다. 교통공학 교과서에 따르면 아래 표와 같이 구분이 가능하다.

■ 당근(보상)

- 환승주차장 요금 할인

- 기업체 교통중계 제도(기업체 교통수요관리 실적에 따른 교통유발부담금 감면)

- 주말차량제(주말에만 운행하면 세금, 보험료 감면)

- 대중교통 요금 인하 또는 무료화

- 지하철 서비스 개선, 급행열차 운행

- 버스전용차선제, 지선버스 활성화, 버스이용 편의시설 확대, 버스의 고급화, 경쟁력 강화

- 카풀 이용 촉진 : 승용차 합승제, 합승차량전용 주차구획선, 합승차량 주차요금 할인, 주거지 중심 카풀정류장, 합승차량 전용차선

- 자전거 이용 촉진 : 지하철역 내에 자전거 주차장 확보, 자전거 전용도로 확보
■ 채찍(벌점)

- 무료주차장 폐지, 주차요금 인상, 주차요금 종량제 시행

- 도심주차요금의 인상, 혼잡시간대 주차요금 할증

- 도심통행료 징수

- 차량소유에 대한 도시 혼잡세 징수

- 유류세 인상, 주행세, 주차면당 사업자에게 주차세 도입

- 부제 운행 (2부제, 5부제, 10부제, 요일제 등)

- 건물 신축시 주차장 축소, 기존 주차장 감축, 폐쇄

- 주거지 주차허가제 및 비거주자 시간제한 주차제

- 차량 구입 시 차고지 증명제 시행

- 교통량감축조례제정

- 교통영향평가제 강화 / 지구별 Block별 건물별 교통수요통제

- 지구 내 건물주, 고용주의 교통수요억제 프로그램 집행 의무화

- 교통유발부담금 제도 강화

- 교통 위반 시 선택적 운행정지

- 불법주차단속 강화

서울시 미세먼지 교통정책 평가

서울시가 자동차 운행을 줄이기 위해 시행한 교통대책은 위 표의 수많은 대책 중에 차량2부제 및 주차장 폐쇄와 그에 따른 불편 해소를 위한 일시적인 대중교통 무료화 등이다. 그러나 차량2부제는 의무가 아닌 자율 운행이었고, 주차장 폐쇄도 관용에 국한되었기에 효과는 한정적이었다. 결국 대중교통 무료라는 당근이 더 크게 제시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교통요금 무료화는 자동차를 줄이는 효과가 별로 없었다는 지적이 많은 상황이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당근만 제시되었기 때문이다. 원래 행동을 바꾸기 위해서는 채찍과 당근이 함께 시행되어야 효과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당근을 먼저 제시한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민이 만드는 지방자치 시대, 시민들 스스로 성숙한 자세로 차량2부제 운행에 동참하길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지원금 50억 원의 의미

한편 이번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의 주된 논란 중 하나는 대중교통 무료화로 인한 지원금 50억 원이 낭비가 아니냐는 것이다. 또는 지원금 자체는 가치가 있으나 자동차 운행 감소 효과에 비해서는 너무나 ‘가성비’가 떨어지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다.

일단 교통 측면에서 보자면 대중교통에 사용된 50억 원은 어떤 경로로든 시민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에 낭비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민간의 지출과 공공의 지출은 성격이 다르다. 현재 서울시는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이며, 지하철도 상당부분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운행되고 있다.

즉 승객들이 평소에는 운수업체에 직접 요금을 내다가, 비상조치가 시행된 날은 서울시에 세금을 내고 그 돈이 운수업체에 넘어간 것에 불과하다. 대중교통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차이가 없다.

오히려 자동차 이용자들은 세금만 내고 대중교통 무료혜택을 받지 못했으므로 손해라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비상조치 시행일에는 교통량이 줄어들어 도로 소통이 원활해졌으므로 혜택을 받은 셈이다. 결국 손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된다.

그래서 사실 지원금 논란도 끝내고, 자동차 이용도 더 줄이려면 보조금과 부담금이 쌍을 이루는 ‘보너스-맬러스(Bonus-Malus)' 제도 도입을 생각해 볼 만하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면 자동차세, 혼잡통행료, 유료도로요금, 주차요금, 주차위반과태료, 교통혼잡부담금 등을 일시적으로 인상하고, 이렇게 마련된 재원으로 대중교통 무료화를 실시하면 된다.

그러면 세금 낭비 논란도 사라지고, 시민들은 부담금을 내는 쪽이 아니라 보조금을 받는 쪽에 서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된다. 자동차 운행감소 효과도 더 커질 것이다.


서울시내는 미세먼지 나쁨으로 뿌옇게 흐린 가운데, 미세먼지 층 위로 파란하늘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news1

서울시내는 미세먼지 나쁨으로 뿌옇게 흐린 가운데, 미세먼지 층 위로 파란하늘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세심하고 정교한 정책 시행으로 효과 극대화를

많은 사람들이 황사와 미세먼지를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으나, 그 심각성은 큰 차이가 있다. 미세먼지는 단순히 숨쉬기 불편하거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정도를 넘어, 조기사망과 수명단축을 유발하고 있다. 2016년 OECD보고서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인한 국내 조기사망자 수가 2010년에 1만7,000명이었고, 2060년에는 5만2,000명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사회는 고령화된다면서 정작 개인들은 미세먼지 때문에 일찍 죽을 판이다.

당장 목숨을 위협하는 미세먼지를 눈앞에 두고, 원인이 중국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한가한 소리로 들린다. 사회 각 주체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저마다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

물론 이번 서울시의 대책에도 아쉬움은 있다. 공감대 형성 부족이 제일 아쉽다. 서울시에서는 작년 5월에 시민 3,000명과 집단지성 대토론회를 열고 `미세먼지 10대 대책`을 발표했다고 한다. 2부제와 대중교통 무료화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지금의 논란을 보면 결국 일반 시민들에게 제대로 확산시키지는 못한 셈이다.

또한 미세먼지 문제는 정부와 서울시, 수도권 지자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대책을 시행해야 하는데 엇박자가 나는 것도 문제다. 수도권 교통은 정책적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이어져 있고, 지역적으로 수도권 전체에 광역적으로 퍼져 있으니 서울시 단독으로 앞서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시민과의 소통에 노력하느라, 정작 타 기관과의 소통은 부족하지 않았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조금 늦더라도 더 많은 대화를 통해 모든 관계기관이 함께 발맞추어 나간다면 좋을 것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도 있잖은가. 이제라도 향후에 추진할 미세먼지 관련 대책들(캠페인, 각종 개선방안들)의 로드맵 등을 자세히 공개한다면 시민의 협조를 얻기 쉬우리라고 생각한다.

미세먼지 대책에는 너와 내가 따로 없다. 시와 시민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누굴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는 게 중요하다.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기존에는 교통혼잡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 되고 있다.

방사능은 느낄 수 없지만 무섭다. 미세먼지도 마찬가지다. 2부제에 참여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나 자신과 우리 이웃, 우리 공동체의 생명을 지키자.

2부제와 다른 부제의 차이점은?

요일제나 10부제는 차량과 날짜가 일치하는 날 운행을 ‘안 하는’ 것이다. 즉 목요일 차량은 목요일에 운행을 안 하고, 끝자리가 8인 차량은 끝자리가 8인 날 운행을 안 한다.

그런데 2부제(짝홀제)는 이와 반대다. 짝수, 홀수가 일치하면 운행을 하는 것이다. 18일은 끝자리가 짝수이므로 짝수차가 운행을 ‘하는’ 것이다.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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