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의견내니 '전 서울초교 공기청정기 설치돼'

시민기자 최은주

발행일 2017.05.29. 16:07

수정일 2017.05.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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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광화문광장에는 250개 원탁에 시민 3,000명이 모였다. ⓒ최은주

지난 27일, 광화문광장에는 250개 원탁에 3,000여 명의 시민이 모였다.

결혼한 딸에게 전화가 왔다. 임신한 친구가 조산 우려가 있어 병원에 입원해 병문안을 다녀왔다고 한다. 병원에서 산모들 조산이 늘어나는 원인 중 하나가 미세먼지라는 말을 들은 딸은 임신하기가 두렵다고 했다.

미세먼지는 임산부뿐만 아니라 전 국민적 이슈가 되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미세먼지는 말 그대로 아주 작은 먼지다. 너무 작아 보이지 않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 호흡기를 거쳐 몸 속 깊은 곳까지 침투한다. 그리고 심혈관질환, 뇌질환, 호흡기질환등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세계보건기구는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그만큼 사람에게 미세먼지가 치명적이란 얘기다.

2시간 동안의 토론을 통해 서로 친근해진 171테이블 시민들 ⓒ최은주

2시간 동안의 토론을 통해 서로 친근해진 171테이블 시민들

이런 어려운 문제를 시민들의 집단지성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기자는 지난 5월 27일 오후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에 참석했다. 미세먼지 문제와 관련해 비슷한 생각을 가진 서울시민 3,000여 명이 250개 원탁에 둘러앉아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며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자리였다.

환경과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 ⓒ최은주

환경과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

기자는 250개 원탁 중 노란구역 171번 테이블에 자리를 배정 받았다. 171번 테이블엔 10명이 앉을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미세먼지에 관심이 많은 청년, 아빠 육아 중인 남성, 사회복지학을 전공 중인 여성,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족 등 각각 하는 일은 다르지만, 미세먼지 심각성을 몸으로 느끼고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모였다. 대토론회는 각 테이블마다 자리한 토론 이끄미의 안내에 따라 각자 의견을 발표하고 1차 토론과 2차 토론을 거쳐 투표를 통해 최종 의사를 표현하는 절차로 진행되었다.

전광판에 올라온 한 시민의 제안 ⓒ최은주

전광판에 올라온 한 시민의 제안

5월의 뜨거운 햇살 아래서 맑은 하늘을 되찾기 위한 시민들의 열띤 토론이 시작됐다. 사전조사에서 미세먼지 원인으로 꼽힌 중국발 대기오염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뜨거웠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심각하니 외교 루트를 통해 중국에 대책을 요구하고 국제사회 제소 등 국가적 차원에서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한 시민 주장에, 현재 기업 경영을 하고 있다는 한 참가자는 “국가 간 교역 문제도 있으니 강경 일변도는 곤란하다, 사이좋게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토론 중간에 시민들에게 발언 기회도 주어졌다. ⓒ최은주

토론 중간에 시민들에게 발언 기회도 주어졌다.

한 학부형은 소방관보다 초등학교 교사 폐암 발병률이 높다며 초등학교 교실 환경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학교 주변 어린이 보호구역처럼 미세먼지 통제구역을 설치하고 초등학교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는 등 어린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토론회에 참석한 조희연 서울 교육감은 모든 초등학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의견을 낸 학부형은 자신의 의견이 즉각적으로 수렴된 것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전광판에는 사람들 의견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시민들의 제안이 실시간으로 전광판에 올라왔다 ⓒ최은주

시민들의 제안이 실시간으로 전광판에 올라왔다

대토론회는 점차 심층적으로 진행되었다. 1차 토론을 통해 제출한 의견들을 모아 2차 토론이 이루어졌다. 2차 토론에서는 좀 더 진중한 의견이 오갔다. 참가자들은 ‘미래를 생각하면 환경문제를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는 의견에 모두 동의했다. 또한 ‘환경문제가 지금 당장의 이익과 불편한 것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동대문구에서 온 유한숙 씨 가족은 미세먼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최은주

동대문구에서 온 유한숙 씨 가족은 미세먼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한편 기자 테이블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 참가한 유한숙 씨 가족이었다. 그들은 미세먼지 카페와 미세먼지 집회를 찾아다니며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애쓰는 열혈 가족이었다.

유한숙 씨는 대기질 회복을 위해 우리가 꾸준히 노력해야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환경이 제일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기분 안 좋을 때 하늘 한 번 보고 나서 풀릴 때가 있잖아요. 그런 여유조차도 없어져 버리는 게 너무 슬퍼요. 슬픈 일 있으면 공기 좋은데 가서 기분 전환하기도 했는데, 그런 일상적인 것조차 사라져 버린다고 생각하니까 그게 너무 가슴 아파요. 나는 어떻게든 살겠는데 남겨질 아이 생각하면 미쳐버릴 것 같아요. 이 아이들이 크기 전에 대기질이 회복됐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해요.”

토론 참가자 황성혁(27세) 씨는 “언제 어디서나 이렇게 특정 주제로 시민들이 다같이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며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가 열리던 날, 광화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다. ⓒ최은주

`서울시민 미세먼지 대토론회`가 열리던 날, 광화문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푸르렀다.

이번 대토론회는 현안 과제인 미세먼지를 주제로 많은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함께 의논할 수 있어 큰 의미가 있었다. 참가자들의 의견이 데이터화 되어 실시간으로 정리되었다. 2시간 동안 2,000여 가지 의견이 쏟아졌다. 참가자들의 제안은 서울시가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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