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예술동으로 '도심재생유랑' 떠나요!

시민기자 변경희

발행일 2017.09.15. 15:34

수정일 2017.09.19. 16:14

조회 3,874

`성북예술가압장`투어중인 시민들. 옛 수도 가압 펌프가 있던 곳이 예술가의 작품 공간으로 거듭났다. ⓒ변경희

`성북예술가압장`투어중인 시민들. 옛 수도 가압 펌프가 있던 곳이 예술가의 작품 공간으로 거듭났다

2017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주제전과 도시전이 서울 전역에서 열리고 있다. 종로, 을지로, 동대문 일대에선 현장프로젝트도 한창 진행중이다. 여러 시민참여 프로그램 중 관심 있던 주제인 ‘성북예술동 투어’에 참여해 다녀왔다.

지난 9월 9일 토요일, 성북동 마을 곳곳에서 예술재생공간을 마주할 수 있는 ‘성북예술동 투어’에 동행했다.

투어 첫 방문에선 용도 폐기되어 흉물스럽던 공간을 예술가 공간으로 재생한 성북예술가압장 모습을 만났다. 지나가던 주민이 “10년째 이 동네에 살고 있는데 이 건물 앞엔 쓰레기만 가득했었어요. 우와 이렇게 변했네요?”라며 놀라워하기도 했다.

몇 년째 비어있던 임대공간을 빌려 작품을 전시했다 ⓒ변경희

몇 년째 비어있던 임대공간을 빌려 작품을 전시했다

원래 성북1수도가압장은 수도물을 고지대로 보내기 위한 가압 펌프가 설치됐던 곳으로 수도시설이 개선되자 오랫동안 폐쇄됐다. 방치됐던 공간이 ‘성북예술동 프로젝트’로 작품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건축가들의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도 판매하며 수익금은 성북동 후원금으로 쓰일 예정이라 한다.

2층에선 작년 교통편의를 위해 성북동 중앙도로의 70년 된 플라타너스 나무가 잘릴 뻔한 위기극복의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상도 볼 수 있었다. 나무를 지키기 위해 지역의 예술가들이 의견을 모으고 해결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성락원 모습 ⓒ변경희

수묵화를 연상케 하는 성락원 모습

성북동 일대에서는 예술가, 지역 대학생 및 주민과 함께 진행한 다양한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무허가이거나 용도 폐기로 방치된 건물을 전시공간으로 재생하여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이 되었다.

우와! 성북동 주택가에서 단지 대문 하나 열고 들어갔을 뿐인데 겸재 정선의 수묵화에서 봤음직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로 도심의 비밀정원이란 별명을 가진 성락원이다. 성락원은 조선시대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 별장이었고 고종황제의 아들 의친왕이 별궁으로 사용했던 공간이다.

안에서 본 풍경ⓒ변경희

성락원 안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공식적으로 개방된 곳이 아니라 이번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투어를 통해 이곳을 방문할 수 있었다. 현재는 심씨 일가가 소유하고 관리를 하고 있으며, 1992년 12월 28일 사적 제378호로 지정되었다가 2008년 1월 8일 명승 제35호로 변경됐다. 성락원 안에 흐르던 물은 원래 청계천까지 이어졌다 한다. 성락원 관계자는 예전 물길을 되찾도록 재생시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연을 닮은 건물 계획과 조경을 최우선시 했던 선조들의 시선으로 밖을 내다봤다. 날이 좋을 때는 저 멀리 남산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풍수지리적으로 명당인 배산임수 자리라 했다.

불법점거지를 되찾아 전시장으로 재생시킨 `성북도원` ⓒ변경희

불법점거지를 되찾아 전시장으로 재생시킨 `성북도원`

서울시 공유지를 불법점거해 사용하던 무허가 건물을 되찾아 성북지역 젊은 건축가 그룹과 예술가들이 새로운 예술 공간으로 재생시킨 성북도원도 흥미를 끌었다. 자연과 더불어 재생된 이 전시 공간에서 작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공중에 수백개의 훌라후프를 수평적으로 설치한 공간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이 색달라 보였다.

마지막 투어 코스 북정마을로 향했다. 도심 속에서 이런 모습을 또 만날 수 있을까? 도시화로 사라져간 모습 중 하나일 법한 도란도란 둘러앉아 나물을 다듬고 계신 마을 어르신들. 성곽 바로 옆에 위치한 세월이 멈춘 듯 70년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성북동 북정마을의 풍경이다.

북정마을엔 작가의 눈길을 끌거나 정감이 가는 건물 곳곳에 건물과 마을 주민들과 어울리는 한 글자로 된 말풍선을 붙여놓은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지대가 높은 마을에서 운치. 도시가 잃지 않고 품어야 할 모습이 아닐까 싶다.

성북도원1·2·3의 `재생유랑` 전시 모습 ⓒ변경희

성북도원1·2·3 `재생유랑` 전시 모습

성북동 북정마을엔 작곡가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를 오마주한 전시도 열리고 있었다. ‘서울의 소리’를 세계 음악으로 만든 독일 전위음악가, 알프레드 하르트는 윤이상의 고통과 역경이 많던 그의 삶을 작품으로 이야기 한다.

결혼 후 성북동에서도 거주했던 윤이상은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독일로 이주, 분단 이후 북한 방문으로 감옥에 가는 등 다시는 한국에 돌아올 수 없었다. 알프레드 하르트 작품에는 그러한 윤이상의 삶과 감옥에서 고문과 외로움 속에서도 작곡했던 그의 예술성이 녹아 있었다.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기간 동안 성북동은 기존 예술 공간과 새롭게 재생한 공간 등 20여 공간에서 전시 및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기자가 참여한 투어의 다음 일정은 10월 14일 토요일 오후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다. 관심 있는 시민은 성북예술창작터(02-2038-9989)로 문의하면 된다. 선착순 마감이며 이 투어 외에도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이 있으니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홈페이지를 참고하자.

독일 전위음악가, 알프레드 하르트(좌), 그는 윤이상을 오마주하며 현재 성북동 북정마을에서 작품을 전시중이다(우). ⓒ변경희

독일 전위음악가, 알프레드 하르트(좌), 그는 윤이상을 오마주하며 현재 성북동 북정마을에서 작품을 전시중이다(우).

■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성북예술동 투어’ 안내
○ 투어집결 및 출발 장소 :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
○ 대상 : 도보투어가 가능한 시민 누구나 (13세 이하 보호자 동반 필수)
○ 비용 : 투어비 무료. 단, 개인 마을버스비 및 성락원 입장료 1만원은 준비해야 한다.
○ 신청 : 현장접수, 이메일(artsbyspace@gmail.com, ymk615@naver.com), 전화(02-2038-9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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