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 유적 ‘딜쿠샤’ 자료 서울에 오다

내 손안에 서울

Visit640 Date2016.12.30 13:30

일제강점기 딜쿠샤 전경(1930년대)

일제강점기 딜쿠샤 전경(1930년대)

서울역사박물관은 1919년 3·1운동을 세계에 알린 미국 AP통신 특파원 앨버트 테일러(Abert W. Talyor)의 손녀 제니퍼 테일러(Jennifer L. Taylor)로부터 ‘딜쿠샤’ 관련 자료 451점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올 2월 방한해 자료 57점을 기증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딜쿠샤(Dilkusha, 종로구 사직로2길 17)는 힌두어로 ‘희망의 궁전’ 또는 ‘이상향’, ‘행복한 마음’이란 뜻으로, 앨버트 테일러가 1923년부터 1942년까지 약 20년간 종로구 행촌동에 살았을 때의 가옥 이름이다. 관련 기사 내용 보기 ☞ 클릭

딜쿠샤 내부 구조 사진

딜쿠샤 내부 구조 사진

이번에 제니퍼 테일러가 기증한 자료는 조부모 앨버트 테일러와 메리 테일러(Mary Linley Taylor), 그녀의 부모 브루스 테일러(Burce Tickell Taylor)와 조이스 핍스 테일러(Joyce Phipps Talyor) 등의 유품 및 딜쿠샤 관련 자료들이다.

■ 제니퍼 테일러 기증자료 세부내역

구분 사진앨범 회화 도서 아카이브 의상 공예 기타
수량(건) 508 14 79 33 148 49 167 18

① 딜쿠샤의 일제강점기 당시 모습과 역사를 알 수 있는 자료들

주요 기증자료를 살펴보면, 먼저 메리 테일러가 1923년부터 딜쿠샤에 거주할 당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딜쿠샤 내부 사진앨범이 있다. 거실, 침실, 주방, 서재 등 당시 가옥의 내부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테일러 부부가 사용한 가구, 장신구 등 당시 생활의 모습이 사진 속에 드러나 있다.

이밖에도 가옥의 영역을 표시한 도면 및 강서방(Kang Subang), 남도(Namdoo) 등 딜쿠샤에서 집안일을 돕던 사람들의 행방이 기록된 서류, 딜쿠샤 임대에 관한 편지 등이 있어 향후 딜쿠샤를 복원하고 가옥의 연혁을 확인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옥의 전경, 장식품 등이 담겨 있는 딜쿠샤 사진앨범(좌), 하인의 행방이 기록된 서류(우)

가옥의 전경, 장식품 등이 담겨 있는 딜쿠샤 사진앨범(좌), 하인의 행방이 기록된 서류(우)

② 앨버트 테일러의 코리아 골드러쉬(Korea GoldRush)

아울러 앨버트 테일러가 1930년대 강원도 세포군 삼방리(광복 전 함경남도 안변군)에 위치한 음첨골에서 금광을 경영할 당시 모습과 금광시설, 금채취 과정 등에 대한 내용이 담긴 사진앨범이 이번 기증 자료에 포함됐다.

메리 테일러는 음첨골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 사금채취 및 가공 과정을 그림으로 남겨 그의 저서 <호박목걸이(Chain of Amber)> 삽화로 사용했다. 이들 자료는 1930년대 우리나라 금 채취 및 재처리, 거주민들의 생활상 등을 보여주고 있어, 이 시기 금광을 연구하는 데 있어 사료적 가치도 높다고 할 수 있다.

③ 앨버트 테일러, 양화진에 잠들다

1948년 앨버트 테일러 사후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에 안장되기 전, 그와 친분이 있었던 ‘조선주택영단’(현 LH공사의 전신) 이사장 김용우(1912~1985, 2대 국회의원, 6대 국방부장관 역임)가 그를 추모하기 위해 지은 글인 <조위사(弔慰辭)>도 있다. 조선 금광 개발 공헌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앨버트 테일러를 추모하기 위해 지어진 `조위사`(1948년)

앨버트 테일러를 추모하기 위해 지어진 `조위사`(1948년)

④ 메리 테일러의 <호박목걸이(Chain of Amber)>와 그녀의 그림

메리 테일러가 지은 <호박목걸이(Chain of Amber)> 초고와 실제 호박목걸이도 눈에 띄는 자료 중 하나다. <호박목걸이>는 1917년부터 1942년까지 테일러 부부가 딜쿠샤에서 서울살이를 경험을 토대로 쓴 자서전이다. 이 초고에는 당시 서울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모습, 민속신앙, 금강산 유람 등을 보며 느낀 생각 및 프리츠 크라이슬러(Fritz Kreisler), 언더우드(Underwood) 가문 등 그녀가 만난 사람들에 대한 내용이 기록돼 있다. 또한 이 책에 등장하는 호박목걸이는 메리 테일러가 앨버트 테일러에게 결혼선물로 받은 것으로, 책의 모든 내용은 호박목걸이를 통해 이야기가 되고 있으므로 상징성이 매우 큰 자료라고 할 수 있다.

메리 테일러는 그림에 대한 관심이 남달라 많은 회화 작품을 남겼다. 테일러 부부의 집안일을 담당했던 김주사(Kim ChuSa), 최서방(Choi Sabang), 모모(MoMo) 등 여러 명의 한국인의 모습을 그린 초상화가 있다. 이밖에도 수채화 ‘한강의 모습’, ‘물동이를 머리에 얹은 여인’ 등의 작품이 있다.

메리 테일러가 그린 한국인 초상화

메리 테일러가 그린 한국인 초상화

⑤ 조이스 핍스 테일러의 서울생활을 담은 앨범

테일러 부부의 아들인 브루스 테일러의 아내 핍스 테일러는 주한 영국대사관 총영사를 지낸 제럴드 핍스의 딸인데, 그녀는 아버지를 따라 1935~38년 주한 영국대사관에서 생활했다. 그 기간 동안 주한 영국대사관 주변 모습 및 청계천의 빨래하는 아낙네들 모습, 창경원(창경궁)의 벚꽃놀이 등 서울의 각 지역을 촬영한 사진들이 포함돼 있는데, 이것이 앨범으로 남아 전해지고 있다.

조이스 핍스 테일러가 찍은 주한 영국대사관 및 서울생활 관련 사진

조이스 핍스 테일러가 찍은 주한 영국대사관 및 서울생활 관련 사진

⑥ <호박목걸이>에서 소개되는 공예품

제니퍼 테일러가 기증한 자료 가운데에는 테일러 가문에서 사용했던 은 공예품이 상당수 있으며, 딜쿠샤에서 거주할 때 사용하던 것으로 추정되는 비연호(중국 무연담배를 넣어두는 작은 단지), 자기, 도서 등이 있다. 또한 메리 테일러가 입었던 한복이나 기모노, 치파오 등 각종 의류도 포함돼 있다.

`호박목걸이`에 언급된 각종 공예품 중 중국산 비연호(좌), 자기(우측 2개)

`호박목걸이`에 언급된 각종 공예품 중 중국산 비연호(좌), 자기(우측 2개)

일제강점기 서울의 모습을 그리는데 중요한 역할 것으로 기대

제니퍼 테일러가 기증한 자료는 일제강점기 딜쿠샤에 거주하였던 테일러 부부의 행적을 밝히고,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제강점기 서울에 거주한 서양인 관련 자료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지만 3대에 걸친 테일러 가문의 자료들은 딜쿠샤, 금광개발 등 한국에서 일어난 주요 사건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제니퍼 테일러는 “이번 자료는 테일러 가문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한국에서 이를 연구·발전시키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고, 향후 딜쿠샤 복원 및 서울역사박물관 딜쿠샤 기획전시에 활용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인호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제니퍼 L. 테일러가 기증하는 자료들은 3.1운동은 물론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 서양인들의 한반도 금광개발, 서울생활 등에 관한 연구 자료로써 가치가 높다”고 하며 “제니퍼 테일러가 기증한 자료들에 대해 2017년 연구 등 정리 작업을 거쳐 2018년에는 기획전시를 개최할 계획이며, 2019년 딜쿠샤 복원이 이루어지면 기증된 자료를 가옥 내부에 전시할 계획”이라고 하였다.

문의 : 서울역사박물관 유물관리과 02-724-0160, 서울역사박물관(www.museum.seou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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