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지만 놓치기 아까운 전시들

시민기자 김윤경

Visit878 Date2016.11.30 16:41

시청로비, 실로 책갈피를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부스 ⓒ김윤경

시청로비, 실로 책갈피를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 부스

어느덧 달력은 얇아지고 다이어리는 가득 채워졌다. 성큼 겨울로 접어든 날씨가 마음을 얼어붙게 하지만,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만들어 줄 알찬 전시들이 있다.

하늘광장 갤러리 2016년 마지막 전시 ‘서울의 주’

어쩌다 저렇게 얽히고 설킨 실들이 빌딩 속으로 들어갔을까. 서울시청 8층 하늘광장 갤러리에서는 11월 14일부터 이은숙 작가의 <서울의 주> 전시가 열리고 있다. 주(柱)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떠받치는 기둥, 나아가 서울의 수많은 빌딩을 뜻한다.

갤러리에 들어서면 투명 기둥들이 늘어서 있다. 기둥 안에는 복잡하게 얽힌 실들과 희망을 나타내는 박주가리, 들깨씨 등이 들어있다. 몇 군데 씨앗 기둥 속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 흑백사진도 보인다. 어린 아이가 얽힌 공간 속 희망을 상징한 씨앗과 함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쁜 일상 속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사회는 인간관계에 매어있다. 실은 서로 얽혀 있는 우리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소중한 인연을 뜻하기도 하고 꼬여버린 실타래처럼 갈등과 오해를 표현하기도 하는 실. 엮으면 무언가를 만들어 따스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또 의외로 한 올씩 자유롭게 술술 풀리기도 하는 실은 함축하는 의미가 깊다.

얽히고 설킨 실기둥, 이은숙 작가의 `서울의 주` 전시 ⓒ김윤경

얽히고 설킨 실기둥, 이은숙 작가의 `서울의 주` 전시

전시는 시청 1층과 연계돼 있다. 시청 1층에 놓인 100개의 작은 의자를 쌓아 놓은 ‘소통의 의자’에도 역시 많은 실들이 얽혀 있다. 그리고 갤러리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옆에서 봉제 공장처럼 많은 형광색의 실타래가 있다. 이곳에서는 실로 책갈피를 만들 수 있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실을 받은 후 어떻게 해야 예쁘게 만들지 생각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의도와 달리 뒤엉켜버렸다. 급히 다듬으려고 하자 자원봉사자가 일부러 가지런히 놓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코팅을 한 뒤 완성된 책갈피를 보니 그 말이 이해가 갔다. 얽히고 설킨 모양이 하나의 작품으로 멋있게 보였다.

“인간관계라는 건 참 복잡하잖아요. 실도 그렇죠. 실패를 풀면 자유롭게 풀려지지만 밋밋하게 한 가지 실보다 엉켜 있으니 예뻐 보이기도 하죠. 사람이 어울리는 것도 그런 거 아닐까요.” 자원봉사자 장경순 씨가 말했다. 얽히고 복잡한 인간관계가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섣불리 풀다 보면 실은 더 꼬이기 마련이다. 힘들어도 그 자체를 인정하고 차근차근 풀어나간다면 의외로 엉킨 실은 쉽게 풀릴 수도 있다.

책갈피 만들기 외에도 다른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주말 가족 프로그램으로 꽃씨방을 만들었다. 벽에 전시된 작품들이 가족들의 즐거웠던 한때를 알게 해준다.

■ ‘서울의 주(柱)’ 전시
○ 장소 : 서울시청 8층 하늘광장갤러리
○ 기간 : 2016.11.14.~2017.1.13.
○ 시간 : 평일 10:00~18:00 (주말,공휴일은 휴관)
○ 문의 : 02-2133-5641

서울도서관 ‘메모리人서울’

서울도서관에서 <메모리人서울> 기획전 두 번째 이야기가 열렸다. 서울의 기억을 모아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서울의 모습을 공감하고 다음 세대가 공유하길 바라는 전시다.

전시는 크게 ‘공간’과 ‘인물’로 나뉜다. 지난 11월 27일까지 공간을 위주로 ‘기억의 실낙원’ 이라는 주제로 1부가 열렸다. 11월 29일~12월18일에는 인물 중심인 ‘서울시 여러분’으로 구성된다.

`메모리人서울` 2부에선 서울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추억들이 상영되고 있다. ⓒ김윤경

`메모리人서울` 2부에선 서울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추억들이 상영되고 있다.

도서관 1층에 마련된 메모리 스튜디오로 들어갔다. 작은 공간에는 서울을 기억하는 시민의 사진과 생각이 적혀 있다. 한편에는 영상을 감상하는 곳이 있다.

잔잔히 흐르는 흑백 영상 속에서 서울을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난 마포구에서 오래 살았어. 이발소를 하는데 예전에는 손자부터 할아버지까지 다 왔어. 지금은 50대 이상만 오네. 내가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한 시민은 예전과 같은 환상을 갖진 않지만 서울이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이며 아직까지 살만한 도시라고 말한다. “77년부터 서울에 와 살았는데 그 때는 일본식 가옥이 많았죠, 머물다 정착하면 고향인 셈이라 난 서울이 좋아요.”

전시 벽에는 서울을 기억하는 옛 추억들로 가득 차있다. 1928년생 용산 토박이 성광운 씨는 당시 서울을 이렇게 떠올린다. 일제강점기에 전차가 다녔는데 ‘냉냉’거리며 다녀 ‘냉냉이’로 불렀고 냉냉이가 조선신궁이 자리한 남산을 지날 때면 꼭 묵념을 했다고 한다.

전시 벽면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들은 책으로 엮어 볼 수 있게 해놓았다. ⓒ김윤경

전시 벽면에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들은 책으로 엮어 볼 수 있게 해놓았다.

전시 벽면에 다 싣지 못한 많은 기억들과 추억들은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소파에서 볼 수도 있게 돼있다. 강의와 이벤트 등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서울 촬영사진이나 여행티켓, 영수증 등 서울 기억과 관련된 자료를 갖고 ‘나만의 메모리 북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해도 좋겠다. 해당 체험 프로그램은 문의(02-6237-0715, memoryplant@memoryplant.com)를 통해 사전접수를 해야 한다.

또한 전시장 현장에서 나만의 서울 이야기를 신청할 수도 있다. 30분 정도 구술로 녹취되어 보관된다. SNS에서 해시태그 #서울도서관 #메모리인서울 #서울 #서울문화재단 #memoryinseoul를 달아 사진을 공유하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 ‘메모리人서울’ 전시
○ 장소 : 서울도서관 1층 메모리스튜디오
○ 기간 : 2016.11.29.~12.18.
○ 시간 : 화~금요일 10:00~19:00, 토·일요일 10:00~18:00 (월요일, 법정공휴일은 휴관)

서울의 매력을 담은 사진전

<글로벌 서울메이트 × 내셔널 지오그래픽 사진전>이 시민청에서 11월 29일부터 전시하고 있다. 미국 내셔널 지오그래픽과 함께 제작한, 서울의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경복궁, 북촌,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등 서울관광사진을 통해 서울의 숨겨진 매력을 찾을 수 있다.

무엇이 급했는지 한복치마 뒤로 벗어 놓은 구두 하나가 넘어져 있는 사진이 특히 인상에 남았다.

내셔날 지오그래픽과 함께하는 서울 관광 사진전 ⓒ김윤경

내셔날 지오그래픽과 함께하는 서울 관광 사진전

이 사진전 옆에는 친숙한 ‘내 손안에 서울’ 시민작가들의 사진전 <청년, 서울을 담다> 전시도 열리고 있다. 이번 시민작가 사진전은 12월 3일 진행될 `소통123`의 날 행사의 일환으로, 다른 다양한 행사들도 준비 중이라고 한다.

`내 손안에 서울` 시민작가들의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는 `청년, 서울을 담다` 사진전

`내 손안에 서울` 시민작가들의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는 `청년, 서울을 담다` 사진전

올해는 서울광장 스케이트가 휴장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크리스마스 트리가 점등했다. 겨울의 문턱에서 <서울의 주>처럼 실을 풀고 맺음으로 복잡한 인간관계를 다시 정립해보고, <메모리人서울> 기획전을 통해 우리가 살아갈 서울을 공감해보자. 한층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이 필요한 요즘, 넓고 따스한 마음이 피어날 것 같다.

■ 글로벌 서울메이트 × 내셔널 지오그래픽 서울 관광 사진전
○ 장소 : 시민청 시민플라자
○ 기간: 2016.11.28.~12.9.
■ 청년, 서울을 담다 사진전
○ 장소 : 시민청 시민플라자
○ 기간 : 2016.11.29.~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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