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 가득한 대학로 서울미래유산 탐방

시민기자 변경희

Visit726 Date2016.11.24 17:48

1900년대 옛 시간에 멈춘 듯한 서울대의학박물관 ⓒ변경희

1900년대 옛 시간에 멈춘 듯한 서울대의학박물관

오래되었다고 그저 낡고 쓰임을 다한 것만은 아닙니다. 새 신보다 오래된 구두가 더 편하고, 오래된 포도주가 더 깊이 있습니다. 오래된 것엔 아름다운 추억이 있고, 잊을 수 없는 향기가 있고, 사무치는 그리움이 있습니다.
서울도 그렇습니다. 서울 곳곳엔 오래되었지만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는 ‘공통의 기억’이 숨어 있습니다. 서울시는 근현대 문화유산 중 미래세대에게 전할 만한 유·무형의 보물을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한 바 있습니다. `서울형뉴딜일자리`사업의 일환으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 소셜미디어PD’가 서울미래유산을 찾아 ‘사라져 가는 서울의 모습, 지키고 싶은 서울의 모습’을 내 손안에 서울에 소개합니다. 이번엔 그 첫 번째 편으로 대학로 일대의 미래유산을 찾았습니다.

서울미래유산(1) – 대학로 편(학림다방, 서울대학병원, 김수근건축물)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치는 그리움의 자취는 반갑다. 그 반가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서울미래유산. 서울미래유산이 밀집되어 있는 대중문화의 보고이자 산실이라 칭해지는 대학로로 향했다. 대개의 경우 혜화역에 도착하여 그 길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낙엽 지는 가을의 정치를 만끽하고자 안국역에서 대학로를 향해 걸었다. 걷다 보니 창덕궁과 종묘를 연결하는 공사 구간을 만나게 된다. 길의 조성이 끝나면 많은 이들에게 또 하나의 추억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종묘와 창덕궁을 연결하는 공사가 완료되면, 이 일대는 더욱 걷기 좋은 길이 될 것이다. ⓒ변경희

현재 진행 중인 종묘와 창덕궁을 연결하는 공사가 완료되면, 이 일대는 더욱 걷기 좋은 길이 될 것이다.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도 사랑한 ‘학림다방’

몇 해 전 방영해 한류바람을 불러온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기억할 것이다. 드라마 속에서 조선 땅에 떨어져 400년 이상을 살아온 외계인 도민준(김수현 분)이 즐겨 찾던 찻집도 기억하는지? 드라마 속 찻집은 바로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한 대학로 ‘학림다방’이다.

학림다방(學林茶房)은 1956년에 개업한 커피숍으로 1981년 민주화운동단체인 전국민주학생연맹이 첫 회합을 가진 장소로 1980년대의 대표적 공안사건인 이른바 ‘학림사건’의 시발점이 된 곳이기도 하다. 그 시절 많은 학생들이 즐겨 찾던 장소이자 열정적인 예술가들, 뜨거운 심장을 가진 청춘들의 기억과 시간이 녹아있다.

드마라 `별에서 온 그대`에 등장했던 학림다방의 창가 모습 ⓒ변경희

드마라 `별에서 온 그대`에 등장했던 학림다방의 창가 모습

학림다방의 나무 계단을 밟을 때의 발소리는 과거 그들이 밟았던 그 소리와 교차되어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면서 그 무수한 시간을 나만의 기억으로 남겨본다. 좌석이 없어 대기를 마다하지 않는 학림다방의 많은 청춘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가 가질 수 없는 우리의 그리움이자 추억의 공유를 느껴본다.

학림다방의 낡은 나무계단(좌). 프렌차이즈 카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오래된 추억을 간직한 학림다방(우). ⓒ변경희

학림다방의 낡은 나무계단(좌). 프렌차이즈 카페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오래된 추억을 간직한 학림다방(우).

시간이 멈춘 듯한 ‘서울대학박물관’

학림다방을 나와 근처에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저 아프면 찾아가는 병원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서울미래유산’ 목록에 서울대학병원이 있어 무척 궁금했다. 병원 본관 쪽으로만 가보았지, 이런 아름다운 장소가 숨어 있을지 미처 몰랐다. 적갈색 벽돌 건물의 ‘서울대의학박물관’은 한국 근현대 의료 발전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서울대의학박물관으로 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은행나무의 단풍은 유쾌한 덤이다.

붉은 벽돌의, 한국 근현대 의료 발전사를 담고 있는 서울대의학박물관 모습 ⓒ변경희

붉은 벽돌의, 한국 근현대 의료 발전사를 담고 있는 서울대의학박물관 모습

고풍스러운 출입문을 열고 박물관 전시가 위치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밟는다. 요즘의 콘트리트 건물 계단에서는 느낄 수 없는 나무 계단의 삐걱거림이 진하다. 심지어 쿠션감까지 느껴지는 계단의 울림에 마치 시간여행으로 빠져드는 것만 같다.

서울대의학박물관 내부. 삐걱거리는 나무계단을 밟으면 시간여행을 하는 듯하다. ⓒ변경희

서울대의학박물관 내부. 삐걱거리는 나무계단을 밟으면 시간여행을 하는 듯하다.

전시실은 자그마한 규모였지만, 의료 역사에 관련된 상설전시와 해마다 특정 주제를 다룬 특별전시 공간으로 알차게 구성돼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안경을 써 온 나로선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해온 안경들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서울대의학박물관 상설전시실에 전시된 안경의 역사(좌), 비상설전시실의 특별전(우) ⓒ변경희

서울대의학박물관 상설전시실에 전시된 안경의 역사(좌), 비상설전시실의 특별전(우)

시민과 함께 지켜가는 서울미래유산

이 외에도 대학로 주변에는 서울미래유산이 많다. 대표 근대 건축가 김수근이 대학로에 남긴 ‘샘터사옥’, ‘아르코 미술관’, ‘아르코 예술극장’ 세 건물 모두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김수근 건축물 중 하나인 샘터사옥 ⓒ변경희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김수근 건축물 중 하나인 샘터사옥

서울미래유산은 적극적인 시민과 관련 단체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민, 자치구, 전문가가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 SNS 등을 통해 미래유산 후보를 선정하면, 서울시와 5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유산보존위원회가 후보를 심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시민 사회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어 그 의의가 크다.

대중문화의 보고이자 다양한 서울미래유산 정보는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문 해설가와 함께하는 미래유산 역사탐방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으니 신청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마을 전체가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이화동 벽화마을 ⓒ변경희

마을 전체가 미래유산으로 지정된 이화동 벽화마을

■ 서울미래유산 – 연극과 문화의 산실 ‘대학로’ 코스 안내
‘혜화역 – 혜화칼국수 – 연우소극장 – 학림다방 – 서울대학병원 의학박물관 – 샘터사옥 – 아르코예술극장 – 아르코 미술관 – 이화동 벽화마을 – 낙산공원’ 등을 둘러볼 수 있다. 전체를 다 둘러보는 데 약 3~4시간 소요된다. 관심 분야별로 묶어 방문하거나 근접한 위치별로 돌아봐도 좋다. 특히 이화동 벽화마을은 마을 전체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낙산공원과 더불어 도성별빛기행을 주제로 야경을 둘러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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