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김치로 하나 된 ‘김장문화제’ 3일

시민기자 김윤경, 방윤희

발행일 2016.11.14. 14:31

수정일 2016.11.14. 17:52

조회 1,417

서울광장 앞, 대형 항아리와 가득 쌓인 배추가 정겹게 느껴진다.ⓒ 김윤경

서울광장 앞, 대형 항아리와 가득 쌓인 배추가 정겹게 느껴진다.

겨우내 온 식구가 함께 먹을 김장을 담그고 나서야, 우리 어머니들은 월동 준비를 다  마쳤다는 듯 든든해 하셨죠. 지난 11월 4~6일, 3일 동안 서울광장 앞은 대규모 `김장문화제`로 한바탕 신명났습니다. 김치 하나로 모두가 하나 된 3일 간의 현장을 시민기자들이 담아왔습니다. 김장박스 가득 김장 김치들이 쌓이는 모습을 보니 올 겨울은 훈훈하고 따뜻한 겨울이 될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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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부터 3일 간 서울광장과 무교로 일대에서 ‘제3회 김장문화제’가 열려 큰 호응을 받았다. 특히 올해는 한일 양국이 첫 연계 개최해 개막식을 서울과 도쿄에서 동시에서 진행했다. 또한 ‘김장, 세계를 버무리다’를 주제로 나눔과 현대적 놀이, 신나는 문화를 더해 여느 때보다 외국인도 많아 보였다. 이제 김장문화제는 세계가 즐길 수 있는 글로벌 축제로 자리 잡았다.

`김장문화제` 첫 날 만든 50여 톤의 김치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되었다. ⓒ김윤경

`김장문화제` 에서 만든 50여 톤의 김치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되었다.

첫째 날 ‘김장나눔’과 ‘서울김장간’

11월 4일 첫 날, 서울광장에선 빨간 앞치마를 한 시민들의 손에서 50여 톤의 김치가 만들어졌다. 김치를 즐겁게 버무린 시민들은 단체 사진을 찍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맛있게 만든 김치는 하얀 박스에 담겨 어려운 이웃에게 보내졌다.

김치 명인의 비법을 배울 수 있는 `서울김장간`코너 ⓒ 김윤경

김치 명인의 비법을 배울 수 있는 `서울김장간`코너

서울광장 오른쪽에 마련된 ‘서울김장간’ 큰 텐트 안에서는 김치 명인이 열심히 시범을 보인다. 또 통역이 배치된 ‘외국인 김장간’에서는 많은 외국인들이 열심히 김치를 만들었다. 외국인들은 스스로 만든 김치를 들고 자랑스럽게 인증샷을 찍는가 하면 운영진에게 김치에 대해 자세히 묻기도 했다. 김치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시민은 명인한테 배워 만든 김치라 맛이 다를 것 같다며 직접 만든 김치를 들고 즐겁게 돌아갔다.

둘째 날 ‘김장난장’

5일, 김치의 대반란이 시작됐다. 다름 아닌 김장을 문화와 놀이로 신명나게 표현한 ‘김장난장’이다. ‘김장난장’은 ‘서울김장문화제’의 둘째 날 진행된 체험프로그램으로, 김장의 전 과정을 현대적인 놀이로 해석한 거대한 퍼포먼스이다. ‘김장난장’에 참가한 시민들은 양손에 고무장갑을 끼고 몸뻬바지를 입고서 서울광장을 신나는 축제의 장으로 물들였다.

고무장갑에 몸뻬바지를 입은 채 DJ의 흥겨운 음악에 맞춰 몸을 풀고 있는 시민들. ⓒ방윤희

고무장갑에 몸뻬바지를 입은 채 DJ의 흥겨운 음악에 맞춰 몸을 풀고 있는 시민들.

DJ의 흥겨운 음악에 춤을 추고 ‘배추’, ‘무’, ‘양념’으로 나눈 팀별로 배추를 빠르게 날라 높이 쌓기 놀이를 하며, 본격적인 김장 준비를 위한 몸을 풀었다. 체면도, 나이도 잊은 시민들은 속이 꽉 찬 배추를 거뜬히 나르며 즐거워했다. 시민들과 어우러진 외국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승부욕이 발동한 기자도 팔을 걷어 부치고, 배추 나르기 대열에 합류하였다. 오늘이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많은 배추를 여러 사람과 함께 나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세 팀으로 나눠 배추 날라 높이 쌓기 놀이를 하면서 몸을 푸는 참가자들. ⓒ방윤희

세 팀으로 나눠 배추 날라 높이 쌓기 놀이를 하면서 몸을 푸는 참가자들.

배추 빨리 날라 높이 쌓기 놀이는 ‘무’팀이 우승을 했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전 세대를 아우르며 배추로 한 마음이 된 시간이었다. 특히 외국인들의 참여는 우리 김치의 우수성과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것 같아 뿌듯했다.

색색의 가루와 함께 김장 버무리기를 위한 공중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 방윤희

색색의 가루와 함께 김장 버무리기를 위한 공중 퍼포먼스가 진행되었다.

몸을 풀었으니 이제는 본격적으로 배추를 버무리는 일이 남았다. 아마 혼자서 배추를 버무렸다면 너무 힘들었을 터. 예부터 김장하는 날은 이웃과 가족 친지들이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묻고, 김치를 나누는 마을의 큰 잔칫날이었다. 그 잔칫날, 배추를 나르고 절이고 삭히는 김장의 과정을 온 몸으로 표현한 한바탕 난장이 펼쳐졌다. 색색의 옥수수 가루가 하늘에서 뿌려져 김치를 버무리고, 몸뻬바지를 입은 공중 퍼포먼스팀이 김장난장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김장! 세계를 버무리다’는 주제가 딱 들어맞는 순간이었다.

김치가 알록달록하게 버무려지자 대형 비닐을 덮어 김장을 마무리 하였다. 여러 사람과 함께해서일까, 김장하는 것이 이렇게 신나고 즐거운 일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음이라면 거짓말 약간 보태 배추 50포기 정도는 거뜬히 담글 수 있을 것도 같았다. 단, 여기서 명심할 것이 있다. 오늘 김장난장에서처럼 집에서 김장을 했다가는 온 방안을 고춧가루 범벅으로 만들어 엄마한테 혼날 수 있으니, 꼭 비닐을 깔고 얌전히 앉아서 김치를 버무리라는 것이다.

셋째 날 ‘함께식탁’

6일, 마지막 날은 주말을 맞아 어린이와 함께 온 가족들이 많이 보였다. 장식인 줄만 알았던 대형 항아리는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에어바운스였다. 아이들은 항아리 안에서 신나게 놀다가 걸리버와 배추벌레 공연에 참가해 모형 배추를 날랐다.

김장날은 아이들에게도 잔칫날이다. 에어바운스, 공연 등 아이들을 위한 코너도 마련됐다.ⓒ김윤경(좌), ⓒ방윤희(우)

김장날은 아이들에게도 잔칫날이다. 에어바운스, 공연 등 아이들을 위한 코너도 마련됐다.

잠시 후 긴 줄이 서울광장에 늘어섰다. 김장을 하고 나서 으레 돼지고기를 삶아 먹듯 ‘함께 식탁’이 열린 것이다. 이번 축제 ‘BIG4’ 중 하나이자 마지막 날 하이라이트였다. 모두 줄을 서서 수육과 겉절이를 받아 들고 큰 식탁에 모여 먹었다.

김치와 수육을 나눠 먹기 위해 줄을 선 참가자들 ⓒ김윤경

김치와 수육을 나눠 먹기 위해 줄을 선 참가자들

“김장 한 날은 돼지고기가 있어야 제격이지” 돈암동에 온 한 시민은 재미있어서 이틀째 김장문화제에 참여 중이라고 말한다. 수육은 원래 천 명 분을 준비한다고 했는데, ‘김장인심’이라고 실제로는 넉넉하게 이천 명 분을 준비했다고 한다. 따뜻한 수육에 갓 담근 김치를 얹으니 입안이 즐거웠다. 마포구에서 왔다는 양한솔 학생은 “단순히 김치 등을 파는 축제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와보니 외국인들도 참여할 수 있고 공연과 체험의 기회가 많아 누가 참여해도 즐거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장 이후 다 같이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하며 축제를 즐겼다 ⓒ김윤경

김장 이후 다 같이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하며 축제를 즐겼다

이번 축제의 백미는 모든 순서가 끝난 후 다 함께 손을 잡고 도는 강강술래였다. 서울광장에 모인 모든 시민이 손을 잡고 큰 원을 만들었다. 할아버지가 어린이 손을 잡고 외국인이 한국인 손을 맞잡았다. “안으로 가세요~ 밖으로 가세요~ 강강술래,강강술래~” 무대 위에서 부르는 강강술래에 맞춰 원은 좁아졌다가 넓어지고 한발씩 옆으로 가기도 했다. “자진모리 장단으로 갑니다. 자, 빨리 갑니다.” 모두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동대문을 열어라`, `문지기 문 열어라` 플래쉬몹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김윤경

`동대문을 열어라`, `문지기 문 열어라` 플래쉬몹을 하고 있는 참가자들

‘동대문을 열어라’ 및 ‘문지기 문 열어라’를 하고 원은 두 개가 되고 여러 개가 되고 놀이는 흥이 올랐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입은 옷과 관계없이 모두 즐겁게 화합하는 자리였다. 김치를 버무리듯 연령과 국적을 떠나 모두 하나가 됐다. “문지기가 지나가는 사람 등 두드리면 1년 동안 건강하다고 합니다.” 사회자의 말에 문지기들은 지나가는 시민의 등을 두드리며 덕담을 나눴다.

흥겨운 김장문화제 3일의 마지막을 알리는 무대 ⓒ김윤경

흥겨운 김장문화제 3일의 마지막을 알리는 무대

김치 플래쉬몹을 마지막으로 “내년 4회 김장문화제 때 만나요”라는 멘트와 함께 김장문화제 3일 간의 막이 내렸다. 김장을 이렇게 즐겁게 한 적이 있나 싶을 만큼 흥겨운 축제였다. 내년에는 가족들과 모두 김치를 담그고 강강수월래를 하러 꼭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가면서도 김치 노래를 흥얼거리며 어깨를 덩실 거리는 젊은이들과 어르신의 모습에서 김치로 하나가 된 모습이 보였다.

요즘은 김장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 시판용 김치를 먹기도 하는데, 김장을 하며 나누는 정겨움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쉽고 빠른 것이 좋다지만, 김치야 말로 숙성되어야 더 깊은 맛을 내듯이 모든 것에는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법이다. 그래서 우리의 김치를 과학이라고 하지 않는가. 잘 익을수록 맛있는 김치의 맛처럼, 다음 번 서울김장문화제가 기대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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