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스페이스 내부

감성저격! 발길 붙잡는 지하도상가 인테리어 소품샵

올드스페이스 내부 인테리어 좀 즐겨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꾸미는 재미 이전에 찾는 재미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꾸밀 것인지 구상했다면, 이제 구상한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지 그 ‘무엇’을 찾아 나서보자. 아! 소풍가는 설레는 마음으로 운동화 끈 단단히 매고, 강남터미널지하도상가를 샅샅이 뒤져보자. 형제갤러리 전경 이국적 소품의 끝판왕 ‘형제갤러리’ 음악에 제3세계 음악이 있듯이 인테리어 소품에도 제3세계 소품이 있다. 웬만큼 독특한 디자인의 소품이 아니고서는 형제갤러리 제품의 이국적이고 특별한 분위기 앞에선 명함 내밀기 힘들 듯하다. 핸드메이드 빈티지 가구와 목각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데, 특히 핸드메이드 목각 제품들이 이색적이다. 기린, 토끼, 얼룩말, 부엉이, 개구리 등 동물류를 비롯해 스파이더맨, 피노키오, 슈퍼맨 등 유명 캐릭터까지 셀 수 없이 다양한 아이템을 구경하고 있노라면, 마치 목각 인형 박물관에 견학 온 기분이 들 정도다. 제품은 대부분 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수입한다. 빈티지 가구 역시 형제갤러리의 간판 상품이다. 전문 가구 디자이너가 수제로 제작하며, 빈티지한 질감과 색감이 강렬해 포인트 가구로 놓기에 딱이다. ○ 가격대 : 평균 20,000~30,000원대 ○ 주소 : 서초구 신반포로 지하 200 강남터미널지하쇼핑몰 B-116호 ○ 문의 : 02-536-6260 투르크와즈 전경 터키 전통 디자인의 강렬한 매력 ‘투르크와즈’ 터키에서 직수입한 핸드메이드 브랜드다. 투르크와즈는 터키석, 터키옥색, 또는 청록색을 뜻한다. 화려한 색채의 터키 전통 문양을 입힌 컵받침과 냄비받침을 비롯해 집안 분위기를 화사하게 업그레이드해줄 화병, 그리고 유리에 조각조각 패턴을 더한 앤티크한 분위기의 모자이크 조명,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수놓은 패브릭 쿠션 등 어디서도 구하기 힘든 터키 스타일의 희귀 소품들이 가득하다. 예술 작품으로 보아도 손색없을 만큼 모든 제...
인생디저트

을지로 지하도상가서 즐기는 달콤한 디저트로드

다양한 종류의 파파도나스 도넛(좌), 갓 구워낸 요거트 팡도르(우) 직장인들이 밀집된 을지로. 직장인들의 고된 피로를 녹여 줄 다양한 디저트 점포들이 지하도상가를 가득 채우고 있다. 바쁜 시선과 둔해 진 입맛을 사로잡는 디저트의 달콤함. 잠깐의 휴식을 맛있는 낭만으로 채워줄 을지로지하도상가의 오감만족 디저트 점포를 소개한다. 어디로 가든지, 무엇을 먹든지, 당신의 마음은 달달하고 상큼한 위로를 얻게 될 것이다. 추억과 정성으로 만드는 도넛 파파도나스 시장길 귀퉁이에서 팔던 도넛을 기억하는가. 기름에 자글자글 튀겨내던 동그란 도넛. 우리는 그 달콤한 추억 덩어리를 ‘도나스’라고 부르곤 했다. 퇴근길 아빠 손에 들려 있던 도나스 한 봉지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둘러앉기도 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원일 셰프와 함께하는 파파팀이 론칭한 파파도나스는 ‘아빠 손에 들려 있던 가족의 사랑’을 모티브로 한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이대 본점에 이어 올해 초 을지로지하도상가에 분점을 냈다. 공동대표인 김주영 셰프가 운영하며, ‘도넛은 저렴한 즉석 간식’이라는 편견을 깬 프리미엄 도넛을 지향한다. 유기농밀가루와 100% 우유버터를 사용해 반죽하며, 당일 생산, 당일 판매를 원칙으로 신선함까지 입혔다. 또한 파파도나스는 1차, 2차의 발효를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튀겨진다. 도넛 하나를 만드는 데 2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셈. 추억과 정성으로 완성한 파파도나스의 쫄깃한 도넛에 하루의 피로가 사그라진다. ○가격대 : 도넛 한 개에 1,800~2,500원대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 지하88, 을지로2구역 지하쇼핑 을특 1-2호 ○Open-Close : 오전 7시-오후 8시 ○문의 02-3789-8508 이탈리아에서 온 디저트의 황제 안동참마명과 팡도르 지상에서 군림하던 디저트의 황제가 지하로 영역을 넓혔다. 지난해 12월 고일용 대표가 오픈한 안동참마명과 팡도르다. 팡도르(pain D’or)는 프랑스어로 ‘빵’이라는 뜻의 pain과 ‘황금’이라는...
양복

종로4가 지하상가 ‘벤츠양복점’의 40년

옷이 날개란 말이 있다. 영어로는 ‘The tailor makes the man’이다. 그렇다. 남자의 완성은 수트. 오죽하면 영화 아이언 맨의 토니스타크가 아이언 맨이 되는 붉은 갑옷까지 수트라 불릴까. 소년에서 남자로,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남자이고 싶은 사람을 위하여. 장인이 한 땀 한 땀 직접 만들어주는 맞춤복을 만날 수 있는 벤츠 양복점을 소개한다. 종로4가 지하도상가 ‘벤츠 양복점’ 송광용 대표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네 시 무렵, 가봉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부자가 벤츠 양복점을 찾았다. 칠순을 넘긴 아버지와 40대 중반의 아들, 1970년대부터 벤츠 양복점을 찾았다는 이들은 철이 바뀌어 평상복을 맞추러 왔다고 했다. 차례로 시침질로 재단한 원단을 이어 붙여 만든 가봉 옷을 입어본 부자 위로 송광용 대표는 돋보기안경을 쓰고서 마지막으로 치수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처음 매장을 방문해 치수를 재고 원단을 고른 후 가봉 단계를 거쳐 한 벌을 완성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3주. 이제 가봉 과정이 마무리되었으니 봉제 작업에 들어간 후 섬세한 손놀림으로 단추 달기와 안감 마감 등의 수작업을 마무리 지으면 완성이다. 40년 경력의 마스터 테일러 송광용 대표가 운영하는 벤츠 양복점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된 단골들이다. 옷을 정말 좋아하는 멋쟁이 손님 몇몇은 1년에 20벌 가까이 양복을 맞추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가장 주문이 많은 시기는 환절기로 특히 가을에서 겨울 넘어갈 무렵 손님이 많다. 한여름은 날이 더워서인지 가장 여유로운 기간이다. 단순한 재봉틀 작업을 제외하고 간단한 손바느질부터 단추 하나 다는 일까지 약 600 공정에 달하는 과정을 송 대표는 모두 혼자서 감당한다. 그만큼 많은 양의 주문을 감당할 순 없지만, 심사숙고해서 하나의 예술작품을 만드는 마음가짐으로 한 벌 한 벌에 정성을 다한다. 기본적으로 벤츠 양복점의 모든 옷은 1인 1 패턴으로 원단 선택부터 깃의 모양까지 모두 손님이 원하는 대로 ...
타임브릿지

꼭 한 번 들러볼 만한 지하상가 속 ‘그 곳’

뭉친 근육, 널 어쩌면 좋니 - 타임브릿지 일과 중엔 컴퓨터를, 퇴근할 때는 스마트폰을 쳐다보느라 목이 거북이처럼 변해버린 당신에게 필요한 건? 간단하다.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무언가다. 이곳에 당신을 우락부락한 몸짱으로 만들어줄 운동기구는 드물다. 하지만 허리 마사지 기구, 안면 마사지 기구, 목 마사지 기구 등 굳어버린 근육을 한방에 녹여줄 아이템들이 가득하다. 물론 당신의 거북목도 원상복구 가능하다. 실제로 한 손님의 경우 목 마사지 기구를 구매한 지인에게 직접 소개를 받고 와서 한 번에 70개를 구매해 갔다고. 간단한 기구 외에도 타임브릿지에는 비타민, 에코컵 홀더, 옷에 붙은 먼지를 제거하는 솔까지 마치 TV 속 홈쇼핑 방송에 들어온 것처럼 사놓으면 집안의 누군가가 어떻게든 쓸 것 같은 제품들이 가득하다. 참고로 타임브릿지는 시니어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출범한 (주)시니어허브의 안테나 매장으로, 60세 이상의 시니어들이 운영하고 있다. 마치 ‘역시 이 나이까지 살아보니 건강이 제일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같다. 몸 여기저기가 찌뿌둥한가? 아니 지금 당장 뭉친 근육이 없어도 괜찮다.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싶어 하나 둘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꼭 하나 손에 들고 나오게 되는 곳, 오늘도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면 퇴근길에 꼭 한 번 들러보길. ○ 주소: 서울시 중구 을지로 지하 88 을지스타몰 을특14호 ○ 문의: 02-2269-7101 쌓인 일도 식후경이다 - 1982 ‘잠이 보약이다’라는 말이 아침을 먹을 필요가 없다는 걸 의미하진 않는다. 하지만 찰나의 꿀 같은 잠을 연장하는 동시에 아침밥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 밥과 잠,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을 방법 어디 없을까? 정답은 지하에 있다. 을지입구지하도상가에 있는 1982는 매일 매일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컵밥과 떡볶이를 판매한다. HACCP 인증을 받은 국내산 식재료만 사용하는 것은 물론, 그날 만든 음식은 당일에만 판매한다. 참고로 상호가 ...
모자

모자와 지하도상가의 공통점은?

시티스타몰 ‘밀라노’ 류용복 대표 예로부터 젠틀맨의 상징이던 중절모, 화가의 아이템에서 최근 현역 군인들의 머리 위에까지 얹힌 베레모. 부족한 외모를 커버하는 용도로 설명하기에는 모자에 깃든 멋이 너무도 깊다. 을지로 지하도상가의 초입인 시티스타몰에 위치한 모자가게 ‘밀라노’는 그래서 시민들의 시선이 머물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시절에 따라 유행도, 환경도, 인기도 변하는 법. 20년이 넘도록 이곳에서 모자, 그리고 지하도상가의 명암과 함께하고 있는 류용복 대표를 만났다. 모자만을 취급하시는 게 신선합니다. 언제부터, 어떻게 모자 상점을 하게 되셨나요? 시작한 건 1992년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가죽점퍼나 서류가방, 여행 가방 등을 판매하려고 가게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점퍼를 진열하려면 마네킹이 있어야 하잖아요? 마네킹을 장식하느라 시장에서 모자를 가져다가 마네킹에 씌웠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모자를 살 수 없겠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때부터 모자도 판매하기 시작했어요. 어찌 보면 우연히 시작하게 되신 거네요. 그렇죠. 사실 저는 전문 지식도 없었어요. ‘이태리상사’라는 모자 전문 업체가 있었는데, 당시 유명 백화점에 입점되기도 했고 본사는 남대문에 있었거든요. 지인을 통해 그쪽 관계자를 알게 되어서 그곳 모자를 많이 가져다가 판매했어요. 그러다 보니 도매상에도 다니게 되고, 공장에서도 자기네 물건도 팔아달라고 연락이 왔죠. 1994년에서 1995년쯤부터 모자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게 되었어요. 이곳 시티스타몰에는 어떻게 자리 잡게 되셨나요? 그때는 새서울지하도상가였어요. ‘새서울지하도상가-시청지하도상가-시티스타몰’로 개명이 여러 번 됐죠. 1968년에 지하도가 생긴 것으로 아는데, 이 길은 2호선이 생기면서 만들어진 거예요. 83년인가 84년인가에 생긴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같은 상가의 중앙만 제일 오래된 곳이고요. 을지로는 전역이 이렇게 2호선이 생기면서 같이 조성된 거예요. 어쨌든 제가 여기 들어온 지는 25년 정도 되었어요. 당...
커피

요정이 볶아주는 커피의 묘약에 빠져들다

을지입구지하도상가 ‘카페 브리이에’ 최태임 대표 수많은 직장인이 아침저녁 정신없이 오가는 을지입구지하도상가. 다들 약속이나 한 것처럼 그들의 손엔 언제나 테이크아웃 커피 잔이 하나씩 들려있다. 출근길에, 점심 먹고 들어오면서, 피하고만 싶었던 야근을 마주할 때 커피가 없는 모습은 상상하고 싶지 않다. 맛있는 커피를 바라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커피 한 잔에 기분 좋은 웃음까지 얹어가고 싶다면? 카페 브리이에, 그곳에 당신을 커피의 마법에 빠지게 할 요정이 살고 있다. 카페 브리이에, 이름이 무척 독특하네요. 무슨 뜻인가요? 브리이에는 빛나다, 반짝이다는 뜻의 불어 ‘briller’에서 온 이름이에요. 졸리고 피곤할 때 커피를 한 잔 마시면 눈이 반짝이고 그 순간이 마법같이 느껴지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반짝이는 마법의 가게라는 컨셉으로 카페 브리이에를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는 기분이 좋아지는 커피를 볶아주는 커피 요정이고요. (웃음) 요정이 볶아주는 커피라고 하니까 맛이 굉장히 기대되는데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우선 카페 브리이에는 매일매일 다른 8가지 종류의 원두로 만든 커피를 제공해요. 커피처럼 향이 잘 느껴지는 음료가 없는 만큼 다양한 향과 맛을 손님에게 알려드리고 싶더라고요. 쿠체레, 예가체프, 시다모,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안티구아, 인도네시아 만델링, 킬리만자로 등이 있고 오늘의 원두는 니콰라가예요. 로스팅과 블렌딩 역시 직접 하고 있는데요. 모두 생두를 들여와 매장 안에서 전기 반 열풍으로 볶은 원두와 제가 집에서 직화로 볶은 원두를 섞어서 사용한답니다. 종류가 정말 다양하네요. 처음 들어보는 이름도 많고요. 직접 로스팅을 해서 얻는 장점은 뭔가요? 똑같은 원두도 어떻게 볶느냐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지는 만큼 온도와 시간을 조절해가면서 제가 원하는 맛을 낼 수 있어요. 전기 반 열풍 로스터기의 경우 시간만 설정하면 돼서 초보자도 다루기 쉽지만, 직화 로스팅의 경우 자기 감으로 해야 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냄새도 다른데요....
지하상가

지하 속 비밀상점 ‘다모아 선물코너’

이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선물이 다 모였다_다모아 선물코너(을지스타몰) ‘끼이익’ 몇 십 년은 된 것 같은 무거운 나무문을 간신히 밀고 들어가면 8와트 전구 하나만이 가게 안을 밝히고 있다. 어렴풋한 불빛 아래로 먼지 쌓인 장식물이 하나둘씩 그 모습을 드러낸다. 금방이라도 살아날 것 같은 박제된 엘크 아래로 돋보기안경을 고쳐 쓰며 의자에 앉아있던 주인 아저씨가 인심 좋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묻는다. “어서 오세요,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궁금한 건 뭐든지 물어보세요.”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나의 물건이 될 거란 게 판타지 소설 속 용사가 모험을 떠나기 전 장비를 보충하기 위해 들릴 것만 같은 곳.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비밀의 상점과 달리 이곳은 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찾아갈 수 있다. 어두컴컴한 실내부터 먼지 쌓인 물건과 인심 좋아 보이는 주인 아저씨까지 모든 것이 똑같다. 아, 물론 나무문은 없다. 여기는 지상에서 아래로 난 20개짜리 계단을 얼추 세 번 지나면 나오는 지하도상가니 말이다. Since 1995. 시작은 팬시점이었다. 간단한 문구류와 필기류를 팔던 상점은 20여 년에 걸쳐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아우라를 지닌 골동품 가게로 변했다. 그 계기는 장우천 대표가 머리도 식힐 겸 떠난 첫 해외여행이었다. 평소에도 여행을 좋아했던 그는 우연처럼 운명처럼 필리핀에서 소품을 생산하는 회사를 방문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건 창고 한가득 쌓인 일명 B급 제품들. 충분히 괜찮은 상태였지만 약간 금이 갔다는 이유로, 칠이 조금 잘못된 죄로 모두가 소각처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즉시 현지인과의 협상을 통해 창고에 쌓인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에 거저 얻다시피 모두 들여왔다. 순간의 충동이 아닌 본능적인 ‘촉’에 따른 선택의 결과는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이윤을 많이 붙이지 않아도 매출은 급성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계속해서 확장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경기가 호황인지라 뭘 가져다 둬도 잘 팔리는 시기였다. 이후 ...
유리 공예

지하를 반짝이게 하는 ‘시미지미’

유리로 그리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그림_시미지미(을지스타몰) 한없이 펼쳐진 드넓은 설원, 붉은 스웨터를 입은 단발머리 여인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연인을 향해 한껏 소리를 높여 안부를 묻는다. 수많은 광고와 패러디로 다시 태어난 이 장면은 영화 ‘러브레터’ 속 백미이자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익숙한 장면이다. 벌써 개봉 20주년을 넘긴 이 영화는 훗카이도 서부의 작은 도시 오타루를 배경으로 한다. 그리고 오타루 시는 설원만큼이나 유리 공예로 유명한 유리 공예의 고향이기도 하다. 유리 공예, 반짝이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이름 영화 ‘러브레터’ 속에는 여주인공의 곁을 지키며 그녀의 새로운 연인 자리를 넘보는 이가 나온다. 유리 공예 장인인 그는 어깨에 기다란 쇠파이프를 두르고 섭씨 1,000도를 넘나드는 용광로 속에서 녹은 유리를 엿가락처럼 자유자재로 다루며 작품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절로 감탄을 자아내는 그 모습이 유리 공예의 전부는 아니다.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숙련되기도 쉽지 않은 유리공예. 그래서인지 국내에서는 다루는 학과도 전문가도 얼마 없다. 그중 을지로 지하도상가 한쪽에 자리 잡은 ‘시미지미’는 스테인드글라스 기법을 중심으로 다양한 유리 공예 작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전문 공방이다. 간단한 액세서리부터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조명, 물감 위에 겹겹이 유리를 얹어 원근감을 준 그림 작품까지 모두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들이다. 일반 손님들이 많이 구매하는 건 1, 2만 원대의 저렴한 액세서리 종류지만 유리 공예의 매력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스테인드글라스로 만들어진 조명에 눈이 간다. 중세시대 성당이나 교회 건물에 많이 사용되었던 스테인드글라스는 일종의 색유리 조각으로 퍼즐을 맞추는 작업이다. 과정은 이렇다. 먼저 도안을 만든 후 다이아몬드 칼로 모양에 맞춰서 정확히 유리를 잘라낸다. 꼭 맞아 들어간 조각의 경계선을 동테이프로 감아 납땜을 하면 유리 조각이 조금의 틈도 없이 달라붙어 충격을 견디는 힘이 생긴다. 모양...
계단

오늘 나의 산책코스는 지하다

과열된 삶을 식히는 거리 2.8km 시청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2.8킬로미터. 따가운 햇빛과 도심의 소음을 벗어나 지하도상가로 이어진 길을 걸었다. 도심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때, 아래로 난 계단이 보였다 너 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바쁘게 돌아다니는 도시 생활. 과열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느끼고 싶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훌쩍 떠날 수는 없는 노릇. 거창한 여행이나 멋진 자연경관이 아니어도, 매연과 소음이 없는 곳에서라도 잠시 걸을 순 없을까. 높은 빌딩과 정신없이 지나다니는 자동차들 사이에 트여있는 시청 광장은 겨울엔 스케이트장으로, 여름엔 푸른 잔디밭으로 시민을 맞이한다. 꽉 찬 도시 속에 조그맣게 찍힌 푸른 점. 이곳 지하에 도시의 바쁨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길이 있다. 시청 광장 지하에서 시작하는 이 길을 통하면, 한 번도 지상으로 나가지 않고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까지 걸을 수 있다. 도착지점이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과도 연결되어 있어 시청역부터 2호선을 따라 네 정거장 정도 걷는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길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 지하도상가인 탓에 1시간 정도의 도보가 마냥 지루하진 않다. 이미지클릭 크게보기 ‘을지’는 을지문덕 장군의 그 을지가 맞다 시청 광장 지하부터 지하철역 2호선 을지로입구역까지 이어진 지하도상가는 현재 시티스타몰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구둣가게부터 헌책방까지 다양한 가게들이 들어서 있는 이곳을 10분 정도 걷다 보면 어느새 을지로입구역에 도착한다. 조선 시대까지 ‘구리개’로 불리던 을지로는 이후 ‘황금정’이라는 이름을 가지기도 했지만, 1946년 일본식 동명 정리 사업에 따라 을지문덕 장군의 성씨인 ‘을지’를 따서 지금의 지명을 얻었단다. 을지로입구역을 오던 방향으로 지나다 보면 을지입구지하도상가에 들어서게 되는데 오던 길에선 보지 못했던 사무기기 용품점이 몇 군데 보인다. 지상에 사무실이 많이 위치한 이곳은 20년 전쯤만 해도 사무기기 용품의 전문 상가라고 할 만큼 해당 품목을 취급하는 상점이 많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