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한 공간이 돋보이는 기억의 터 전경. 남산공원으로 연결되는 돌계단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에서 그들을 기억하다

최근 일본군 위안부 후원금 사용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오해를 풀고 시비를 제대로 가리는 일은 간과할 수 없겠으나 결코 위안부 인권운동을 제약하려는 빌미로 악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즉시 성찰하고 흔들림 없이 위안부 인권운동에 매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퍼뜩 떠오른 곳이 있었다. 며칠 전 모처럼 중구 예장동 남산 기슭에 있는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를 다시 찾았다. 기억의 터는 일본 제국주의 강점 치하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치욕과 굴욕의 역사를 각인하자는 뜻에서 마련된 공간이다. 지난 2016년 8월 29일 각계의 뜻 있는 분들이 힘을 모아 서울시의 협조로 조성되었다. 기억의 터가 자리한 곳은 일본 통감관저가 있던 곳이고 1910년 8월 22일 이완용과 테라우치 일 통감이 한일병탄조약을 체결한 국치의 장소이기도 하다. 명동역 부근 언덕길 '나비로’에 노란나비 모양 기억의터 안내 표식이 설치되어 있다. ©염승화 기억의 터를 가려고 지하철 명동역 1번 출구로 나왔다. 이곳에서 기억의 터까지는 걸어서 약 10분 거리다. 남산 방면으로 이어지는 언덕길에 이르자 길가 축대에 부착되어 있는 생소한 조형물들이 눈에 띄었다. 노란나비 모양을 한 기억의 터 안내 표지들이다. 길 맞은편 벽면도 마찬가지다. ‘할머니들이 살아온 역사보다 더 힘들지 않은 오르막’, ‘노란나비는 총 몇 마리일까요?’ 등 화살표 방향 표지에 적힌 문구들과 그림들을 천천히 살펴보며 이른바 ‘나비로’로 불리는 언덕길을 올랐다. '노란나비를 따라서 할머니들을 만나러가요' 소방재난본부 앞 거리 안내 표식©염승화 기억의 터 앞 좌우에는 마치 문지기처럼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노거수가 우뚝 서 있다. ©염승화 남산공원에 들어서면 곧바로 목적지인 기억의 터가 눈앞에 보인다. 공원 초입 좌우에는 은행나무와 느티나무 노거수 두 그루가 신록 울창한 이파리로 숲을 가득 이룬 채 우뚝 서 있다. 수령 400년이 훨씬 더 된 보호수들이다. ...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유서깊은 정동길과 고종의길에는 아름다운 풍광도 늘 함께 한다.

느리게 걸으면 더 좋은 ‘정동길과 고종의 길’

노랗게 물든 정동길 주변 ⓒ염승화 종로 새문안로에 있는 서울역사박물관에 들린 뒤 발길이 자연스레 향한 곳은 길 건너편 동네다. 그곳은 다름 아닌 정동길. 이 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서울시 걷고 싶은 거리 1호이기도 하고, 낙엽 쓸지 않는 길로도 지정된 핫 플레이스다. 어디 그뿐인가. 정동길은 인근 고종의길과 더불어 ‘역사, 문화의 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이 길을 지나는 동안에는 그에 상응하는 건축물들이나 조형물들을 여럿 마주하게 된다. 이 두 길을 세트로 한 데 묶어 걷기로 한 것은 지난 주말 오후다. 2015년 서울지역 고등학생들이 세운 평화의 소녀상 ⓒ염승화 정동사거리에서 새문안로와 잇닿아 있는 정동길로 들어선다. 정동교회 앞 사거리까지 약 500m가 이어진다(대한문까지 약 300m는 덕수궁길 돌담길과 중복되기에 생략함). 절기로는 진즉 겨울임에도 입구부터 주변 가로수들이 여전히 붉고 노란 단풍 빛을 잔뜩 발하고 있다. 이 길로 들어서자마자 만나게 되는 의미 깊은 곳은 성프란치스코수도원교육회관이다. 천주교 신자들의 피정지이나 최근에는 그 앞에서 성 프란치스코 두상 등 색다른 조형물을 볼 수 있기에 더 기억에 남는다. 일본 위안부 만행과 피해를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도 세워져 있다. 이 상은 2015년 서울지역 고등학교 학생들이 뜻을 모아 세운 ‘고등학생들이 함께 세우는 평화비’다. 잠시 그 주위를 둘러보며 추념의 시간을 가져본다. 정동길 보호수 '정동 회화나무' ⓒ염승화 조선시대 임금의 어필을 보관하던 어서각(御書閣) 터이기도 한 ‘교육회관’에서 100m쯤 더 내려가면 왼쪽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다. 살짝 비탈이 진 쪽 골목으로 조금 올라가면 고종의길로 연결되는 정동근린공원이 나온다. 공원으로 가기에 앞서 길모퉁이 캐나다대사관 앞에 우뚝 서 있는 ‘정동 회화나무’를 만난다. 이 나무는 560살이 넘는 웅장한 고목이다. 높이가 17m이고 둘레 5.16m에 달하는 대단한 위용을 과시한다. 정동의 과거...
아름다운 도심 공원 같은 약현성당의 이즈음 풍광

단풍 명소로 입소문 난 중림동 약현성당 가보니…

지난 주말 고가 정원인 서울로 7017에 갔다가 내려선 곳은 서울역 서부교차로다. 그곳은 중구 청파로와 충정로가 마주치는 세 갈래 길. 이내 중림동 삼거리 방면으로 방향을 정한 뒤 발길을 옮긴다. 염천교 수제화 거리와 서소문 역사공원 등의 볼거리들이 퍼뜩 떠올랐기 때문이다. 터벅터벅 연변을 따라 5분 쯤 걸으니 청파로와 칠패로가 만나는 지점이다. 그곳 중림동 삼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염천교 방면으로 향한다. 하지만 횡단보도를 건너자마자 다시 되짚어 제자리로 돌아간다.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길을 건너다가 뒤편 야트막한 언덕 위 어느 건물 위로 눈길이 꽂힌 탓이다. 그곳은 다름 아닌 약현성당이다. 풀 네임은 천주교 서울대교구 중림동 약현성당. 사적 제 252호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성당인 약현성당의 아름다운 가을 전경 ⓒ염승화 약현성당은 19세기 말(1893년) 우리나라에서 서양식으로 처음 지은 성당이다. 한국 천주교 본산인 명동성당보다도 6년이나 앞서 지어졌다고 한다. 벽돌로 지은 최초의 근대식 교회 건축물로서나 역사 의미로서나 그 가치가 두루 높기에 1977년 이래 사적 제 252호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그만큼 유명하고 소중한 곳이리라. 그동안 소문으로만 들어오던 곳을 막상 맞닥뜨리고 나니 궁금증과 호기심이 일어 망설임 없이 성당 정문을 들어선다. 약현성당 기도동산으로 오르는 한갓진 숲길이 단풍으로 곱게 물들었다 ⓒ염승화 약현성당 전망 데크에서 바라본 남대문과 서울도심 모습 ⓒ염승화 성당은 입구부터 제법 가파른 언덕을 올라야 한다. 약현이라는 이름도 사실 약초가 많은 언덕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본당이 있는 곳까지는 이 비탈을 따라 똑바로 갈 수도 있고, 왼쪽에 나 있는 숲길로 들어서도 된다. 축대로 이어진 심심한 경사보다는 알록달록 단풍물이 곱게 든 후자를 택한다. 이 길은 ‘14처 기도동산’, 일명 십자가의 길로 불리는 매우 좁은 길이다. 길 양측에는 군데군데 예수와 관련된 비석들이 마치 조형물처럼 서 있기에 깊은 인상을 준다....
나무계단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서울 도심과 남산의 가을

서울 한양도성 순성과 함께 하는 절정의 남산 단풍 탐방

서울의 자연 보고인 남산은 가을 단풍이 아름다운 곳으로도 유명하다. 흔히 남산둘레길로 불리는 북측순환로의 단풍은 대한민국 어느 곳에 견주어도 손색없다고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 단풍길’로 추천된 그곳에서는 ‘걷기 대회’ 등 크고 작은 행사가 자주 열린다. 지난 11월 2일에는 그 일대에서 ‘남산둘레길 축제-가을을 걷고, 가을에 머물다’가 개최되기도 했다. 남산 단풍은 늦은 가을 11월 중순 너머까지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남산의 가을이 더욱 빛나 보이는 것은 단지 단풍만이 아니라 남산을 지나는 서울 한양도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이를테면 자연과 고풍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나 할까! 2019년 남산 가을의 진면목을 확인하러 길을 잡은 것은 지난 일요일 오후. 이른바 한양도성 순성을 통한 단풍 탐방에 나섰다. 기자가 향한 곳은 남산과 도성이 만나는 곳, 남산 혹은 목멱산 구간으로 불리는 지점이다. 그 거리는 중구 장충체육관 부근과 백범광장 사이를 잇는 4.2km쯤이다. 휘적휘적 걸어가면 3시간 정도 걸리지만 꼼꼼히 살피고 음미하면서 이동한다면 반나절은 족히 걸린다. 남산구간 들머리 구간 장충체육관과 붉게 물든 주변 풍광이 아름답다 ⓒ염승화 들머리는 장충체육관 뒷길로 정한다. 지하철 역사(동대입구역)가 코앞이라 접근하기가 수월한 지점이다. 이쪽이든 저쪽이든 출발지는 당연히 탐방객 각자의 취향대로 정하면 된다. 장충체육관 쪽으로 들어서면 남산 정상까지 약 3km 대부분을 오르막으로 가야한다. 비탈이 많고 맨땅도 지나게 되니 되도록 운동화 착용을 권장한다. 신라호텔 정원을 끼고 가는 내부 순성길 ⓒ염승화 성벽을 중심으로 바깥쪽 도심 풍경을 볼 수 있는 외부 순성길 ⓒ염승화 장충체육관 뒷길부터 조망 명소로 알려진 산 능선 팔각정까지 약 1km는 성벽 안쪽으로 나 있는 내부 순성길과 바깥쪽 외부 순성길 둘 다 진입이 가능하다. 서울 동쪽 동네의 조망은 물론이고 성벽을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지는 서로 상반된 풍경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