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잡은 손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 ‘마주 잡은 손’

아이를 업은 소녀 서울시 홍보대사 ‘이광기의 포토에세이’ (4)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선물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며, 또 크리스마스도 가까워오고 자연스럽게 선물을 고르게 되는 요즘입니다. 선물을 받는 일, 또 주는 일, 뭐든 즐겁고 행복한 일이죠. 연말연시 고마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선물을 준비하다 불현 듯 한 사람이 떠오르네요. 아프리카 봉사를 따라온 문형태 작가 2014년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후배 문형태 작가와 함께 아프리카 봉사를 갔었습니다. 첫 해외 봉사활동이 멀고 먼 아프리카라니... 처음에는 ‘힘들다’, ‘괜히 따라왔다’ 하던 동생이 하루하루 아이들과 교감을 쌓아가더니, 마지막 날, 결국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후배는 무릎에 앉아있던 아이가 자기의 손가락 한마디를 잡는 순간 눈물이 났다고 말했습니다. 아프리카 봉사 당시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있는 문형태 작가 난 그에게 말했어요.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너의 가슴에 나눔의 사랑이 자리하기 시작한 거라고. 아이들과 미술수업도 하며 그곳에서 추억을 한 장, 한 장 쌓아갔습니다 문형태 작가 그림 비록 5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 이 동생은 그때 한 소년이 잡아준 작은 손의 온기를 기억한대요. 그 온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나눔을 실천하면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행복을 그려주는 화가로 성장했습니다. 마주잡은 손 날씨도 춥지만 마음까지 추워지는 요즘, 따뜻한 온기가 있는 당신의 손으로 또 다른 누군가의 손을 한 번 따뜻하게 잡아주세요. 연말연시, 이보다 큰 선물이 어디 있을까요? 마주 잡은 손이 전하는 따뜻한 사랑을 영원히 기억할게요! 연기자이자, 최근에는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서울시 홍보대사 이광기 씨가 격주 매주 목요일(발행일 기준) '포토에세이'라는 칼럼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그의 사진을 통해 팍팍한...
엄마와딸ⓒ시민작가 이택근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에 대해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상대와 내가 분리된 존재임을 깊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상대가 내 속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나와 분리된 아주 독립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그에게 어찌 감사한 마음이 안 들겠는가. -- 김혜남 《나는 정말 너를 사랑하는 걸까》 중에서소설가 김별아의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 126거칠고 모진 세상에서는 상처 입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지 않다. 치명상이 아니더라도 찰과상을 입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내상을 입는 경우까지 포함한다면 말이다. 상처 입은 사람들은 서로에게 상처 입힌다. 서로를 사랑한다고 믿는, 사랑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가족들끼리도 마찬가지다.부모에게서 학대와 방임을 당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와 반대로 자식에게서 상처 입는 부모들도 있다. 흔히들 한국보다 10년쯤 앞선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는 일본 사회에서는 이미 몇 해 전부터 ‘가정 폭력’이라는 용어가 남편이 아내에게가 아닌, 자식이 부모에게 행하는 폭력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고 있다 한다. 언론의 뉴스거리가 될 만큼 대단한 사건 사고가 아닐지라도 평범한 사람들도 비밀히 아프다. 제대로 사랑하지 못해서 아프다. 사랑해서 아프다. 그리고 여전히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괴롭다.명절이면 고속버스터미널에는 귀향할 때의 짐보다 더 많은 꾸러미들을 주렁주렁 매단 사람들과 그들을 배웅하러 나온 사람들이 가득하다. 언젠가 그곳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어머니와 딸의 관계로 보이는 두 사람을 보았다. 그들은 주변 사람들 때문에 큰 소리를 내서 싸우진 못했지만 분명 심각하게 다투고 있었다. 특히 딸이 어머니에게 무언가 크게 화가 난 듯 입술을 깨물며 부릅뜬 눈으로 노려보다가 갑자기 짐 보따리를 낚아채 자리를 떠나버렸다. 어머니는, 그 늙은 몸과 낡은 표정의 여자는 딸이 떠난 자리에 빈손으로 선 채 울었다. 그리고 나는 기다리던 서울행 버스에 승차했을 때, 젊은 몸을 가졌으나 낡은 ...
한강 메세지ⓒ뉴시스

못나면 못난 대로 잘나면 잘난 대로…

자신의 못나고 부정적인 면을 사랑하게 되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 우선 정신 에너지가 두 배로 강해집니다. 그동안 내면의 부정적인 영역을 억압하는 데 사용되던 정신 에너지가 창조적인 쪽으로 전환됩니다. 몸과 마음이 더욱 활기차게 되고, 업무에서도 더욱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진심으로 타인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동안은 당위적 덕목으로서 휴머니즘을 실천해왔다면 이제는 공감적으로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외부로 투사되어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게 했던 그 모든 부정적인 요소들이 실은 자신의 모습이었음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김형경 《천개의 공감》중에서 소설가 김별아의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 74 소싯적에 까칠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나는 '자기를 사랑하라'는 말의 뜻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몇몇 가지 내가 통제하고 조절해서 결과물로 내놓는 일들에 대해서는 그럭저럭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들이 모르는, 기를 쓰고 감추어서 용케 숨긴 나의 단점까지 인정하고 사랑하기란 아무래도 힘들었다. 나는 그렇게 못마땅한 자신을, 부끄러운 '진짜 나'를 은밀하고도 열렬하게 미워했다. 후일 많은 상처를 입고 그 상처가 흉터가 되어 아물어가면서 비로소 깨달은 것은, 사랑은 본디 `Doing(행위)`이 아니라 `Being(존재)`에서 비롯되며, 그래야 마땅하다는 사실이다. 나, 혹은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가 이러이러한 일을 (잘)해서 사랑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못나면 못난 대로 잘나면 잘난 대로 바로 그곳에 (살아)있기 때문에 사랑스럽다는 것! 소설가 김형경의 말대로 "자기를 사랑하라"는 것은 곧 "자기의 긍정적인 면뿐 아니라 부정적인 면까지 모두 사랑하라"는 뜻이기에. 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우선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Doing(행위)`를 평가하는데 쏟는다. 외모와 성적과 키와 학벌과 직업과 하다못해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우리 주변에는 우리의 행위, 그 중에서도 ...
ⓒkichune

나를 아는 가장 아프지만 좋은 방법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대단히 과장된 얘기다. 사랑에 빠지는 것은 상대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라는 두려움 45퍼센트와 이번에는 그 두려움이 무색하게 되리라는 광적인 희망 45퍼센트, 거기에 소박하게 사랑의 가능성에 대한 여린 감각 10퍼센트를 더하여 이루어진다. --페터 회(Peter Hoeg)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중에서 소설가 김별아의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 61 한겨울에 읽기에 적합한 소설,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을 뒤적이노라면 한여름에도 서늘해진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북구(北歐), 그 이름만으로 신비로운 그린란드의 냉기와 차가운 이성이 추리라는 장르와 기묘하게 어우러져 긴장을 더한다. 눈이나 얼음을 사랑보다 더 중하게 여기는 주인공 스밀라는 이지(理智)와 열정을 동시에 지닌 수수께끼 같이 독특한 여성 캐릭터이다. 북구도 모르고 추리도 좋아하지 않는 남성 독자들이 유독 그녀에게 매혹되어 이끌리는 모습을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역시 남자에게 여자는 영원히 비밀스런 판타지여야 마땅한 것일까?! 스밀라의 말로 정의된 사랑 또한 눈과 얼음처럼 명징하다. 그녀는 사랑의 허풍과 과장과 현학을 비웃는다. 그건 작열하는 햇볕 아래 뜨겁게 달구어진 땅을 맨발로 딛고 선 사람들에게나 어울린다. 몸속의 피가 온천수처럼 끓어오르고 머리가 열기구처럼 둥실 떠오를 때에야 폭발하듯 사랑의 낭만과 격정을 토로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린란드 식'은 좀 다르다. 우울을 다룰 때에도 유럽식으로 행동을 통해 문제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라기보다는, 가만히 어둠 속에 침잠하여 자신의 패배를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는데 익숙하다. 그러니 사랑 또한 마찬가지다. 타인과의 관계에 몰두하기 이전에 자신부터 들여다본다. 더 내밀히, 더 자세히. 누군가가 사랑에 빠졌다고 말할 때의 상태는 말만큼 단순치 않다. 무수한 욕망과 불안이 급작스럽게 분출한다. 아무런 거짓 없이 있는 그대로 남김없이 솔직해진다면 상대는 나를 받아줄 수 있을까? 어둡고 더럽고 무서운 영혼...
조형물ⓒaroma4j

여전히 바보들이 남아있어 다행이다

사랑이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걸까요, 아니면 바보들만 사랑에 빠지는 걸까요? --오르한 파묵 《내 이름은 빨강》 중에서 소설가 김별아의 ‘빛나는 말 가만한 생각’ 58 어쩌다, 본의 아니게, 우연한 기회에 타인의 개별적이고 은밀한 삶을 엿보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를테면 승객들이 엉성드뭇한 플랫폼에서 막차를 기다리다가, 지금껏 하나같은 둘이었다가 마침내 각자의 거처로 헤어져가야 하는 시간을 맞은 젊은 연인들을 바라보는 일 같은 것. 초대받거나 허락되지 않은 타인의 시공간에 틈입하는 것은 결례가 분명하지만, 이때는 어쩔 수 없다. 모른 척 외면하기에는 그들이 온몸으로 뿜어내는 열과 빛이 너무 뜨겁고 눈부시다. 그들 또한 누군가 자신들을 힐끗거린다는 사실을 완전히 무시할 만큼 서로에게 몰두해 있다. 그들의 눈에는 만화처럼 '하트'가 뿅뿅 떠올라 있다. 아마도 만난 지 백일이 채 되지 않았거나 갓 넘었을 것이다. 흔하고 비싸지 않은, 그러나 그들에게만은 의미 깊고 값진 커플 반지를 낀 손가락을 깍지 껴 마주잡고, 곧 다가올 헤어짐이 안타까워 아이처럼 발을 동동 구른다. 드디어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오자 서운함과 안타까움에 압도당한 연인들은 말마따나 아예 영화 한 편을 찍는다. 문이 닫히기 직전까지 닿은 손끝을 거두지 못하고 문이 닫힌 후에도 열차가 터널 안으로 빠져들어 상대의 모습이 보이지 전까지 하염없이 손을 흔든다. 나는 남자를 플랫폼에 남겨두고 돌아선 여자와 함께 열차를 탄 덕분에 그들이 헤어지고도 헤어지지 못했음을 낱낱이 목도한다. 헤어지자마자 남자가 보내온 스마트폰 메시지를 확인하자, 울음기가 섞였던 그녀의 얼굴에 금세 웃음기가 번진다. 그토록 간명한 슬픔과 기쁨, 확연한 좋고 싫음이 가능한 조건은... 어리석음뿐이다! 사랑은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 바보처럼 계산하지 못하고,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고,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진다. 치밀하게 이해득실을 따지고, 전후좌우의 상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사리분별이 확실하다면 절대 하지 못할 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