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당고의 특별함 당고집

[서울사랑] 달콤한 이 봄을 맛봄

한국식 당고의 특별함 당고집 봄을 상징하는 것들이 디저트 재료로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제철 재료로 만든 식탁이 한층 싱그럽게 느껴지듯, 봄에 만나 유독 빛을 발하는 디저트의 활약상. 봄 대표 나물 쑥, 이제는 디저트로 쑥스러운 맛 ‘발루토’ 신림동 대학가 인근에 자리 잡은 발루토. 올해 로 문을 연 지 3년째 되는 이곳은 초창기부터 쑥을 응용한 메뉴를 출시해왔다. 발루토가 처음 선보인 건 초콜릿 케이크 ‘쑥 갸또 쇼콜라’. 지금은 쑥 가루 대신 말차를 이용해 꾸덕하게 만든 초콜릿 케이크를 선보인다. 국내산 쑥 가루로 만든 쑥 케이크는 ‘쑥스럽게’라는 이름으로 메뉴에 올랐다. 짙은 쑥색만큼이나 깊이가 느껴지는 쑥 향은 한 입만 베어 물어도 입안 가득 퍼진다. 쑥떡, 쑥차 등 지긋한 연령층이 즐겨 먹는 쑥을 새로운 식감과 비주얼로 만날 수 있는 쑥스럽게는 최근 들어 입소문을 타며 홀케이크 주문 요청도 늘었다고. 쑥떡과는 또 다른 쑥 맛을 즐길 수 있어 부모님 등 어른들을 위한 선물로 찾는 이가 많다. 이 외에도 쑥 스콘, 쑥 라테 등 쑥 향을 가미한 여러 가지 메뉴들은 그 진하기를 달리하며 쑥을 맛보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 주소 : 관악구 신림로23길 28 문의 : 02-875-1155 쑥의 진한 향이 색과 맛에서 모두 느껴진다. 쑥스럽게 케이크를 한 판 주문할 경우 최소 이틀 전에 연락해야 한다 할머니 쑥차의 이유 있는 변신 ‘도밍고팩토리’ 할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시던 쑥차를 잊지 못한 가족들이 이 맛을 추억하기 위해 신메뉴 개발에 들어갔다. 관건은 호불호가 갈리기 쉬운 쑥의 진한 향을 모든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맛으로 구현해내는 일. 도밍고팩토리는 대학가 주변이라는 매장 위치를 십분 고려해 20대 여성 고객층의 입맛을 사로잡을 달콤한 맛을 쑥라테에 담았다. 또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쑥라테를 화분 모양으로 플레이팅해 시선을 사...
1967년 창업한 이래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창성옥` 소뼈 선지 해장국

[정동현·한끼서울] 용문시장 해장국집

1967년 창업한 이래 3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창성옥` 소뼈 선지 해장국 ◈ `창성옥`-지도에서 보기 ◈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29) 용산구 창성옥(서울미래유산) 새해라는 단어가 반갑지 않았다. 어느 동물도 해를 가르지 않고 그저 해의 움직임과 날씨 변화에 따라 삶을 영위할 뿐이다. 어차피 오고 가는 시간, 그 연속적인 흐름을 분절적으로 인식하여 해를 나눈 것은 인간의 자의적인 습관이다. 무엇보다 나이가 든다는 것, 육체가 쇠하고 그에 따라 정신도 기백이 떨어지며 보수적으로 변하는 그 감각이 싫었다. 느끼지 않으려고 해도, 거부하려 해도, 나는 점점 나이가 들어간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기대하며, 무엇인가 변해 있기를 바라며 새해를 맞이하지 않는다. 나는 지킬 것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그 지킬 것에 파묻혀 하루하루 지지 않기 위해 버티고 있다. 가까스로 부전승 처리를 하며 지낼 뿐이다. 한 때 `부부해장국`으로 운영하다 지금은 옛 이름을 다시 찾았다 새 밑, 재개발이 채 되지 않은 용문전통시장에 가게 된 것은 굳이 해장국 한 그릇을 먹기 위해서였다. 시장 근처에 들어서자 주차장이 모자란 탓에 좁은 2차선 도로 빽빽이 늘어서 있는 차들이 나타났다. 전통시장 주변에는 차변 주차를 해도 용인이 되는 때가 있다. 전통 시장에 넓은 주차장이 있을 리 만무하고, 사람들은 차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주차난 때문에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장사가 되지 않아 상인들이 민원을 넣으니 일종의 초법적인 구역이 형성된 셈이다. 앞에 마을버스가 한 번 정차 할 때마다 차가 밀렸고 신호가 떨어지면 꼬리를 문 차들이 움직이지 못해 더더욱 교통은 엉망이 되었다. 겨우 차를 세우고 시장 안에 들어서자 차를 대놓은 사람들이 다 여기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막을 쳐놓은 좁은 길 위로 사람들이 어깨를 치며 다녔다. 해장국 위에 신김치가 올라가는 것이 특징이다 제사상에 올리기 위해 머리를 자르지 않은 생닭, 각종 전을 부치는 아낙네,...
`진스마라` 마라탕

[정동현·한끼서울] 가로수길 마라탕

`진스마라` 마라탕 ◈ 진스마라-지도에서 보기 ◈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27)강남구 진스마라 신사동 가로수길에 먹을 만한 식당은 없다. 특히 2차선 도로가 뻗어 있는 대로변은 더욱 그렇다. 길가에 음식점과 카페가 가득하고, 어깨가 딱 벌어진 남자들과 맵시를 한껏 뽐내는 여자들이 그곳을 메우던 시절은 갔다. 이제 외국에서 들어온 옷가게와 ‘서울은 쇼핑하기 좋은 도시’라고 말하는 외국인들, 프랜차이즈 화장품 가게들뿐이다. 거리에 인적은 눈에 띄게 줄었고 시간 흐름도 느려졌다. 어떻게든 임대료를 회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게들은 절박한 분위기마저 감돈다. 가로수길 임대료가 크게 치솟아 웬만한 식당들이 견디지 못할 지경이 된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덕분에 알 만한 사람들은 가로수길에서 먹을 곳을 찾지 않는다. 대신 가로수길에서 일행을 만나 더욱 후미진 곳으로 들어간다. 가로가 아닌 ‘세로수길’이란 별칭을 얻은 좁은 골목 골목에는 맹수를 피해 모여든 초식동물처럼 작은 식당들이 모여들었다. 발렛 기사의 퉁명스러운 말도, 요란스러운 호객도 없는 그 길은 야트막한 산 사이를 흐르는 냇물처럼 가늘고 길며 바르지 않고 조금씩 굽어져 있다. 가게들은 저마다 간판을 달고 있지만 때로 너무 작아 발걸음을 늦추고 고개를 두리번거리지 않으면 눈에 띄지 않기도 한다. 가로수길 진스마라 외관 기록적인 한파를 갱신하던 서울의 겨울날 ‘진스마라’를 지나칠 뻔 했던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기억으로는 여러 번 그 앞을 지난 것 같았다. 작은 스마트폰에 의지한 채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조심히 길을 걸었다. 50m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인터넷 지도 위에 우리는 작은 점이 되어 깜빡였다. 그리고 그 점은 진스마라를 표시한 또 다른 점을 지나 있었다. 구로와 건대가 아닌 세로수길에 있는 진스마라는 맵고 뜨겁다는 마라탕면을 파는 곳이다. 가로수길이 뜨던 시절, 마라탕면을 먹으려면 동대문과 동묘 사이 풍물시장이 있는 언저리에 가거나 비행기가 낮게 떠서 나는 가리봉동, ...
오래가게로 선정된 빵집 `태극당` ⓒ서울사랑

[서울사랑] 계속 생각나는 맛 ‘오래가게’ 맛집편

오래가게로 선정된 빵집 `태극당` ◈ 태극당-지도에서 보기 ◈ 유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오래가는 맛은 밋밋한 듯 수수하고 변함없이 정직하다. 많은 이가 추억의 맛으로 회자하는 ‘오래가게’가 그렇다. 태극당 | 70년간 숙성된, 맛있는 빵을 위한 철학 서울에서 제일 오래된 빵집, 과자 중의 과자를 만드는 ‘태극당’. 고 신창근 창업주는 1945년 일본인이 운영하던 제과점을 인수해 1946년 태극당을 설립했다. 1951년에는 식사 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빵을 출시했다. 배고프던 그 시절, 내 가족과 이웃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빵을 넉넉하게 만드는 것이 애국의 길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청년의 마음은 3대를 이어 계속 됐다. 70여년이 흐르는 사이 서울은 참 많이도 변했지만, 태극당의 정신은 그때 그대로다. 평균 근속 연수 40년, 제과 장인들이 태극당의 명맥을 잇고 있다. 발효 시간과 과정이 참 중요한 빵 굽기처럼 태극당은 맛있는 빵을 만들겠다는 하나의 철학을 오랜 시간 숙성시켰다. 하지만 태극당을 이 자리에 있게 하는 건 무엇보다 세월이 흘러도 늘 같은 마음으로 태극당을 찾는 손님들이다. 그들에게 태극당의 맛은 현재진행형이다. 위치 : 중구 동호로24길 7 문의 : 02-2279-3152 대구참기름집 ◈ 대구참기름집-지도에서 보기 ◈ 대구참기름집 | 정직한 기름을 향한 ‘고소한’ 외길 동네 토박이부터 외국인 관광객까지, 이제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드는 북촌 계동길. 낮은 지붕에 정겨운 간판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 기름집이 30여년간이 골목을 지켰다. 노란색 바탕에 파란 글씨로 정직하게 쓴 ‘대구참기름집’ 간판은 좋은 기름 외엔 눈길 한 번 준적 없는 우직한 주인을 꼭 닮았다. 세 사람이 서 있기도 버거운 작은 기름집에서 서정식 사장이 한시도 쉬지 않고 몸을 움직인다. 기름 경력 42년인 그는 여전히 직접 기름을 짜고 한 병 한 병 담아 판다. 그 덕에 기름 짜는 모습을 직접 보겠다며 먼 곳에서 찾아오거나 지방에...
쫄깃한 찹쌀반죽이 일품인 탕수육

[정동현·한끼서울] 건대 양꼬치와 마파두부

쫄깃한 찹쌀반죽이 일품인 탕수육 ◈ 광진구 매화반점-지도에서 보기 ◈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24) 광진구 매화반점 길거리에 번쩍이는 붉은색은 노골적이었다. 진한 립스틱을 바른 것처럼 속마음을 감추지 않는 형형한 붉은색이 거리를 가득 채웠을 때,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길게 내린 차양처럼 가게 앞을 가릴 듯 크게 달린 간판에는 한글이 드물었다. 옛스러운 한자로 적힌 간판을 읽으려면 오래전 졸며 들었던 한자 수업 시간을 되뇌어야 했다. 지하철 건국대역에서 5번 출구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나오는 이 별천지는 차이나타운이란 멋드러진 이름을 다시 가졌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양꼬치거리라고 퉁치곤 한다. 언제부터 이곳에 이런 가게들이 모여들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대략 2000년대 초반, 중국인 유학생들이 있는 대학가와 집값이 싼 서울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이른바 중국 북동부 지역 음식점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중 건대는 상권이 가장 젊고 따라서 역동적이며 번화한 곳 중 하나다. 그리고 그곳 맹주(盟主)는 단연 ‘매화반점’이다. 건대 상권을 이른바 ‘하드캐리’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매화반점은 이 좁은 지역에 점포 3개가 있고 그중 본점은 위풍 당당하게 4층까지 뻗어 올라가 있다. 어디를 가도 같은 맛이 나오지만 그 멋과 맛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아무래도 본점이 좋다. 아무리 자리가 많아도 저녁 7시가 넘으면 반드시 줄을 서게 된다. 매화반점은 건대 차아니타운을 대표하는 식당이다 그러나 꼭 유의할 것이 있다. 하얀 칠판에 이름을 적고 인원수를 적으면, 안경을 쓰고 한 쪽 귀에는 이어폰을 낀 주인장이 순번을 점검한다. 순서가 돌아왔을 때 주인장은 이름을 두 번 부르지 않는다. 단 한 번 호출에 대답이 없으면 아무 미련 없이 이름을 지워버린다. 아, 이 무정한 남자, 그러나 만인에게 평등한 사람아. 그러니 언젠간 순서가 돌아오리란 믿음과 이곳에서 꼭 식사를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칠판 앞에서 기다리도록 하자. 순서가 돌아와...
양고기를 구워 먹는 일식 `징기스칸 요리` 식당 이치류

[정동현·한끼서울] 여의도 징기스칸 요리

징기스칸은 양고기를 구워먹는 요리법이다 ◈ 이치류-지도에서 보기 ◈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22) 영등포구 이치류 어느 누구도 욕을 먹으며 밥을 먹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맛집에서는 '주인장의 욕'이 도리어 정감 있다는 찬사가 되기도 한다. 식사 사디즘(sadism)이라고 부를만한 이 가학 의식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가 서로 얼굴을 알고 지내던 농경 문화에서 비롯된다. 이러나 저러나 알만한 사람들이니 욕을 먹어도 그 본 뜻이 그렇지 않음을 알고 이해할 수 있었던 시절인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고 내가 아는 사람은 서울 인구 1,200만명 중에 극히 소수다. 서울에서 사는 것은 매우 불친절한 환경 속에 스스로를 던져 놓는 일이다. 홍콩, 뉴욕보다 더 폭력적인 교통 환경,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 다리를 벌리고 지하철을 타는 중년 남자와 아무데서나 통화를 하고 화장을 고치는 젊은 여자, 나를 뒤에서 밀치고 거리를 걷는 또 어떤 남자. 연예인 사생활을 집요하게 뒤쫓는 언론과 작은 휴대폰 창에 고개를 박고 그러한 가십을 24시간 내내 소비하는 사람들. 매 순간 누군가를 비난하고 욕하며 입으로만 정의를 쫓는 비굴함 속에 내가 오직 원하는 것은 친절한 인사와 손길이다. 무엇보다 식사를 할 때, 나는 한 사람으로 대접 받으며 사람다운 식사를 하고 싶다. 성격이 무뚝뚝한 것 뿐이라며 불친절함을 억지로 포장하고,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란 변명을 해대는 곳에 가기 싫다. 대신 나는 친절을 얻기 위해 나는 몇 끼 식사를 싸구려 햄버거로 떼우고 그 값을 모은다. 그렇게 돈을 모아 가끔 호사를 부릴 때가 있다. 특히 고기를 취급하고 다루는 방법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양고기를 찾을 때가 그러하다. 3가지 부위를 선택해 먹어볼 수 있다 양고기를 구워먹는 요리 징기스칸을 먹을 수 있는 이치류에 들어서면 고기집에서는 드물게 손님 옷을 따로 보관하는 서비스가 있다. 옷에 쉽게 냄새가 배는 업종 특성을 감안한 것. 손님 ...
오코노미야키

[정동현‧한끼서울] 인사동 오코노미야키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21) 종로구 와 인사동 일식주점 '와'에서는 오코노미야키를 먹어봐야 한다 ◈ 인사동 오코노미야키-지도에서 보기 ◈ 밤이고 낮이고 인사동에 있었다. 낮에는 작고한 천상병 시인 부인이 운영하는 찻집 '귀천'에 가서 차를 마시고, 밤이 되면 인사동 어귀 술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인사동 거리를 걷다보면 내가 자주 가는 곳 주인장을 마주칠 적이 있었다. 그러면 나와 상대방은 얼떨결에 인사를 하기도 했다. 옆 객(客)과도 친분이 생겨 이런 질문을 받은 적도 많다. “인사동에 사나 봐?” 실상 나는 버스로 30분 걸리는 영등포에 살았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관광객이 들어차는 인사동이 나는 좋았다. 일주일에 두 세번 꼴로 인사동에 갔다. 너른 중앙대로 옆으로 핏줄이 퍼지듯 깔린 골목길이 좋았다. 골목길을 걷고 또 걸으며 지형을 익혔다. 골목에 깔리는 빛은 사납지 않았고 아늑했다. 사람들은 그 불빛 아래로 모여들었다. 계곡이 있으면 물이 흐르듯, 그 좁은 골목 사이 사이 자연스레 자리한 가게들은 신기한 것들로 가득찬 다락방 같았다. 인사동 골목에 깔리는 빛은 아늑했다 그 중 특히 아꼈던 곳은 막걸리를 파는 흔한 민속주점도 아니고, 방석 위에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아야 하는 전통 찻집도 아니었다. ‘와(和)’라고 이름 붙인 일본식 주점이었다. ‘에지리상 건강하세요’라는 포스트잇이 붙어있던 그곳은 말 그대로 오사카 출신 에지리씨가 하는 주점이었다. 딸린 직원들도 모두 일본인이었던 그 술집은 주인장 건강 문제로 며칠 씩 쉬기 일쑤였다. 게다가 좌석도 얼마 되지 않고 그마저 금세 차버리는 까닭에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곳을 즐겨 찾았던 가장 큰 이유는 맛과 분위기였다. 아르바이트생이 틀어놓은 댄스음악이 들리는 주점의 산만함도, 만들어놓은 것을 데워 맛도 향기도 빠진 음식도 없었다. 대신 어깨가 둥근 여자들이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어색하지만 친절한 억양으로 주문을 받았다. 오사카 출신 에지리씨가 운영했던 가게 ...
[정동현·한끼서울] 논현동 이북냉면

[정동현·한끼서울] 논현동 이북냉면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20) 강남구 평양면옥 ◈ 이북냉면-지도에서 보기 ◈ 선배는 선글라스를 쓰고 파란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파란 하늘이 까만 선글라스 위에 비추었다. 씩 웃는 선배 얼굴을 보며 나는 손을 흔들었다. 편의점에서 산 캔커피를 마시던 선배가 악수를 청하고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다.” 영상 10도를 하회하는 낮 최고 온도와 선배가 든 캔커피는 썩 잘 어울렸다. 나도 선배를 따라 그 파란 탁자 앞에 앉았다. 찬바람에 몸을 움추렸다. 어떻게 지냈냐 따위의 이야기를 나눴다. 큰 일 없이 별 일 없이 흘러가는 하루 하루였다. 근래 벌어진 가장 대단한 일이 바로 오늘 점심 식사일거란 농담을 던졌다. 그쯤 멀리서 중절모를 쓴 남자가 걸어왔다. 며칠 전 지나가는 말로 던진 약속이 실현된 순간이었다. 입에서 김이 나오는 점심 나절, 우리 셋은 논현동 평양면옥으로 들어섰다. 많은 노포(老鋪)들이 그렇듯, 이 집도 가지치기를 하듯 혈연관계에 따라 여러 분점을 거느리고 있다. 본류로 치는 곳은 장충동. 그 곳은 큰아들이 맡고 논현동은 그 어머니가 작은아들과 함께 맡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 백화점에 들어가 있는 분점도 있다. 창업주가 있고 그 창업주 자식들이 커감에 따라 가게를 하나씩 떼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노포가 분점을 낼 수 있는 가장 큰 조건은 창업주 자식 연령대다. 혈연이 아닌 타인에게 가게를 내어주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그 날은 분명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하얀 머리 할머니가 우리를 방 안쪽으로 안내했다. 누가 작은 아들인지 분간할 이유도, 틈도 없었다. 그저 빨리 따뜻한 방바닥에 엉덩이를 지지고 싶을 따름이었다. 보지 않아도 외울 수 있는 메뉴판을 굳이 다시 한 번 살펴봤다. “일단 소주 하나에 제육 한 접시 주세요.” 내가 메뉴판을 보는 사이 주문이 들어갔다. 날이 차서 맥주는 시키지 않았다. 어차피 할 일 없는 오후, 남들처럼 냉면 한 그릇을 마시듯 먹고 자리에서 일어날 필요도 없었다. 대신 가...
[영상] 백종원도 인정한 '푸드트럭 맛집'

[영상] 백종원도 인정한 ‘푸드트럭 맛집’

2017년 10월 15일 종로구 광통교 부근, 서울밤도깨비야시장 현장 안은현(테이스틸러 대표): “ 테이스틸러(Tastealer)는 ‘입맛(Taste)’ + ‘훔치는 사람(Stealer)’의 합성어인데요. ‘고객님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현재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서 활동 중입니다. 저희 전속 셰프님께서 일식을 전공하셨고요. 팀원들 모두 고기를 좋아하다 보니 스테이크 메뉴로 정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팔아야한다'는 신념! 하루매출··· 비밀입니다만. 주말 하루 평균 200~300만원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사실 직장인었던 제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막막한 게 많더라고요. ‘서울 푸드트럭 상업아카데미’라고 ‘사울시 자영업 지원센터’에서 주최하는 교육도 받았었고 올해 초에는 서울에서 가장 큰 행사 중의 하나인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 뽑혀서 주말마다 영업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제가 감히 이런 조언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저도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거든요. 하지만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요. 나중에 자신이 뒤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창업을 하는 거든, 회사에 다니는 거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시고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반드시 온다고 믿습니다. 파이팅!” - 서울시가 젊은 창업가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 ...
을지로 영락골뱅이

[정동현·한끼서울] 을지로 골뱅이무침

맛있는 한끼, 서울 (18) 중구 영락골뱅이 을지로 영락골뱅이 ◈ 을지로 영락골뱅이-지도에서 보기 ◈ 밤이 되면 파 써는 소리가 들렸다. 시장에서 장사를 마치고 돌아온 늦은 밤이었을까, 아니면 가끔 비가 와서 시장이 쉬는 날이었을까? 아버지 주문이 있었는지, 어머니가 짜놓은 메뉴 중 하나였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은 작은 상에 올라가 있는 골뱅이 무침뿐이다. 그 골뱅이 무침은 간장으로 간이 되어 있었고 큼지막한 골뱅이와 북어채, 파채가 들어가 있었다. 고춧가루를 간간히 뿌린 그 골뱅이 무침에 아버지는 소주잔을 기울였다. 나와 동생은 그 곁에 앉아 골뱅이에 파채를 올려 먹었다. 맵고 알싸했다. 간장과 식초로 버무린 맛은 은근히 입맛을 돋우었고 그러다보면 아버지가 몫까지 손을 대고 말았다. 그쯤 어머니가 또 북어채를 덜어와 그 간장에 다시 버무렸다. 바로 먹기에는 심이 살아 있어 입 안이 아팠다. 해결 방법은 골뱅이 국물과 간장이 자박이 고인 그릇 밑에 푹 담궈 먹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지금 나와 비슷한 나이였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도 외진 영도로 온 가족을 데리고 이사를 와야 하는 사연이 있었다. 그 사연 때문인지 혹은 원래 아버지 취향 때문인지, 밤마다 그렇게 소주와 골뱅이 무침을 곁들여 먹어야 되는 날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아버지가 곁들이는 말이 있었다. “니네 엄마가 해주는 게 영락골뱅이랑 맛이 똑같아.” 북어채 등을 취향에 따라 크기를 맞춰 잘라 즉석에서 버무려 먹는다. 양념간장과 마늘, 고춧가루가 버무려진 맛 그 영락골뱅이는 을지로에 있다고 했다. 부산 섬, 영도에서 나는 을지로가 어디인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그저 서울 어딘가에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소주를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서울로 올라왔다. 늦은 밤이 되면 골뱅이 무침 따위를 시켜줬다. 그 골뱅이 무침은 내가 먹던 것과 달랐다. 간장이 아닌 초장 양념이었고 북어채도 없었다. 밤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새벽이 되어 소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