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고기를 구워 먹는 일식 `징기스칸 요리` 식당 이치류

[정동현·한끼서울] 여의도 징기스칸 요리

징기스칸은 양고기를 구워먹는 요리법이다 ◈ 이치류-지도에서 보기 ◈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22) 영등포구 이치류 어느 누구도 욕을 먹으며 밥을 먹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맛집에서는 '주인장의 욕'이 도리어 정감 있다는 찬사가 되기도 한다. 식사 사디즘(sadism)이라고 부를만한 이 가학 의식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모두가 서로 얼굴을 알고 지내던 농경 문화에서 비롯된다. 이러나 저러나 알만한 사람들이니 욕을 먹어도 그 본 뜻이 그렇지 않음을 알고 이해할 수 있었던 시절인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고 내가 아는 사람은 서울 인구 1,200만명 중에 극히 소수다. 서울에서 사는 것은 매우 불친절한 환경 속에 스스로를 던져 놓는 일이다. 홍콩, 뉴욕보다 더 폭력적인 교통 환경,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 다리를 벌리고 지하철을 타는 중년 남자와 아무데서나 통화를 하고 화장을 고치는 젊은 여자, 나를 뒤에서 밀치고 거리를 걷는 또 어떤 남자. 연예인 사생활을 집요하게 뒤쫓는 언론과 작은 휴대폰 창에 고개를 박고 그러한 가십을 24시간 내내 소비하는 사람들. 매 순간 누군가를 비난하고 욕하며 입으로만 정의를 쫓는 비굴함 속에 내가 오직 원하는 것은 친절한 인사와 손길이다. 무엇보다 식사를 할 때, 나는 한 사람으로 대접 받으며 사람다운 식사를 하고 싶다. 성격이 무뚝뚝한 것 뿐이라며 불친절함을 억지로 포장하고,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란 변명을 해대는 곳에 가기 싫다. 대신 나는 친절을 얻기 위해 나는 몇 끼 식사를 싸구려 햄버거로 떼우고 그 값을 모은다. 그렇게 돈을 모아 가끔 호사를 부릴 때가 있다. 특히 고기를 취급하고 다루는 방법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양고기를 찾을 때가 그러하다. 3가지 부위를 선택해 먹어볼 수 있다 양고기를 구워먹는 요리 징기스칸을 먹을 수 있는 이치류에 들어서면 고기집에서는 드물게 손님 옷을 따로 보관하는 서비스가 있다. 옷에 쉽게 냄새가 배는 업종 특성을 감안한 것. 손...
오코노미야키

[정동현‧한끼서울] 인사동 오코노미야키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21) 종로구 와 인사동 일식주점 '와'에서는 오코노미야키를 먹어봐야 한다 ◈ 인사동 오코노미야키-지도에서 보기 ◈ 밤이고 낮이고 인사동에 있었다. 낮에는 작고한 천상병 시인 부인이 운영하는 찻집 '귀천'에 가서 차를 마시고, 밤이 되면 인사동 어귀 술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인사동 거리를 걷다보면 내가 자주 가는 곳 주인장을 마주칠 적이 있었다. 그러면 나와 상대방은 얼떨결에 인사를 하기도 했다. 옆 객(客)과도 친분이 생겨 이런 질문을 받은 적도 많다. “인사동에 사나 봐?” 실상 나는 버스로 30분 걸리는 영등포에 살았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관광객이 들어차는 인사동이 나는 좋았다. 일주일에 두 세번 꼴로 인사동에 갔다. 너른 중앙대로 옆으로 핏줄이 퍼지듯 깔린 골목길이 좋았다. 골목길을 걷고 또 걸으며 지형을 익혔다. 골목에 깔리는 빛은 사납지 않았고 아늑했다. 사람들은 그 불빛 아래로 모여들었다. 계곡이 있으면 물이 흐르듯, 그 좁은 골목 사이 사이 자연스레 자리한 가게들은 신기한 것들로 가득찬 다락방 같았다. 인사동 골목에 깔리는 빛은 아늑했다 그 중 특히 아꼈던 곳은 막걸리를 파는 흔한 민속주점도 아니고, 방석 위에 양반 다리를 하고 앉아야 하는 전통 찻집도 아니었다. ‘와(和)’라고 이름 붙인 일본식 주점이었다. ‘에지리상 건강하세요’라는 포스트잇이 붙어있던 그곳은 말 그대로 오사카 출신 에지리씨가 하는 주점이었다. 딸린 직원들도 모두 일본인이었던 그 술집은 주인장 건강 문제로 며칠 씩 쉬기 일쑤였다. 게다가 좌석도 얼마 되지 않고 그마저 금세 차버리는 까닭에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곳을 즐겨 찾았던 가장 큰 이유는 맛과 분위기였다. 아르바이트생이 틀어놓은 댄스음악이 들리는 주점의 산만함도, 만들어놓은 것을 데워 맛도 향기도 빠진 음식도 없었다. 대신 어깨가 둥근 여자들이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어색하지만 친절한 억양으로 주문을 받았다. 오사카 출신 에지리씨가 운영했던 가게 ...
[정동현·한끼서울] 논현동 이북냉면

[정동현·한끼서울] 논현동 이북냉면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20) 강남구 평양면옥 ◈ 이북냉면-지도에서 보기 ◈ 선배는 선글라스를 쓰고 파란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파란 하늘이 까만 선글라스 위에 비추었다. 씩 웃는 선배 얼굴을 보며 나는 손을 흔들었다. 편의점에서 산 캔커피를 마시던 선배가 악수를 청하고 인사를 했다. “오랜만이다.” 영상 10도를 하회하는 낮 최고 온도와 선배가 든 캔커피는 썩 잘 어울렸다. 나도 선배를 따라 그 파란 탁자 앞에 앉았다. 찬바람에 몸을 움추렸다. 어떻게 지냈냐 따위의 이야기를 나눴다. 큰 일 없이 별 일 없이 흘러가는 하루 하루였다. 근래 벌어진 가장 대단한 일이 바로 오늘 점심 식사일거란 농담을 던졌다. 그쯤 멀리서 중절모를 쓴 남자가 걸어왔다. 며칠 전 지나가는 말로 던진 약속이 실현된 순간이었다. 입에서 김이 나오는 점심 나절, 우리 셋은 논현동 평양면옥으로 들어섰다. 많은 노포(老鋪)들이 그렇듯, 이 집도 가지치기를 하듯 혈연관계에 따라 여러 분점을 거느리고 있다. 본류로 치는 곳은 장충동. 그 곳은 큰아들이 맡고 논현동은 그 어머니가 작은아들과 함께 맡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외 백화점에 들어가 있는 분점도 있다. 창업주가 있고 그 창업주 자식들이 커감에 따라 가게를 하나씩 떼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 노포가 분점을 낼 수 있는 가장 큰 조건은 창업주 자식 연령대다. 혈연이 아닌 타인에게 가게를 내어주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그 날은 분명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하얀 머리 할머니가 우리를 방 안쪽으로 안내했다. 누가 작은 아들인지 분간할 이유도, 틈도 없었다. 그저 빨리 따뜻한 방바닥에 엉덩이를 지지고 싶을 따름이었다. 보지 않아도 외울 수 있는 메뉴판을 굳이 다시 한 번 살펴봤다. “일단 소주 하나에 제육 한 접시 주세요.” 내가 메뉴판을 보는 사이 주문이 들어갔다. 날이 차서 맥주는 시키지 않았다. 어차피 할 일 없는 오후, 남들처럼 냉면 한 그릇을 마시듯 먹고 자리에서 일어날 필요도 없었다. 대신 가...
[영상] 백종원도 인정한 '푸드트럭 맛집'

[영상] 백종원도 인정한 ‘푸드트럭 맛집’

2017년 10월 15일 종로구 광통교 부근, 서울밤도깨비야시장 현장 안은현(테이스틸러 대표): “ 테이스틸러(Tastealer)는 ‘입맛(Taste)’ + ‘훔치는 사람(Stealer)’의 합성어인데요. ‘고객님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현재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서 활동 중입니다. 저희 전속 셰프님께서 일식을 전공하셨고요. 팀원들 모두 고기를 좋아하다 보니 스테이크 메뉴로 정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을 팔아야한다'는 신념! 하루매출··· 비밀입니다만. 주말 하루 평균 200~300만원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사실 직장인었던 제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막막한 게 많더라고요. ‘서울 푸드트럭 상업아카데미’라고 ‘사울시 자영업 지원센터’에서 주최하는 교육도 받았었고 올해 초에는 서울에서 가장 큰 행사 중의 하나인 ‘서울밤도깨비야시장’에 뽑혀서 주말마다 영업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제가 감히 이런 조언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저도 회사를 그만두기 전에 정말 많은 고민을 했거든요. 하지만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요. 나중에 자신이 뒤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는 선택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게 창업을 하는 거든, 회사에 다니는 거든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시고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반드시 온다고 믿습니다. 파이팅!” - 서울시가 젊은 창업가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 ...
을지로 영락골뱅이

[정동현·한끼서울] 을지로 골뱅이무침

맛있는 한끼, 서울 (18) 중구 영락골뱅이 을지로 영락골뱅이 ◈ 을지로 영락골뱅이-지도에서 보기 ◈ 밤이 되면 파 써는 소리가 들렸다. 시장에서 장사를 마치고 돌아온 늦은 밤이었을까, 아니면 가끔 비가 와서 시장이 쉬는 날이었을까? 아버지 주문이 있었는지, 어머니가 짜놓은 메뉴 중 하나였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것은 작은 상에 올라가 있는 골뱅이 무침뿐이다. 그 골뱅이 무침은 간장으로 간이 되어 있었고 큼지막한 골뱅이와 북어채, 파채가 들어가 있었다. 고춧가루를 간간히 뿌린 그 골뱅이 무침에 아버지는 소주잔을 기울였다. 나와 동생은 그 곁에 앉아 골뱅이에 파채를 올려 먹었다. 맵고 알싸했다. 간장과 식초로 버무린 맛은 은근히 입맛을 돋우었고 그러다보면 아버지가 몫까지 손을 대고 말았다. 그쯤 어머니가 또 북어채를 덜어와 그 간장에 다시 버무렸다. 바로 먹기에는 심이 살아 있어 입 안이 아팠다. 해결 방법은 골뱅이 국물과 간장이 자박이 고인 그릇 밑에 푹 담궈 먹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지금 나와 비슷한 나이였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도 외진 영도로 온 가족을 데리고 이사를 와야 하는 사연이 있었다. 그 사연 때문인지 혹은 원래 아버지 취향 때문인지, 밤마다 그렇게 소주와 골뱅이 무침을 곁들여 먹어야 되는 날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아버지가 곁들이는 말이 있었다. “니네 엄마가 해주는 게 영락골뱅이랑 맛이 똑같아.” 북어채 등을 취향에 따라 크기를 맞춰 잘라 즉석에서 버무려 먹는다. 양념간장과 마늘, 고춧가루가 버무려진 맛 그 영락골뱅이는 을지로에 있다고 했다. 부산 섬, 영도에서 나는 을지로가 어디인지 가늠도 되지 않았다. 그저 서울 어딘가에 있으리라고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소주를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어 서울로 올라왔다. 늦은 밤이 되면 골뱅이 무침 따위를 시켜줬다. 그 골뱅이 무침은 내가 먹던 것과 달랐다. 간장이 아닌 초장 양념이었고 북어채도 없었다. 밤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새벽이 되어 ...
[정동현·한끼서울] 명동 돈까스

[정동현·한끼서울] 명동 돈까스

맛있는 한끼, 서울 (17) 중구 명동돈가스 돈까스 애호가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명동돈가스` ◈ 명동돈가스-지도에서 보기 ◈ 어려서, 돈까스가 좋은 줄 알았다. 보통 어린이는 돈까스를 좋아하니 나도 그런 일반적인 성장 과정을 밟는다고 생각했다. 대학에 가서는 제일 싼 단백질 공급원이 돈까스였다. 그래서 돈까스를 먹는다고 여겼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먹었지만 그 정도면 평균에 수렴한다고 여겼다. 군대에서는 어쩔 수 없이 모두가 입맛이 유아적으로 변하는 시기다. 초코파이도 없어서 못 먹는 군인에게 돈까스는 특식의 일부였다. 그래서 나는 돈까스가 메뉴인 날에는 굳이 두 덩이씩 먹었지만 전혀 부끄럽지 않았다. 돈까스를 좋아해야 하는 것은 군인이 지녀야 하는 의무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돈까스를 좋아하지 않는 군인이란 초코파이를 마다하는 것과 비슷한 불경이었다. 그런데 군대를 다녀와서도 나의 취향이 바뀌지 않았다. 메뉴에 돈까스가 적혀 있으면 시키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명동에 가면 나는 ‘김유신의 백마’로 변했다. 이번에는 가지 말아야지라고 여러 번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나는 바람이 불면 날갯짓을 하는 새처럼, 지평선이 보이면 달리는 말처럼, 수학 문제가 보이면 풀고 마는 천재처럼 ‘명동돈가스’라는 간판이 보이면 그 문을 열고 만다. 명동돈가가 최근 내부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했다 명돈돈가스가 영업을 시작한 것은 1981년, 그 후로 서호돈까스와 함께 명동을 호랑이와 사자처럼 이분했던 것이 수십 년이었다. 서호돈까스 주인장이 이민을 갔다는 풍문이 들려오며 문을 닫은 후 돈까스 세계 유일 강자는 명돈돈가스로 정해진 것이 당연한 순리였다. 그러나 명동돈가스가 문을 닫고 리뉴얼에 들어간 것이 2년 전이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다. 어차피 리뉴얼이라는 것이 몇 개월이면 마무리 되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닌가? 명돈 한복판 금싸라기 땅에 하루라도 빨리 문을 다시 여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었다. 나는 문이 닫힌 명동돈가스 앞을 지날 때마...
[정동현·한끼서울] 동대문 연탄 돼지갈비

[정동현·한끼서울] 동대문 연탄 돼지갈비

◈ 동대문 연탄 돼지갈비-지도에서 보기 ◈ 경상도집에서 유일한 메뉴 연탄불 돼지갈비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14) 중구 경상도집 양 볼에 시원한 바람이 스친다. 계절이 없는 회색 빌딩 안, 속절없이 의자에 앉아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자유를 꿈꾸다 저녁 6시가 넘으면 광복절 특사라도 받은 것처럼 거리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 눈에도 밝은 얼굴. 그들을 가둬 놓았던 것은 본인 자유 의지일테지만, 그럼에도 받아들이기 힘들고 견디기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 어려움은 화나 괴로움으로 변하여 안으로 쌓이고 이것을 어떤 방법으로든 떨쳐버리지 않으면 제대로 살기 힘들다. 마광수 교수는 그래서 사람은 두 가지 얼굴로 살아야 한다. 퇴근 후에는 또 다른 인격으로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풀어버려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 나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또 다른 건물 속이 아닌 동대문 뒷골목 길거리다.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말은 그 각각 편차가 매우 크다는 말이고, 특히 여름과 겨울에는 야외 활동이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안보다 밖이 쾌적한 가을 찰나는 소중하다. 이 기회를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 바람이 불고 풀벌레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곳으로 간다. 동대문 ‘경상도집’이다. 동대문 국립의료원 뒷길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동대문운동장에서 동대문역사문화박물관이라는 긴 이름으로 바뀐 역을 나와 골목과 골목을 빙 돌아가야 경상도집이 나온다. ‘도대체 어디야’라고 투덜거리며 발 길을 옮기다보면 ‘아! 여기구나’라고 깨닫는 유레카의 순간이 온다. 홀로앉아 묵묵히 돼지갈비를 구워내는 작업이 맛 비결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곳에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경상도집이라는 간판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말자. 그 옛 간판은 바람에 날렸는지 온데간데 없다. 단지 ‘국산 돼지갈비 1인분 12,000원’이란 작은 종이 한장만 눈에 들어올 뿐이다. 주의사항 한 가지. 이곳은 현금 결제만 받는다. 카드 결제 안 되는 것에 서운해 하지 말고 일단 자리를 잡고 앉...
숙련된 고수가 구워줘 더 맛있는 게 육전식당 인기비결

[정동현·한끼서울] 신설동 통삼겹살 구이

◈ 동대문구 육전식당 1호점-지도에서 보기 ◈ 숙련된 고수가 구워줘 고기가 더 맛있는 게 육전식당 인기비결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⑬ 동대문구 육전식당 1호점 우리집은 고기를 많이 먹었다. 이 많이 먹는다는 기준은 내가 보고 들은 것을 바탕으로 추측할 뿐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다른 집에서 다른 부모와 살아보지 않았고, 가구별 삼겹살 소비 추이와 실태를 연구해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머니가 정육점에 가서 고기를 살 때면 ‘손님이 오셨냐’는 질문을 여러 번 들었고, 그때마다 어머니는 ‘아, 네.’라고 머뭇거리며 대답을 했다고 하신다. 이 사례를 비춰볼 때 정육점 들르는 고객 평균 구매량에 비해 우리집 구매량이 월등히 많았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그 정육점 고객들이 통상 고기를 사는 양은 당일 혹은 명일 소비를 목적으로 한다고 봤을 때, 여기에 더해 일주일 안 쪽으로 사용할 돼지고기를 얼려놓을 분량까지 감안했다. 이 양과 비교했을 때 우리 가족 4인 소비량이 평균을 웃돌았다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어렸을 적부터 다량의 돼지고기를 섭취했다고 말할 수 있다. 양적인 성장이 질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지만 최소 필요조건이라고 봤을 때, 내가 돼지고기에 대해 최소한의 이해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정육점처럼 나오는 고기에 부위와 무게를 표시한 태그가 붙어 있다 나는 돼지고기 굽는 것을 십대 이전부터 시작했고 가족 내에서도 어머니가 아닌 내가 고기 집게의 권리를 주장했다. 군대에서는 병장 때도, 사회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는 막내 타이틀을 벗어나고서도 고기 집게를 잡았다. 그때마다 ‘고기 좀 굽네’라는 소리를 들은 것 또한 다수였다. 근래 소고기가 아닌 돼지고기마저 대신 구워주는 이른바 ‘프리미엄’ 고기집들이 다수 등장했다. 영업 방침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집게를 내어주곤 하지만 고기 굽는 품새를 보면 한숨 나오는 때가 여러 번이다. 고기를 과하게 굽는 경우가 제일 많고. 자르는...
다양한 풍미의 파스타를 맛보는 갈리나데이지 시그니처 파스타_지도보기

[정동현·한끼서울] 서촌 이탈리안 파스타

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⑪ 종로구 갈리나데이지 다양한 풍미의 파스타를 맛보는 갈리나데이지 시그니처 파스타 ◈ 갈리나데이지-지도에서 보기 ◈ 통인시장에 기름 떡볶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촌에 해물라면에 소주를 파는 계단집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왕산 아랫자락은 층수가 높지 않은 건물이 대부분이고, 골목이 모세혈관처럼 가늘고 넓게 깔려 있다. 그 가운데는 몇몇 유명하고 저렴한 곳들 외에도 작게 빛나는 집이 있다. 본래 양반들이 모여 살았다는 서촌 터줏대감 격인 삼계탕집 토속촌을 지나 조금 더 올라오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식당 중 하나인 추어탕집 용금옥이 있고, 그 다음 마주하는 골목에서 좌편으로 방향을 바꾸면 낮게 달린 간판 하나가 있다. 식당 이름은 ‘갈리나데이지’. 암탉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 ‘갈리나’에, 셰프 예명을 붙여 지었다. 이름처럼 이곳을 책임지는 셰프는 여자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간판을 지나면 작은 정원과 나무 벤치가 있다. 비밀의 화원을 지나듯 타임과 같은 허브가 자라는 정원을 지나 나무문을 열면 작은 홀이 펼쳐진다. 반기는 것은 하얀 셔츠에 키가 훤칠한 직원들과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꽃이다. 갈리나는 이탈리어로 `암탉`, 데이지는 셰프 예명이다. 잰 걸음으로 걷는 직원들 모습을 보면 몇 가지를 예측할 수 있다. 우선 맛이 수준 이하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식사 시간이 불쾌해지는 일은 드물 것이다. 이 두 가지를 갖춘 곳은 인구 천만 명이 모여 산다는 서울에서조차 꽤 드물다. 인력 운영 면에서 최저 임금이 낮기 때문에 노동 의욕이 떨어져서 그런 것인지. 혹은 임대료가 비싸기 때문에 급료를 많이 쳐줄 수도, 식재료 원가를 높게 쓸 수도 없어 자연히 서비스와 음식 질이 떨어지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아니면 오로지 싼 식사만을 원하는 일반 대중 때문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일 수 있다.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우리 모두의 수준이 낮기 때문으로 귀결해본다. 갈리나데이지 시저샐...
서울에서 된장찌개로 유명한 ‘또순이네’

[정동현·한끼서울] 양평동 된장찌개

◈ 된장찌개-지도에서 보기 ◈ 서울에서 된장찌개로 유명한 ‘또순이네’정동현 맛있는 한끼, 서울 ⑩ 영등포구 또순이네 집에는 나와 된장찌개, 고양이만 있었다. 취업 준비를 하며 '자소서'를 쓰던 대학교 4학년 가을학기는 수업도 별로 없었다. 대신 나 홀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노트북 컴퓨터 한 대를 등산 배낭 같이 큰 가방-실제 등산 배낭이었는지도 모른다-에 넣고 늦게 학교로 출발하는 나날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했던 아르바이트는 경제 현실을 체험하고자 한 경영학도의 현장 실습으로 탈바꿈 했고, 우연히 참가한 봉사활동은 나의 희생정신과 높은 도덕률을 증명하는 기록이 되었다. 설익은 자괴감은 인터넷 사이트 위에 찍힌 ‘합격’과 ‘불합격’ 표시가 반복됨에 따라 희미해졌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심정으로 나의 사소한 과거 하나 하나에 의미부여를 했다. 아르바이트도 끊고 이름만 지우면 위인전 같은 ‘자소설’을 쓰며 이력서를 고치고 또 고쳤다. 한 번 매식(買食)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가스레인지 위에 놓인 된장찌개 뚝배기로 이른 점심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속편했다. 어머니가 끓여놓은 된장찌개에 들은 내용물들, 감자, 양파, 파 등속은 모두 잘게 잘려 있었다. 출근길에 된장찌개를 끓이느라 1분이라도 빨리 익히기 위한 어머니 노하우였다. 그 된장찌개를 다시 끓이며 나는 계란프라이 두개를 부쳐 단백질을 보충했다. 냉장고에서 꺼낸 김치만 더해지면 그것으로 족했다. 그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그야말로 밥 먹듯 된장찌개를 먹었다. 외관은 대중식당이지만 그 맛은 유일무이하다. ‘또순이네’만의 깊은 맛을 가진 된장찌개를 내놓는다. 그러나 이때만큼 된장찌개 맛이 다르게 느껴진 때는 없었다. 된장과 감자가 어우러져 만들어 내는 달달하면서도 짙은 흙 맛, 그 위에 올라탄 양파와 호박의 단맛과 청양고추 매운맛, 화장을 하듯 초록 기운을 품은 파가 녹아들어간 된장찌개. 보온밥솥에서 푼 밥에 비벼가며 하루를 시작하던 20대 후반이었다. 아무 것도 쌓인 것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