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사람들을 두 부류로 나누면…

최경

Visit859 Date2016.06.09 15:30

거짓말과 말바꾸기ⓒ뉴시스

방송작가 최경의 ‘사람기억, 세상풍경’ (27) 거짓말쟁이의 모래성

‘저 사람은 입만 열면 거짓말이야. 믿지 마’

이런 말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살면서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사람을 만날 때가 있다. 그래도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는 한, 내 삶에 그리 치명적이진 않다. 그러나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거짓말로 포장된 것이라면, 그래서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제보자들 중에는 결혼을 앞두고 신랑이 혹은 신부가 잠적했는데 찾아달라는 사연이 꽤 많다. 불타는 연애를 하고, 결혼약속을 하고, 분홍빛 미래를 꿈꾸는 중에 애인이 사업자금이 필요하다고, 혹은 갑자기 집안에 큰 일이 생겼다며 큰돈을 빌려달라고 한다. 눈에 콩깍지가 씐 와중에 사랑하는 사람이 어려움에 처했다는데 발 벗고 나서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대출을 받아서라도 목돈을 마련해 건네주게 되는데, 얼마 뒤 홀연히 종적을 감추는 것이 전형적인 수법이다. 그런데 뒤늦게 뭔가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뒤 우리에게 제보를 해오면서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그 사람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정말 모르겠어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모르겠어요.”

취재를 해보면, 대부분 그 사람은 이름부터 학력, 이력, 가정환경, 직업 등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는 것이 확인된다. 뿐만 아니라 결혼을 전제로 사귀며 목돈을 뜯어내 잠적하는 수법으로 당한 피해자들이 줄줄이 딸려 올라오는 고구마처럼 튀어나온다. 그 사람에게 거짓말로 둘러싼 포장지는 한 몫 챙기기 위한 필수도구다. 그래서 사기꾼들은 그럴 듯한 거짓말을 장착하고 계속 진화시키며 떠돌아다니는 것이다.

그런데 돈을 목적으로 한 사기꾼은 아니면서 거짓말로 인생을 포장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자신의 욕망과 목표를 위해 습관적으로 부풀리기를 잘하는 사람과 병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면서 허상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있다. 불행한 건지, 누구나 다 그런 건지, 나는 이 두 부류를 모두 가까이에서 겪어 봤다.

첫 번째 부류는 주로 이력 부풀리기를 통해 성공사다리를 손쉽게 올라탄다. 아예 없는 사실을 꾸며내기 보다는 아주 보잘 것 없는 경력 하나를 뻥튀기 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고작 소 한 마리를 키워본 사람이 수백 마리 소를 키워본 목장주였노라고 떠벌리고 다니지만, 그걸 확인하는 사람이 없는 한 그냥 믿어버리게 된다. 그리고 다음엔 더 손쉽게 다음 성공사다리에 오른다. 이런 사람은 묵묵하고 성실하게 한 계단씩 밟아 올라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요즘 말로 ‘암 유발자’ 같은 존재다.

두 번째 부류로 병적인 거짓말을 하는 사람을 허언증 환자, 리플리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영화 속에서 섬뜩한 캐릭터로 종종 등장하는 허언증 환자를 현실에서 만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주변에 많다. 그들도 앞서 언급한 혼인빙자 사기꾼들처럼 기본적인 이력을 거짓말로 포장한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딱히 상대가 알 필요도 없고 자신을 포장하는데 별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들까지 자꾸 거짓말로 덧입힌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병적으로 거짓말을 멈출 수 없게 되는 병증 상태다. 나중엔 하도 거짓말을 많이 해서 스스로 발목이 잡혀 들통이 나는 건 시간문제다. 그러기 전에 다른 곳으로 옮겨가거나 잠적을 해버린다.

이 허언증 환자들의 특징은 스스로도 만든 허상의 인물이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동경과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고 거짓말로 그것들을 채워나가며 존재감을 찾고 있었다. 거짓말로 만들어진 자신을 사람들이 인정해주고 좋아해주면 그것이 자신이라고 믿고 싶어지고, 또 다른 거짓말로 강화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모래위에 집을 짓듯 거짓말로 쌓고 다진 존재감은 언젠가는 무너지게 돼 있다. 그리고 맨얼굴의 자신과 마주하게 됐을 때 가장 큰 상처를 받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 될 수밖에 없다. 자아의 파괴자가 남이 아닌 자신일 뿐이다. 거짓말은 그래서 어느 것에도 도움이 안 된다. 선의의 거짓말이라도 시효가 길어지면 악의로 변해갈 수 있다. 당하는 입장에서는 그렇다. 잘 안다고 생각해온 사람이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내가 믿는 것이 정말 믿을 수 있는 건지, 세상은 믿을 수 있는 건지 근본적인 의심증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그걸 회복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세상에 숱한 거짓말쟁이들을 보고 듣고 겪으며 새삼 무릎을 치게 하는 말이 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이 속담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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