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연설문을 위한 7가지 조언

강원국

발행일 2016.05.23. 15:38

수정일 2016.05.23. 16:39

조회 10,583

마이크ⓒ뉴시스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32) 연설문을 잘 쓰려면
- 연설문에서 피해야 할 5가지와 있으면 좋을 7가지

누구나 연설할 일이 있다.
하다못해 가족 모임이나 동창회에서도 ‘한 말씀 하시죠.’라는 당혹스런 상황에 부딪친다.
그래서 머릿속이 하얘지고, 가슴만 쿵쾅거린 경험이 모두 있다.
그럴 필요 없다.
그런 상황이 예상되면 이렇게 정리해보자.

연설은 청중의 질문에 대한 답변

먼저, 두 가지를 생각해보자.
자리 성격에 맞고, 청중들이 듣고 싶은 말이 뭘까.
둘 다가 아니어도 좋다.
이중 하나만 고르라면 후자다.
청중들은 무슨 얘기를 듣고 싶어 할까 생각해보자.
연설은 그 대상이 구체적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연설은 청중의 소리 없는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핵심메시지가 중요하다

연설의 구성은 단 두 가지다.
주장과 그것의 입증이다.
<수사학>에서 밝힌 아리스토텔레스 말이다.
주장이 핵심메시지에 해당한다.

대통령 연설문을 작성하면서 염두에 두는 것 중의 하나는, 신문 제목이 어떻게 뽑힐지 하는 것이다.
바로 그 제목이 핵심메시지다.
나는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가.
한 줄로 정리하면 어떻게 되나.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1. 자신의 주장이 담긴 주제문을 만든다.
2.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이유를 설명한다.
3. 통계수치나 사례 등으로 주장이 맞다는 근거를 제시한다.
4. 내 주장에 대한 예상 반론이나 사회적 논쟁을 소개한다.
5. 재반박하는 등의 방법으로 다시 한 번 주장한다.

문제는 전달이다

말한 내용이 아니라 들은 내용이 중요하다.
아무리 멋진 말을 해도 청중의 머릿속에 남지 않으면 소용없다.
청중의 가슴속에 새겨져야 의미가 있다.

첫째, 단문으로 쓴다.
그래야 쏙쏙 들어온다.

둘째, 두괄식으로 쓴다.
청중은 인내심을 갖고 듣지 않는다.

셋째, 접속사는 자제한다.
연설의 힘을 떨어트린다.

넷째, 구어체로 쓴다.
‘하였습니다’가 아니라 ‘했습니다’로 쓴다.

다섯째, 요약해준다.
첫째, 둘째, 셋째로 정리하거나, 처음과 끝에 반복한다.

연설문에서 피해야 할 다섯 가지

1. 군더더기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상관없는 것은 모두 뺀다.

2. 중언부언이다.
했던 얘기가 다시 나오면 ‘연설하고 있네’라는 반응이 나온다.

3. 비약이다.
논리적으로 쓰는 데 자신 없으면 친절하기라도 해야 한다.

4. 모호함이다.
구체적으로 생생하고 명료하게 쓴다.

5. 일반론이다.
남들이 다 하는 얘기, 진부한 표현은 삼간다.

연설문에 있으면 좋은 것 일곱 가지

1. 예시, 비유, 통계, 일화이다.
청중의 이해를 돕는 말은 많을수록 좋다.

2. 칭찬, 덕담, 거명이다.
연설하는 목적 중의 하나는 호감을 얻는 것이다.

3. 참신한 정보, 새로운 관점이다.
그래야 듣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4. 기억에 남는 문구다.
받아 적고 싶은 구절이 단 한 줄이라도 있어야 한다.

5. 재미다.
유머, 스토리, 의외의 첫마디, 여운 있는 마무리가 연설을 재밌게 만든다.

6. 운율이다.
연설이 리듬감 있게 흐름을 타야 청중이 부담 없이 듣는다.

7. 박수다.
내가 치는 건 아니지만, 박수를 만드는 건 나다.

실제 조언 사례

회사에서, 혹은 관청에서 사장이나 기관장의 연설문을 담당하고 있는데, 무슨 내용으로 써야할지 늘 막막하다고 하소연한다.나는 세 가지 안에 답이 있다고 말한다.
1. 연설자 : 연설하는 사람이 평소 강조하는 말이나 철학, 하고 싶은 얘기
2. 행사 : 행사 개최 목적, 기대하는 효과, 연설자의 행사와의 인연
3. 정책 : 그 시기에 강조하고 있는 정책이나 중점  추진사항, 비전, 당부사항

어느 선배가 연설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하냐고 물었다.
두 가지만 신경 쓰면 된다고 얘기했다.
1. 연설 목적이 단순축하, 격려, 설명, 설득, 주장, 반박, 호소 가운데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것에 충실하게 쓴다.
2. 꼭 전달하고 싶은 한 문장을 만들어, 어떻게든 그 한 줄이 참석자에게 전해지고 그들 기억에 남도록 한다.

연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

내가 아는 그분은 진정성이 연설의 최고 덕목이라고 말했다.
연설문을 잘 쓰려면 잘 살아야 한다고 했다.
생각대로 쓰고, 쓴 대로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남은 생의 유일한 목표이자 즐거움이었다. 글로써 세상을 변화시키고 사람을 이롭게 하고자 했다.
그런데 글 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사람들에게 읽어 달라고 할 염치가 없다고 했다.
내가 쓴들 누가 읽겠느냐고 했다.

더 이상 쓸 수 없을 때, 그는 세상을 등졌다.
5월 23일은 그가 돌아가신 지 7년이 되는 날이다.

#강원국 #글쓰기 필살기 #연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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