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대공원, 장애인의 시선으로 바라보니...

시민기자 이상국

발행일 2016.04.22. 14:35

수정일 2016.04.22. 14:35

조회 1,823

서울어린이대공원 벚꽃길을 지나가는 시민들. 유모차와 휠체어도 보인다

서울어린이대공원 벚꽃길을 지나가는 시민들. 유모차와 휠체어도 보인다

서울 도심은 알록달록 봄꽃으로 물들었고, 따스한 봄 햇살은 당장이라도 여행 가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이 무렵이면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는 것만으로 봄나들이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거동이 불편한 사회적 약자에게는 가벼운 산책도 부담으로 다가온다.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장애인수는 총 272만 명이며, 서울시 등록 장애인 수는 약 4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장애 출현율이 가장 높은 유형은 지체장애로 133만 명이다. 전체 장애인의 절반에 가까운 비율이다.

지난 9일 서울 어린이대공원 봄꽃 축제 현장을 찾았다. 둘레 4km의 면적으로 조성된 서울 어린이대공원은 몸이 불편한 시민들도 비교적 많이 찾는 공원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뛰어놀 수 있는 무장애 통합 놀이터가 있고, 벚꽃 나무가 심어진 보행로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완만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자가 느끼기에 서울시설관리공단 소속 직원들의 서비스도 준수한 편이다.

이날 기자는 장애인의 시선에서 서울 어린이대공원 봄꽃 축제를 직접 체험해 봤다. 먼저 정문 입구의 사무실에 들러 휠체어 대여 장소를 확인했다. 공원 직원에게 “휠체어 대여는 정문 출입구의 사무실에서 신분증 반납과 함께 가능하다”는 내용을 확인한 후 발걸음을 옮겼다.

정문 고객안내센터에서 시민들이 유모차를 대여하고 있다

정문 고객안내센터에서 시민들이 유모차를 대여하고 있다

정문을 지나고 바로 옆에는 무인 무료 물품 보관 및 반려동물 대기소가 있다. 조금 더 걷다 보면 오른편에 고객 안내 센터와 유모차 대여소도 보인다. 입구 가까이에 편의 시설이 있어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공원에 들어서자 때 마침 열린 무대에서는 서커스, 마술 등 관람객 참여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마술사의 우스꽝스러운 퍼포먼스가 펼쳐지자 시민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때 옆에서 휠체어를 탄 시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관람객들 사이로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듯했다. 얼마 후 근처에 있던 공원 직원이 다가와 관람하기 편한 자리로 안내했다.

휠체어를 타고 봄꽃축제 공연을 보고 있는 시민

휠체어를 타고 봄꽃축제 공연을 보고 있는 시민

벚꽃을 보기 위해 음악 분수대를 지나 상상마당 입구 쪽의 중앙로 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음악 분수대를 지나는 순간 몸이 불편하신 또 다른 시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자는 휠체어를 탄 시민의 속도에 맞춰 함께 벚꽃이 핀 중앙로 길을 걸었다. 

상상마당 초입부터 이어지는 중앙로 길은 비교적 완만한 경사로로 조성되어 있다. 이 정도면 누구나 다니기 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휠체어를 타고 공원을 찾은 한 시민에게 직접 이용 소감을 물었다. “날씨도 좋고 즐거워요. 다만 언덕을 좀 낮춰 줬으면 합니다. 다니기가 쉽지만은 않네요”라고 대답했다. 긍정적인 답을 기대했던 터라, 살짝 당황했다. 장애인의 시선으로 체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비장애인으로선 충분히 그 불편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유모차를 밀고 식물원2층 연결통로를 내려오는 시민의 모습

유모차를 밀고 식물원2층 연결통로를 내려오는 시민의 모습

중앙로 벚꽃길을 걷다 보면 왼쪽에 서울 어린이대공원 내 자리 잡은 와팝홀도 보인다. 이곳 입구는 턱이나 계단이 없어 휠체어와 유모차 이동이 꽤나 자유로워 보였다. 다음으로 팔각당을 지나 동물원 방향으로 향했다. 코끼리, 원숭이 등을 볼 수 있는 동물원 주변으로도 벚꽃은 만개해 있었고, 사람들은 벚꽃 사이에서 사진 찍기에 바빴다.

휠체어를 밀고 와팝홀에서 내려오는 시민의 모습

휠체어를 밀고 와팝홀에서 내려오는 시민의 모습

동물원을 거쳐 조금 아래에 있는 식물원을 직접 이용해 봤다. 식물원 입구에 들어가기 전에 가졌던 우려와 달리, 식물원 보행로는 턱이 없어 휠체어나 유모차가 아용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식물원을 찾은 안상철 씨는 “이동에 특별히 불편한 것은 없었다”며 “2층을 구경 못할 줄 알았는데 바깥으로 올라가는 연결 통로가 있어서 쉽게 이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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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원 보행로는 턱이 없어 유모차도 쉽게 드나들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무장애 통합 놀이터인 꿈틀꿈틀 놀이터를 둘러보고 체험을 마쳤다. 장애가 있는 아동과 장애가 없는 아동 모두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무장애 통합 놀이터에는 주말을 맞아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단위 이용객들로 붐볐다. 특히, 장애아동 사회복지시설의 봉사자들과 함께 나들이 나온 장애 아동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안전그네에 많은 시민들이 줄서서 이용을 기다리고 있다

안전그네에 많은 시민들이 줄서서 이용을 기다리고 있다

무장애통합놀이터에서 장애아동이 일반 그네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무장애통합놀이터에서 장애아동이 일반 그네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많지 않았던 장애 아동들은 어쩔 수 없이 대기 줄이 짧은 일반 그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옆의 등받이와 안전벨트가 있는 안전 그네를 이용하기에는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 보였다. 무장애 통합 놀이터의 의미가 조금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이번 공원 관람을 통해 비장애인이라서 느낄 수 없었던 다양한 불편을 발견했다. 다른 시설에 비해 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한 장치가 더 많이 마련됐다고 생각했던 공원에서도 여전히 장애인의 불편은 존재했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사회를 이루는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은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형성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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