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비만 한 달에 200만원, 이대로 괜찮은가?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6.03.15. 16:40

수정일 2016.10.11. 15:08

조회 3,045

오디세이학교 입학식에서 격려사를 하는 조희연 교육감

오디세이학교 입학식에서 격려사를 하는 조희연 교육감

함께 서울 착한 경제 (43) 96%를 위한 제대로 된 교육

“수1 심화, 수2 기본 해서 70만 원입니다.”

지난겨울, 고1이 되는 아이의 학원을 알아보러 다니며 들은 말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수1 기본과정까지 포함하면 100여만 원이 넘는 금액. 영어에 기타 주요 과목까지 더하면 적게 잡아도 200여만 원이 나온다. 불안한 맘에 선배를 찾아갔더니, 한술 더 떠 그것만으론 택도 없단다. 수능을 앞둔 기간에 인기 강사 강의에다가 개인 과외까지 더해지면 1,000만 원 단위로 뛴다고 한다. 재수 비용 생각하면 지금 투자하는 게 남는 것이란 마지막 한마디는 마치 협박으로 들리기까지 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 여러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은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이 어려워 졸업을 유예하거나 자격증 따기,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있던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가 싶다. 부모의 노후와 아이의 현재를 저당 잡힌 사교육 경쟁의 고리는 진정 끊을 수 없는 것일까?

에듀 푸어, 고용 절벽 앞에 선 위기의 가정

2월 26일 하자센터에서는 공부중독의 저자 하지현, 엄기호 씨가 함께하는 포럼이 열렸다. 자공공 포럼 ‘전환학교 그 탐색의 지점들1. 어떻게 공부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에서는 교육 문제의 실상을 진솔하게 들여다볼 수 있었다. 자공공이란 ‘자조(自助), 공조(共助), 공조(公助)’의 첫 글자를 각각 따서 만든 이름으로, 스스로 돕고자 하는 이들이 만나 서로를 살리며 새로운 공공성을 만들어나가자는 뜻이다.

자공공포럼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공부중독 저자 하지현 씨

자공공포럼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공부중독 저자 하지현 씨

“고학력 전문직 혹은 사무직 시장은 준비 기간이 늘어나면서 진입 연령이 뒤로 가고 있어요. 그런데 동시에 사무직 부모의 은퇴 연령은 점점 앞당겨 지고 있고요. 현재 화이트칼라 은퇴 시기는 평균 53세인데, 자녀들이 자리 잡을 때까지 대략 4~5년간은 집안에서 아무도 돈을 벌지 않는 상황에 놓인다는 거죠. 그때까지 벌어놓은 돈으로 90세까지 살아야 합니다. 이대로라면 10년 후, 20년 후에 우리 사회에 엄청난 빈곤 문제가 대두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판돈만 올리는 게임이 되어버린 사교육, 정답을 찾아 구경하는 공부에 중독되어 버린 아이들, 그 속에서 소외된 아이들, 그리고 사회에 발을 디디지 못하고 여전히 준비만 하는 청년들과 이를 방관하는(혹은 부추기는) 우리 사회의 문제 등 이날 포럼에서 나온 이야기들엔 모두 고개가 끄덕여진다.

자공공포럼

자공공포럼

“일단, 학군에 의해서 아파트값이 결정되고, 이로 인해 주거비가 상승하니 부동산 문제가 발생하죠.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웬만큼 벌어도 빠듯한 삶을 살아요. 이것이 결국에는 자신의 미래를 갉아먹는 거죠. 지금 우리나라의 사회문제라고 하는 것들 이를테면, 노인 빈곤, 사오정, 오륙도, 청년 실업, 높은 자살률. 이 현상들을 들여다보면 그 핵심 고리가 공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은?

그렇다면 과잉 사교육 열풍을 몰고 온 오늘날의 입시교육, 경쟁 교육은 과연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제대로 된 교육이라 할 수 있을까?

올해 1월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로봇과 인공지능이 보편화하면서 앞으로 5년간 선진국과 신흥시장을 포함한 15개국에서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라지는 상위 직종으로 사무·행정, 제조·생산, 건설, 예술·디자인·환경·스포츠·미디어, 법률 업종 등을 꼽았다. 지금 중산층의 대표적인 직종이자, 우리 아이들을 기를 쓰고 준비하는 직종 대부분이 이에 포함될 것이다.

실제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 조바이든 미국 부통령 등 참가자들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은 자본과 재능, 최고의 지식을 가진 이들에게 유리할 뿐, 장기적으로 중산층 붕괴와 불평등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입학생들 각자 글 그림 영상 몸짓 음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생각을 담아 준비한 입학식

입학생들 각자 글 그림 영상 몸짓 음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을 생각을 담아 준비한 입학식

그렇다면 현재의 입시교육, 정답을 찾는 지식 습득 교육은 가까운 미래조차 대비하지 못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오히려 다양한 생각과 개성이 존중되고 경쟁보다는 협업을 끌어내는 교육이 필요할 것 아닐까?

3월 4일 하자센터에서는 입학생들이 각자의 생각을 글, 그림, 영상, 몸짓, 음악 등 원하는 방식으로 준비한 특별한 입학식이 열렸다. 서울시 교육청의 고교 자유학년제 운영학교 ‘오디세이학교’의 입학식이었다. 아이들의 교육 때문에 고민하던 차에 조희연 교육감의 격려사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그동안 암기 위주의 입시교육은 1등 인재를 만들어내는 것이었습니다. 2등부터 꼴등까지의 인재가 가진 잠재력은 무시한 거죠. 하지만 이제는 온리 원 교육, 오직 한 사람 교육으로 바꿔야 합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삶을 살고 싶은 학생에게는 또 다른 교육과정을 열어줘야 하는 겁니다. 오디세이학교는 그런 철학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입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생각을 담아 함께 준비하고 만든 오디세이학교 입학식

입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생각을 담아 함께 준비하고 만든 오디세이학교 입학식

대학교를 성적별로 줄을 세우고, 상위 4%의 아이들을 위해 남은 96%의 아이들이 들러리가 되어야 하는 교육은 이제 더이상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96%의 아이들을 위한 제대로 된 교육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빠르게 정답을 찾아가는 기계식 학습이 아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참공부가 필요할 듯싶다.

`오디세이학교` 입학식 기념사진 촬영 모습

`오디세이학교` 입학식 기념사진 촬영 모습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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