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동 고시촌에 부는 '셰어하우스' 바람

서울사랑

발행일 2016.03.18. 16:10

수정일 2016.03.18. 17:02

조회 6,238

사회적 기업 선랩건축사사무소 현승헌 소장

사회적 기업 선랩건축사사무소 현승헌 소장

고시촌 하면 떠오르는 신림동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 고시원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청년 주거 공간 ‘셰어어스(Share-Us)’가 바로 그것이다.

“로스쿨 제도가 생기면서 신림동 고시촌에서 학생들이 사라졌어요. 인구가 감소하니까 공실이 늘고 사회적 기반 시설도 약화되면서 지역 전체가 슬럼화되어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청년들이 함께 거주하며 소통하고, 지역도 살릴 수 있는 방법으로 셰어어스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선랩건축사사무소 현승헌 소장은 셰어어스 프로젝트가 서울 신림동 고시촌이나 고시원이 안고 있던 기존 고시원의 문제점을 분석해 1인 주거 공간의 대안을 제시한 공간 재생 플랫폼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셰어어스가 들어와 있는 건물은 리모델링 이전만 해도 4층 건물 44개 방에 단 4명만 입주해 있었고, 건물주가 노부부라 관리도 잘 되지 않은 상태였다. 선랩은 이곳을 5년 동안 장기 임대해 1인 가구와 공동체 공간이 어우러지도록 지난해 11월부터 운영 중이다.

44개이던 방을 19개로 줄이고 2‧3‧6인실로 나누어 개인 활용 공간과 공동 활용 공간은 분리하되 입주자 간 동선이 서로 겹치도록 유도했다. 입주자들은 화장실, 거실, 부엌, 발코니 등을 공동으로 사용하면서 자연스레 유대감을 형성하고 일상을 공유하며 친분을 쌓는다.

“가장 인기 있는 방은 3인실입니다. 2인실이나 6인실은 친한 사람들이 함께 들어와야 문제가 없다는 점을 느끼기도 했고요. 수익과 상관없이 다양한 유형의 방을 만든 이유는 각각의 공유 주거 형식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새로운 주거 형태에 걸맞은 집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의 일환이죠.”

현 소장은 별도의 가구별 관리비를 없애고 공과금을 층별로 부과해 공동 협의가 이뤄지고 있으며, 한 달에 한 번 있는 입주자 회의와 함께 밥을 먹는 모임 외에는 일체의 강제성이 없다고 말했다. 또 스터디 룸, 라운지, 회의실, 미디어 룸, 공유 부엌, 카페 등 공동 활용 공간은 입주자뿐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도 개방해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각종 공동체 행사 장소로 사용하며 지역 활성화에 일조하고 있다.

`따로 또 같이`가 가능한 구조로 개조한 모습. 사진은 6인실로 개인 방과 부엌, 거실 등 공동 공간으로 구성했다

`따로 또 같이`가 가능한 구조로 개조한 모습. 사진은 6인실로 개인 방과 부엌, 거실 등 공동 공간으로 구성했다

사람 중심의 건축으로 건축에 새로운 가치 부여

현 소장이 다른 건축사 사무소에서 근무하다 사회적 기업 선랩건축사사무소를 창업한 계기는 서울시 창업 공모에 선정됐기 때문이다. 그는 2006년부터 서울시 관악구·동작구 관내 취약 계층의 집수리를 돕는 ‘해뜨는집’에 참여하면서 느낀 문제점을 반영한 봉사 시스템을 제안했다.

“저는 디자인 같은 겉모습보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며 건축물을 함께 만들고, 그 가치를 전달하는 데 흥미를 느꼈습니다. 건축 관련 봉사 활동을 하면서 돈 주는 사람을 위한 건축이 아닌, 사람이 중심인 건축을 하고 싶었죠. 그것은 지금 선랩의 가치기도 합니다. 사회적 기업을 신청한 이유도 건축 회사가 자본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선랩건축사사무소는 지역 내 자원 재순환을 통한 건축 서비스 제공, 노후된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동시에 지역 활성화도 추구하고 있다. 셰어어스 프로젝트가 바로 선랩의 가치를 실현한 공간이다.

“공간을 공유한다는 건 같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경험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건축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앞으로도 계속해나갈 예정입니다.”

현 소장은 제2, 제3의 셰어어스를 만들어 사람과 지역, 건축에 생명을 불어넣겠다는 신념 하나로 오늘도 신림동을 누비고 있다.

2020 서울형 청년보장 짚어보기 : 사회 주택, 누구나 쉽게 짓고 싸게 거주한다

서울시는 사상 최악의 주거난을 겪는 청년층 등에게 이사, 임대료 부담, 집주인과의 갈등 걱정 없는 주택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사회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사회 주택은 시가 토지를 매입해 민간 사업자에게 30년 이상 저렴하게 빌려주고, 여기에 사업자가 주택을 신축하거나 리모델링해 입주자에게 시세 80% 이내의 저렴한 임대료로 10년까지 임대하는 민관 공동출자형 신개념 임대주택이다.

사회 주택 입주 대상은 1인 가구의 경우 도시 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액 70% 이하, 2인 이상 가구의 경우 100% 이하 중 모집 공고일 기준으로 서울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다. SH공사를 통해 사회 주택별로 입주 신청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지난해 시범 사업 결과 사업자 참여가 부진했던 점을 감안해 이를 개선했다. 사업자에게 빌려주는 토지의 임대료를 입주자가 내는 주택 임대료(시세의 80% 이내)와 균형이 맞는 수준까지 내리고, 지하철 역세권 등 입지 조건이 뛰어나며 값도 비싼 토지도 매입하기로 했다.

지금은 평당 약 1,200만 원 이하의 토지만 매입할 수 있어 강남이나 역세권 등 땅값이 비싼 곳에는 사회 주택을 짓기 어려운 것이 현실. 이에 따라 영세 사업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건축비를 지원하는 사회 투자 기금의 대출 한도도 필요한 건축비의 70%에서 90%로 높였다. 그뿐 아니라 사업자와 입주자에게 필요한 제반 정보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사회 주택 보급 확산 역할을 수행할 ‘사회주택종합지원센터’를 3월에 개설할 예정이다. (문의 : SH공사 1600-3456)

이철원

“사람 사는 냄새가 나서 외롭지 않아요” - 이철원 (입주자, 32세, 직장인)
집이 평택이라 대학에 진학하면서 1인가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기숙사나 작업실, 원룸 등에 살면서 항상 사람이 그리웠던 것 같아요. 원룸 내에 부엌이나 세탁기 같은 게 있어 편했지만, 바로 옆방과도 교류가 전혀 없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항상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집에 돌아오면 인사를 나누는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까 혼자 지내면서도 혼자라는 느낌이 안 들어요. 솔직히 처음엔 낯선 사람과 사는 게 조금 어색하고 불편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재미도 느끼고 외로움도 덜한 것 같아요. 고시원 가격에 쾌적한 원룸에서 이웃을 느끼며 사는 게 정말 좋습니다. 서울시에 이런 공간이 더 많이 생겨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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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_서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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