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이번엔 1960-1970년대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6.03.11. 13:41

수정일 2016.03.11. 13:41

조회 3,375

구멍가게를 재현한 `광명상회` 내부

구멍가게를 재현한 `광명상회` 내부

“저기 누런 알루미늄 도시락 좀 보세요” 중년의 부부는 대화를 이어간다. “초등학교 교실에 있었던 풍금, 지금도 초등학교에 있으려나? 지금은 컴퓨터 반주로 노래 부르겠지?​” “음악다방 DJ 뮤직박스도 옛날 그대로네” 그 시절, 그 느낌,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그냥 좋은 곳, 바로 색다른 봄나들이 장소 ‘청계천 판잣집 체험관’ 이야기이다.

2호선 용두역(동대문구청역) 5번 출구에서 8~10분 정도 청계천 방향으로 걸어가면 청계천박물관 도로 건너편에 오래된 판잣집이 보인다. 서울 도심 풍경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옛 기억을 떠올리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최적의 추억여행지이다.

청계천박물관에서 바라본 판잣집 체험관 전경

청계천박물관에서 바라본 판잣집 체험관 전경

이곳은 1960~1970년대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소품들로 속이 꽉 찬 ‘판잣집 테마-존’이다. 청계연탄 입구에 들어서면, 브라운관 TV, 영화포스터, 주판, 만화책, 못난이인형이 전시되어 있고, 학창시절 교복으로 갈아입을 수 있는 체험관이 있다. 경남 함양에서 왔다는 여성 관람객은 “다시 여고생이 된 기분”이라며 같이 온 친구들과 ‘인증샷’ 찍기에 바쁘다.

첫 번째 테마방은 ‘공부방’이다. 말이 공부방이지 한 가정의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던 거실과 안방을 겸한 공부방 모습이다. 앉은뱅이 책상위에 꽂혀있는 색 바랜 교과서, 힘든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오시는 아버지를 위한 막걸리 술상, 어머니의 애장품 석유곤로, 나지막한 옷장 위에 켜켜이 쌓아놓은 이불, 높은 벽면에 걸어둔 가족사진과 낡은 벽시계를 둘러보니, 타임머신을 탄 듯 그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거실과 식당을 겸한 다용도 공부방이다

거실과 식당을 겸한 다용도 공부방이다

다음 코너는 옛날 구멍가게 ‘광명상회’이다. 지금은 편의점이 많이 생겨 찾아보기 힘든 구멍가게. 다시다와 맛나 조미료, 카라멜, 라면봉지는 천정에 매달려 있고, 큰 각설탕통과 콜라병, 맥주병은 세월을 머금어 누런색이 되었다. 또 어린 시절 즐겨 먹던 추억의 주전부리 ‘뽀빠이’, ‘자야’, ‘쫀드기’도 눈에 띈다. 우량아 아기모델을 앞세워 치열한 시장경쟁을 하던 남양분유와 아기밀분유는 옛날 흑백TV시절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우량아 선발대회’를 생각나게 한다.

`광명상회` 앞에 놓인 아이스크림통과 빵 상자를 보니 영락없는 1960년대다

`광명상회` 앞에 놓인 아이스크림통과 빵 상자를 보니 영락없는 1960년대다

광명상회 다음에는 ‘청계다방’이 있다. 추억의 LP판이 천장과 벽에 붙어있고, 안쪽 구석에는 DJ가 신청곡을 들려주던 뮤직박스가 그대로다. 테이블에 놓인 믹스커피를 타서 갈색소파에 앉으니 지금의 별다방, 콩다방도 안 부럽다. “앨비스 프레슬리 ‘러브 미 텐더’를 틀어주면서 미팅 분위기를 띄워주던 DJ 아저씨, 아직 살아계실까?” 일산에서 온 양승두씨(60세)는 LP판을 둘러보며 옛 추억을 떠올린다.

LP판으로 뒤덮힌 청계다방에서 기념사진을 찍고(여학생), 자신이 좋아했던 음악을 찾는다(오른쪽)

LP판으로 뒤덮힌 청계다방에서 기념사진을 찍고(여학생), 자신이 좋아했던 음악을 찾는다(오른쪽)

체험장의 마지막 주제는 ‘추억의 교실’이다. 급훈, 시간표, 풍금, 성적표, 방학공부, 책가방, 모자, 흑백 졸업사진 등 그 시절 그대로이다. ‘삐그덕’하는 교실 마루 소리는 여전히 정겹고, 주번 완장을 두른 친구들이 복장검사를 하고, 선생님의 풍금 반주에 맞춰 노래하던 음악시간, 짝꿍 여학생과 책상 위에 금을 그으며 자리싸움하던 학창시절에서 시간이 멈춰있다. 부잣집 아이들이 신었던 하얀 실내화와 빨간 책가방, 지금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 때는 왜 그렇게 부러웠던지... 내가 신었던 검정 고무신이 어찌나 부끄러웠던지...

추억의 교실 내부

추억의 교실 내부

5060세대에는 아련한 옛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힘들게 사셨던 부모님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 체험관이다. 혹시 바쁜 일상으로 긴 세월 만나지 못한 학창시절 친구가 있다면 꼭 함께 가보길 권하고 싶다. 옛 소품들을 보다보면 잊고 지낸 긴 세월이 무색할 만큼 단번에 회복시켜 주기 때문이다. 청계천의 판잣집이 모두 철거되고 지금은 없지만, 아련한 추억들은 시간을 거슬러 ‘청계천 판잣집 체험관’에서 말없이 흐르고 있다.

1960년대 청계천 판잣집 모습(청계천박물관에서 촬영)

1960년대 청계천 판잣집 모습(청계천박물관에서 촬영)

○ 운영시간: 오전10시~오후7시(매주 월요일 휴관/5~10월 중 금, 토요일은 오후8시까지)
○ 오는 길
 - 1호선 제기동역 4번 출구로 나와 청계천 방향으로 걸어서 10분
 - 2호선 용두(동대문구청)역 5번 출구 도보 8~10분
○ 입장료: 무료

#청계천 #청계천판잣집체험관 #판잣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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