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마음 달래주는 이곳은 어디?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16.03.10. 17:20

수정일 2016.03.10. 18:24

조회 1,954

가득 채워진 달콤창고. 왼쪽에 달콤창고 도둑에게 보내는 경고 쪽지가 놓여있다

가득 채워진 달콤창고. 왼쪽에 달콤창고 도둑에게 보내는 경고 쪽지가 놓여있다

봄을 알리는 3월은 입학식과 더불어 새 출발을 맞이하는 시기이다. 새로운 만남이 많은 만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생기기 마련이다. 친한 친구와의 헤어짐, 낯선 곳에서의 만남과 같이 변화가 많은 계절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힘들 때 시민들에게 소소한 위안을 주는 곳을 찾아가 보았다.

첫 번째로 추천할 곳은 지난해 모바일 앱에서 시작된 ‘달콤창고’이다. 이름부터 달콤한 이것은 익명의 누군가가 지하철 물품보관함을 장기간 빌려 SNS로 비밀번호를 공유한 후, 응원 쪽지나 간식 등을 채우고, 응원이 필요한 다른 사람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 어플은 글 쓴 사람과 거리만 표시되어 익명성이 보장되므로 부담이 없다. 서로에게 무관심해져 가는 사회에서 근처에 있는 모르는 누군가로부터 받는 공감은 의외로 큰 위안이 된다.

구글에서 ‘달콤지도’를 검색하여 종각역으로 가보았다. 사물함 문 앞에 취준생과 모든 미생들을 위하여 준비했다는 글이 붙여 있었다. SNS로 받은 암호로 열어보니 ‘달콤창고’ 안에는 격려의 메시지와 함께 사탕과 인형, 손수 만든 재활용 장식품 등 달콤한 응원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한 개를 집어 들고 준비해 온 것을 넣었다. 포스트잇에 쓴 작은 글들과 방명록이 흐뭇한 웃음을 주었다. 아직 모르는 시민들이 많은지 물품보관함을 사진 찍는 걸 의아해했다.

종각역 4번 출구에 있는 달콤창고

종각역 4번 출구에 있는 달콤창고

익명으로 운영되다 보니 가끔씩 부작용도 발생한다. 며칠 전엔 달콤창고가 털려 다른 이용자들을 우울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대응은 좀 다르다. 포기하지 않고 더 맛있는 것을 채워 넣어 선으로 악을 이기겠다는 것이다. 물론 비양심적인 사람에게 따끔한 충고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렇게 맥이 빠지다가도 같은 날 남편의 생일날을 기념하기 위해 수제 초콜릿을 달콤창고에 많이 넣어놨다는 이야기가 올라오면 다시 힘을 내기도 한다.

사탕이나 간식이 아니라도 좋다. 누군가는 꽃이나 문구류, 작은 옷을 넣고, 또 대학가에서는 전공이나 자격증관련 책을 나누기도 한다. 작은 글귀를 보았을 때의 훈훈함, 그 따뜻함을 느끼고 싶다면 한번 찾아가 보자. 정성어린 손 글씨 하나에 가격으로 매길 수 없을 큰 희망을 얻고, 작은 사탕 하나에 피곤했던 오늘이 다 녹아버릴지 모른다. 물론 먼저 채워 줄 사랑도 함께 들고 가는 것이 좋겠다.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풍물전당포`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풍물전당포`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신설동 풍물시장내의 청춘1번가의 한 장소, 바로 ‘풍물전당포’다. 이곳에서는 기억을 보관해준다. 잠시 맡아두고 싶은 기억, 두고두고 나누고 싶은 기억, 나중에 꺼내보면 좋을 기억을 맡아준다. 종이에 기억이 생긴 장소 및 내용을 적고 아래 보관증을 자른 후 밀어 넣는다. 3개월 이내에 보관증을 갖고 찾아가면 돌려받을 수 있고 기간이 지나면 익명의 책으로 발간을 하여 모두와 기억을 나누게 된다.

이름을 쓰는 칸이 있지만 익명이나 애칭을 적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현재에 안 풀리는 고민들, 떨쳐버리기 어려운 기억들을 잠시 마음에서 떠나보내고 3개월 후에 다시 보면 어떤 생각이 들지 궁금하다. 일단 지금의 괴로움이나 망설임은 잠시나마 이 전당포를 통해 떨쳐낼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재미삼아 써보았는데 자유롭게 쓰고 나니 마음이 가뿐해졌다.

마음약방1호점(좌), 마음약방2호점이 있는 대학로 연극센터(우)

마음약방1호점(좌), 마음약방2호점이 있는 대학로 연극센터(우)

마지막으로 찾은 곳은 마음약방. 시민청에 위치한 1호점은 이미 유명하지만, 대학로 연극센터에 2호점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시민청의 마음약방이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다면 대학로 약방은 20~30대 청년층을 위한 것이다. 우선 약상자 색깔부터 다르다. ‘아르바이트 트라우마’나 ‘노화자각증상’처럼 청년에게만 해당하는 처방전도 눈에 띈다. 상자를 열어보면 따스한 글과 그림처방이 있고 증상에 따라 엿과 비타민, 드링크제와 영화표 등이 들어있다. 올해 안에 3호점도 생긴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지치고 힘들 때, 나를 잠시나마 달래줄 달콤한 행복을 만나러 가보는 것은 어떨까.

마음약방에서 처방받은 약상자

마음약방에서 처방받은 약상자

○ 마음약방 1호점: 시민청 지하 1층 활짝라운지 옆
○ 마음약방 2호점: 혜화역 4번출구 앞 서울연극센터 입구, 월요일 휴무)
○ 어라운드 달콤창고 위치지도 (hoons99.github.io)
○ 추억전당포: 신설동역 6번출구 서울풍물시장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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