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주도적 글쓰기 환경을 위해 필요한 것

강원국

발행일 2016.03.07. 11:35

수정일 2016.03.07. 15:18

조회 806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21) 글 잘 쓰는 조직, 어떻게 만들까?

언제 나는 최선을 다해 글을 썼던가.

내가 글의 주인이라고 생각할 때 그랬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찾아서 할 때 열심히 썼다
시키기 전에 먼저 쓰려고 했다
때를 놓쳐 지시를 받아 쓸 때는 영 신이나지 않았다.

쓰면서 배운다고 느꼈을 때도 열과 성을 다했다
글쓰기를 통해 자기계발이 되고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인식이 들 때다.

글 쓴 결과에서 성취감을 느낄 때도 일할 맛이 났다
내 보고서나 기획안으로 인해 회사 안에 변화가 일어나거나 새로운 제도가 도입 됐을 때 보람찼다.

글 쓰는 환경이 중요하다.

회사나 공직은 문서라는 제품을 만드는 공장이다
회사원이나 공직자는 글 쓰는 노동자이고, 사무실은 글 생산라인이다
좋은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정신자세와 기술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생산라인이다.

생산라인, 즉 글 쓰는 환경을 잘 만드는 것은 그것을 관리하는 상사 몫이다
다시 말해, 글 잘 쓰는 조직을 만들어야 할 책임은 상사에게 있다.

상사는 위임, 경청, 피드백, 성과 분배를 잘해야 한다.

상사는 문서 작성과 관련하여 부하 직원에게 상세하고 친절하게 지침을 주되, 최대한 위임해야 한다
부하직원이 일의 주인으로서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 쓰는 일은 물건 만드는 일과 달리 당사자의 의욕과 주도성이 특히 필요하기에 그렇다.

부하직원의 말을 경청하고, 지시 대신 질문하고, 지적 보다는 칭찬을 많이 하는 것도 자기 주도적인 글쓰기 환경 구축에 꼭 필요한 일이다.

또한, 글에 대한 성실한 피드백으로 부하직원이 글쓰기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로 인해 만들어진 성과를 독식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는 상사가 전적으로 책임지되, 좋은 결과는 부하에게도 일정 부분 공을 나눠줘야 한다
그래야 부하는 상사를 위해 죽기 살기로 일한다.

무엇보다, 상사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유시켜야 할 책임이 있다.

회사나 공직은 정보로 일한다
글도 정보로 쓴다
정보는 조직의 공기와 같다.

문제는 가장 먼저 글을 쓰는 사람이 가장 적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적은 정보를 가진 부하 직원이 보고서 초안을 쓰면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상사들이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게 문서다.

가장 먼저 문서를 작성하는 말단 직원이 가장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위로 올라가면서 수정할 일이 대폭 줄어드는 것은 물론, 극단적으로 말하면 상사가 필요 없는 조직이 된다.

그런데 왜 정보를 공개하고 공유하지 않는가
정보를 독점하고 싶은 욕심 탓이다
친한 사람에게만 정보를 흘려주는 등 ‘정보 장사’를 하려 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정보로 상사 행세를 하려고 한다
보안 유지는 핑계다.

정보를 공유할수록 직장 내 소외가 줄어들고 보안은 잘 지켜진다
보안에 구멍이 뚫리는 것은 정보에서 소외된 사람으로부터 비롯된다
자신이 정보의 주인이라 생각하면 책임감을 갖고 보안을 위해 힘쓴다.

정보 공유는 직원을 조직의 주인으로 만든다.

누군가 회사에 출근하기 싫다면 정보로부터 소외돼 있는 것이다
어느 부서에 갔는데 분위기가 무겁고 공기가 답답하다면 정보 공유에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정보는 회사 돌아가는 사정뿐만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이 갖고 있는 지식, 기술, 그리고 개개인의 어려움과 속사정까지 포함한다
정보(情報)에서 ‘정’이 마음을 뜻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정보가 막힘없이 돌기 위해서는 상사부터 솔직해야 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물론, 정보의 활발한 공유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보 공유의 장과 채널을 다양하게 구축하고, 토론과 비판이 자유롭게 이뤄지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부하직원은 조직이나 상사가 원하고 기대하는 바를 잘 알 수 있고, 일의 주인이 되어 조직과 상사를 위해 의욕적으로 일한다
이렇게 일하면 성과가 올라가고 개인들도 행복하다
글의 품질이 좋아지는 것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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