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주’ 이준익 감독이 ‘강추’한 곳

시민기자 최은주

Visit865 Date2016.02.25 16:45

영화 `동주`의 한 장면. ⓒ뉴시스

영화 `동주`의 한 장면.

스물 여덟 살 두 청년의 이야기, 영화 ‘동주’가 요즘 장안의 화제다. 일제강점기 한 집에서 나고 자란 동갑내기 사촌지간인 동주와 몽규는 함께 학교에 다니며 문학을 꿈꿨지만 서로 다른 방법으로 시대에 맞선다.

시인을 꿈꾸며 시를 쓰던 동주와는 달리 중국 등지를 다니며 독립투사로 활동한 몽규. 혼란스러운 나라를 떠나 일본 유학길에 오른 두 사람은 각자의 방법으로 일제와 맞서다가 결국 후쿠오카 감옥에서 나란히 생을 마감한다.

영화는 흑백으로 잔잔하게 흘러간다. 담담하게 청년들의 전기를 그려냈지만 보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든다. 무엇보다도 배우 강하늘의 음성으로 듣는 윤동주 시가 아름답다. ‘새로운 길’, ‘별헤는 밤’, ‘참회록’, ‘서시’, ‘자화상’ 같은 시가 윤동주 시인의 삶과 어우러져 진정성 있게 표현됐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시인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진다. 그럴 때 가보면 좋은 곳이 있다. ‘동주’를 연출했던 이준익 감독도 모든 스태프에게 반드시 가보라고 당부한 곳, 윤동주문학관이다.

부암동 언덕에 자리한 윤동주문학관

부암동 언덕에 자리한 윤동주문학관

부암동 야트막한 언덕에 자리한 윤동주문학관은 청운동 수도가압장의 버려진 물탱크를 리모델링한 독특한 공간이다. 윤동주 시인의 일대기를 알 수 있는 사진과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 초판본과 시인의 대표시집, 직접 필사한 정지용 시집 등이 전시돼 있다.

옛 물탱크의 모습이 남아있다

옛 물탱크의 모습이 남아있다

인상적인 것은 전시실 중앙에 놓여있는 작은 우물이다. 나무로 된 이 우물은 시인의 생가에서 가져다 놓은 것으로 ‘자화상’의 모티브가 됐다. 수도가압장에 있던 물탱크로 만든 전시실은 어두컴컴한 후쿠오카 감옥이 연상된다. 그곳에서 윤동주 시인의 일생을 담은 영상이 15분에 한 번씩 상영된다. 한여름에도 벽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가 서늘하다.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자화상`의 모티브가 된 우물

물탱크로 만든 전시실

문학관 바로 옆, 윤동주 시인을 기려 만든 ‘시인의 언덕’에 오르면 서울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서울 성곽이 지나고 있는 이 언덕에 서면 멀리 남산이 보인다. 이곳은 윤동주 시인에게 특별한 장소다. 누상동 하숙집에 기거할 당시 매일 아침 산책하며 시상을 떠올렸던 곳이다. ‘별헤는 밤’‘자화상’ 등이 이 시기에 쓰였다.

문학관 위에 위치한 카페. 오른편에 우물이 보인다

문학관 옆에 위치한 카페

후쿠오카 감옥에서 피를 토하며 죽어가는 장면 위로 낭독되던 ‘서시’가 이 언덕 위에 새겨져있다. 인왕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을 보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시인을 만날 수 있다.

`서시`가 새겨진 비석

`서시`가 새겨진 비석

어둠의 시대에 시인이 되고자 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던 그였지만, 시인의 삶은 한 점 부끄럼이 없었다. 1917년 만주 땅에서 태어나 1945년 후쿠오카 감옥에서 생을 마감할 때 까지 온전한 조국에서 살아본 적 조차 없던 두 청년. 다만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려 애썼던 스물 여덟 사촌지간 두 청년. 한 점 부끄럼 없이 살다간 두 청년, 동주와 몽규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는 누구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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