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림역에 남은 연탄의 흔적

시민기자 박장식

발행일 2016.02.05. 15:01

수정일 2016.02.05. 16:01

조회 1,353

석탄이 들어오고, 연탄이 나가던 신도림역의 연탄공장 인입선이 5m가량 잘려진 채 남아있다

신도림역 앞 미니 연탄박물관

서울시의 웬만한 인구수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매일 각자의 위치로 가기 위해 모이고, 다시 흩어지는 신도림역. 현재의 신도림역은 주상복합과 아파트, 쇼핑시설이 늘어서 있는 서울 교통의 가장 유명한 중심지이다. 서울 외곽에서 서울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오늘도 ‘전쟁 같은 하루’를 치르기 위해 열차에서, 버스에서 내려 열차를,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신도림역은 지난 1984년, 2호선의 개통과 동시에 생겼는데, 개통하기가 무섭게 하루 45만 명이 오가는 역이 되었다. 당초 예상했던 15만 명을 훌쩍 넘는 수치였다. 1996년 5호선의 일부 구간이 개통되기 이전까지 여러 방송 매체에서 신도림역을 취재고, 문제를 분석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신도림역 앞의 풍경은 30년 동안 굉장히 많이 변했다. 30년 전의 신도림역은 화물열차가 자주 서는 화물겸용 역이었다. 이 일대가 공장지대였기 때문이다. 더욱 재미있는 사실은 선로를 따라 화물열차가 들어가던 공장은 2000년대 이전까지 서울시민의 필수품 중 하나였던 연탄을 만드는 공장이었다는 것이다.

석탄을 압착하여 19공탄으로 만들던 윤전기. 아래에는 차곡차곡 쌓여있는 연탄이 보인다

석탄을 압착하여 19공탄으로 만들던 윤전기. 아래에는 차곡차곡 쌓여있는 연탄이 보인다

1970년에 완공되어 300만 장의 연탄을 생산해냈던 공장이었지만, 연탄 수요가 가파르게 줄어들며 1990년대에 연탄 생산을 중단했다. 2000년대에 들어선 직영으로 운영하던 탄광까지도 모두 폐쇄했다.

공장과 신도림역을 잇던 철로를 걷어내고, 신도림역의 연탄공장이 있던 자리에는 백화점과 쇼핑센터, 호텔과 사무실이 합쳐진 복합 쇼핑몰이 들어섰다. 서울 시민들의 겨울을 책임지던 공장이 서울 시민이 찾는 쇼핑명소로 거듭난 것이다.

신도림역 5번 출구를 나오거나, 그 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출구 바로 앞에 검은색 쇳덩어리가 이리저리 널려있는 모습이 보인다. 연탄공장의 흔적을 그대로 보존하고, 정리해 둔 조그마한 야외전시관이다. 막 도착한 석탄을 부수어 잘게 만드는 분쇄기, 석탄의 불순물을 없애는 두 종류의 선탄기를 비롯해, 잘 정제된 석탄가루를 압착하여 우리에게 친숙한 19공탄의 형태로 만드는 윤전기, 그렇게 완성된 연탄 여러 장이 보존되어 있다.

석탄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선탄기. 오른쪽의 진동스크린에서 모인 석탄은 왼쪽 원형스크린에 모여 적당한 속도와 기울기로 돌아간다. 윤전기와 연결된 맨 아래쪽에는 온전히 석탄만 남는다.

석탄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선탄기. 오른쪽의 진동스크린에서 모인 석탄은 왼쪽 원형스크린에 모여 적당한 속도와 기울기로 돌아간다. 윤전기와 연결된 맨 아래쪽에는 온전히 석탄만 남는다.

연탄공장과 신도림역을 잇던 짤막한 인입선이 폐선된 이후, 선로를 5미터가량 남겨놓고 보존해놓기도 했다. 간단한 설명을 눈으로 훑고 지나갈 수 있게 배치해놓았는데, 야외전시관 바로 앞에는 연탄공장, 아니 지금의 복합쇼핑몰을 운영하는 회사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놓은 표지와, 연탄을 만드는 방법, 그리고 석탄공업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정리해놓은 유리판이 있다.

연탄의 역사와 연탄 공장 부지의 역사가 간단히 기록되어 있다

연탄의 역사와 연탄 공장 부지의 역사가 간단히 기록되어 있다

현재 난방용으로 연탄을 사용하는 인구는 16만 8,400여 명에 불과하다. 정부 역시 1980년대 이후 석탄 사양화에 따라 탄광을 폐쇄하고, 석탄수요를 점점 줄이고 있어 언젠가는 난방기구로써의 연탄은 수명을 다할지도 모른다.

지금은 가끔 별미로 즐겨먹는 연탄구이를 통해서만 연탄을 접할 수 있지만, 어렸을 적 ‘응팔 세대’의 겨울철 추억 속에서 가장 깊게 각인된 물건은 바로 연탄이 아니었을까. 밤에 연탄을 갈기 위해 나왔던 부모님의 모습, 친구들과 눈 쌓인 골목길에서 연탄재를 마구 차고 도망치던 그런 추억 말이다. 매캐하지만 정겨운 그 냄새가 신도림역 5번 출구 앞에서 문득 떠오른다.

신도림역 5번출구 앞의 ‘미니 연탄박물관’은 상시관람이 가능하다. 주변이 공원으로 잘 꾸며져 있어 매우 춥지 않은 날 방문하면 좋다.

석탄이 들어오고, 연탄이 나가던 신도림역의 연탄공장 인입선이 5미터 가량 남아있다

석탄이 들어오고, 연탄이 나가던 신도림역의 연탄공장 인입선이 5미터 가량 남아있다

#신도림 #연탄 #신도림역 #연탄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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