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뒤 '숨겨진 곳'을 엿보다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16.01.27. 09:00

수정일 2016.01.27. 18:21

조회 2,321

국립극장 무대 아래. 왼편에 보이는 커다란 리프트는 크거나 무거운 소품을 옮기는 데 사용된다

장치제작실. 마치 커다란 공장 같다.

뮤지컬이나 연극 공연을 보고나면, 화려한 무대 앞이 아닌, 무대 뒤에선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했다. 마침 국립극장에 '무대견학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국가가 운영하는 국내 유일의 공연제작극장으로 작화 및 의상, 소품 등을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극장이라서 궁금증을 풀기에 적합한 곳이라 여겨 취재를 갔다.

장충동단로에 위치한 국립극장

중구 장충동2가에 위치한 국립극장

국립극장을 방문한 날은 앞마당 전속 단체 공연연습장의 건립공사가 한창이었다. 올 가을 개관하게 되면 유리로 안을 볼 수 있는 시민체험홀도 생길 예정이라서 더욱 기대가 되었다. 현재 국립극장에서는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가 공연 중인데 공연장소인 해오름극장 2층 라운지에는 춘향의 감옥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 및 소품이 있었다. 방문한 시간은 오후 2시였는데 오후 8시에 있을 공연을 위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시설과 소품을 살펴보고 수선하느라 분주했다.

라운지에 현재 상영중인 `춘향이 온다`의 옥살이 장면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라운지에 현재 상영중인 `춘향이 온다`의 옥살이 장면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무대장치를 점검하는 스태프

무대장치를 점검하는 스태프

국립극장에서 근무하는 무대예술부 소속 김순복씨가 반갑게 맞아주며, 무대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친절히 안내해 주셨다.

공연제작을 총괄하는 무대예술부는 크게 기술부문과 미술부문으로 나뉘어진다. 기술부문은 무대기계실, 조명실, 음향실, 영상실, 무대감독실이 있고 미술부문은 장치실, 작화실, 소품실, 의상실, 장신구실이 있다. 이 이야기만으로도 공연에는 배우말고도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공연장으로 들어가자 아래에 틈이 있는 무대로 시선이 갔다. 무대 아래 공간에는 심청이 인당수에 빠지거나 연꽃이 나오는 장면에서 극에 현실감을 살리는 장치와 큰 물건을 운반할 때 필요한 회전무대와 연주 승강 무대가 숨어있다.

무대 아래 공간에는 소품을 무대 위로 올리는 데 사용하는 리프트가 있다

무대 아래 공간에는 소품을 무대 위로 올리는 데 사용하는 리프트가 있다

음향부분은 관객과 함께 현장감을 느끼며 직접 배우들의 연기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무대 바로 아랫부분과 뒤편에 설치되어 있었다. 요즘은 무대시설도 그래픽화면을 통해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신속한 전환과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무대 바로 앞에 위치한 음향시설

무대 바로 앞에 위치한 음향시설

공연 무대를 보고, 무대 뒤 제작실을 둘러봤다. 학생들이 단체견학을 오면 모두 이 제작실에서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은 마치 거대한 제조공장 같았다. 무대 안전 및 유지 보수를 위하여 정말 중요한 곳이었다.

한 층을 더 올라가니 또 다른 작업장이 펼쳐졌다. 넓은 공간에 큰 천들이 널려있고 그림을 그리시는 분이 긴 천을 소중하게 펼치고 있었다. 무대의 배경막을 그리는 작화실이었다. 배경막으로 배경 및 공간을 소화해야 하는 공연에서 천에 하나하나의 디자인을 직접 그리고 제작하는 일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무대 배경막을 그리는 작화실(좌), 배경막을 달아놓은 무대 천장(우)

무대 배경막을 그리는 작화실(좌), 배경막을 달아놓은 무대 천장(우)

배우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극 중 인물로 변신시키는 분장실과 커다란 스폰지들과 스티로폼들을 사용해 실제 사물처럼 만드는 소품실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씩 꿈꿔봤을 드레스를 비롯해 만여 벌 이상의 의류들이 갖추어진 의상실이었다. 어쩌면 국립극장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었다. 하나하나 작품별, 제작 연대별로 관리되어 있으며 공연계획서 및 신청서등을 받아 제작비 100분의 1 가격으로 개인 및 외부공연단에게 대여가 가능하다.

분장실(좌), 의상실(우)

분장실(좌), 의상실(우)

공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기획에서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만 6개월 이상 걸리며 중간 점검 및 유지 보수 등으로 제작진들은 1년 내내 쉴 틈이 없다. 무슨 일이든 그렇겠지만 열매를 맺기 위해 뒤에서 수고하는 힘든 땀방울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공연을 볼 때 소품과 배경까지 유심히 보기는 힘들겠지만 한번쯤 그 노력과 열정이 모여 하나의 예술이 되는 것을 생각하고 본다면 그전과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침내 무대에 올려진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의 한 장면 ⓒ뉴시스

마침내 무대에 올려진 마당놀이 `춘향이 온다`

국립극장 무대견학 프로그램 문의 02-2280-4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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