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버린 곳, 서울 폐철길
발행일 2016.01.07. 14:20
2015년을 기대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해가 되었다. 주변 사람들과 연말연시를 함께 보내는 이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가을의 떨어지는 낙엽에 이어 겨울의 매서운 추위가 마음을 더욱 쓸쓸하게 만든다. 이런 이들은 대부분 연말을 따뜻한 집에서 보내곤 한다. 하지만 집에만 있기엔 2015년이 너무 아쉬워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붐비는 곳에 가기는 너무 꺼려지는 게 현실. 그런 이들을 위해 마음 속 빈 공간을 따뜻하게 채워줄 곳이 있다. 바로 폐철도이다.
첫 번째는 구로구에 위치한 경기화학선이다. ‘항동철길’ 이라고 많이 알려진 철길이 이곳이다. 항동철길은 1호선 오류동역을 출발해서 경기도 부천시 옥길동까지 이어지는 지선철도로, 여객철도의 기능이 아닌 화물철도의 기능을 하는 철도이다. 항동철길을 이용했던 주 이용처는 국내 최초 비료회사인 경기화학공업주식회사로 최전성기에는 하루 10회까지 화물열차가 오고갔다. 그러나 경기화학공업의 공장이 이전하면서 지금은 매주 목요일에만 1~2회 운행할 정도로 비중이 크게 줄었다. 그 때문인지 지금의 항동철길은 열차보다는 사람을 위한 산책로로서의 철길이 되었다.
항동철길의 슬로건은 ‘사색과 공감의 항동철길’이다. 그 말대로 항동철길은 철길을 산책로삼아 걸으며 서울스럽지 않은 허름한 풍경들을 보면서 사색에 잠겨 나 자신을 돌아보고 이이서 공감을 이끌어내기에 최적인 곳이다. 항동철길 바로 옆엔 푸른수목원이 자리잡고 있어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에 아주 좋다. 철길에 쓰인 문구들을 읽으면서 항동철길을 걷고 있으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철길에 동화된 자신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항동철길은 1호선 오류동역에서 시작하지만 7호선 천왕역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다만 오래된 주택이 함께 있는 옛스러운 모습을 보고 싶다면 오류동역에서 출발하는 것이 더 좋다.
두 번째로 구 경춘선 화랑대역이다. 화랑대역은 2010년 12월 경춘선의 복선전철화가 완료되어 신 경춘선으로 이전되면서 폐역된 역 중 하나이다. 다행히도 화랑대역은 등록문화재 제 300호로 등록되어 현재까지도 철거되지 않고 보존되고 있다. 화랑대역의 특이한 점은 서울 안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간이역이라는 점이다. 특히 그냥 간이역이 아닌 시골 간이역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여기에 사람의 발길이 끊겨버렸기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데 최적화되었다. 철길과 승강장에 아무렇게 나있는 잡초들은 이 역이 사람들에게서 벗어나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옛 경춘선 화랑대역은 6호선 화랑대역 인근에 있는 육군사관학교정문 근처에서 만나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서울교외선이다. 서울교외선은 경기도 고양시와 의정부시를 잇는 철도 노선으로 2004년에 여객철도의 기능을 상실했다. 이곳은 운행중단 이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시간이 멈춘 철도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렇기에 서울교외선은 특별하다. 나름 역 건물이 갖춰진 역부터 승강장만 놓여있는 역까지 다양하게 있는 서울교외선은 오랜 시간 동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고 마음의 힐링까지 가져올 수 있게 도와준다. 항동철길은 철길만 있고 화랑대역은 역사만 있다면 서울교외선은 이들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서울교외선은 서울 시내에 있진 않다. 그러나 서울 북부에서 버스로 20~3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을만큼 서울에서의 접근성이 꽤 괜찮은 편이다. 여기에 서울교외선에 속하는 벽제역과 송추역에는 각각 서울버스인 703번(문산-고양동-서울역)과 704번(송추-북한산성-서울역)이 지나간다. 특히 704번을 이용할 경우 중간에 북한산성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어 더욱 좋다. 또한 벽제역에서 경기도버스 85-1번(고양동-화정역-송정역)을 따라 달리면 삼릉역, 원릉역, 대정역과 연계되고 송추역에서 360번(의정부-장흥-불광동)을 따라가면 온릉역, 장흥역, 일영역도 만날 수 있다. 단 2016년 1월 30일까지 서울교외선에 비정기적으로 화물열차가 시범운행 중이기 때문에 철길을 따라 걸을 때 주의해야 한다.
지금까지 쓸쓸함을 극복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폐철도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 세 곳들을 방문한다면 폐철도의 적막함과 쓸쓸함의 공감에서 비롯된 힐링을 얻게 될 것이다. 2015년이 저무는 연말에 마음 속 빈 공간을 채우고 싶다면 이곳들을 찾아가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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