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가 있어 행복한 도봉구민의 밤

시민기자 김영옥

발행일 2015.12.17. 14:21

수정일 2015.12.29. 13:36

조회 1,035

이생진 시인의 시 낭송

이생진 시인의 시 낭송

시인이 사는 마을엔 날마다 시가 탄생하고 달마다 시가 낭송된다. 87세의 나이 든 시인은 시 낭송을 위해 무대 앞으로 나가 노란 목도리를 꺼내 목에 두르고 난 후, 빈센트 반 고흐의 사진을 먼저 좌중에게 보였다.

“이 그림을 생각하면서 내 시를 들어 주면 고맙겠습니다. 내가 노란 목도리를 한 이유도 여기에 나올 것입니다.” 노인은 ‘빈센트 반 고흐를 그리며’라는 시를 낭송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로 유명한 이생진 시인이었다. 도봉구에 20년째 거주하는 시인은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자작시를 낭송했다.

자리를 가득 매운 도봉구민들

자리를 가득 매운 도봉구민들

지난 12월 12일 토요일 오후 도봉구 방학동에 있는 시인 김수영문학관 3층 강당엔 많은 주민들이 모였다. ‘시와 음악이 있는 문학콘서트’ 가 열리는 3층 강당은 만석이었다. 도봉구에 21년 거주한 시인 김민홍이 사회를 맡았고, 영혼을 울리는 기타리스트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기타리스트 김광석이 다채로운 연주와 시 낭송의 배경 연주를 맡아 감미로운 선율을 전했다. 기타리스트 김광석이 우리에게 익숙한 고향의 봄과 아리랑으로 멋지게 ‘시와 음악이 있는 문학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두 곡 모두 현란한 변주곡이 그의 기타에서 마술처럼 흘러 나왔다. 이어진 이생진 시인의 시 낭송 시간은 참석자들 모두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기타리스트 김광석 씨와 시인 김민홍 씨의 콜라보 공연

기타리스트 김광석 씨와 시인 김민홍 씨의 콜라보 공연

기타리스트 김광석과 노래하는 시인 김민홍의 기타 연주와 노래가 어우러진 콜라보 공연은 소박하면서도 멋스러웠다. 두 대의 기타가 만들어내는 화음에 시인 김민홍의 중저음 보이스가 덧 입혀진 돈 맥클린의 빈센트, 봄날은 간다, 고엽, 낭만에 대하여 등 추억의 노래들은 강한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시인 김민홍은 노래와 연주 중간 중간에 동네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이야기 하며 주민들과 훈훈한 교감을 나누기도 했다. 앙코르 곡으로 ‘가사가 자신의 시보다 더 감동적이다’ 라며, 가요 ‘사랑밖에 난 몰라’ 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을 노래했는데, 그가 시인이라서 그런지 더 절절하게 가슴에 파고들었다.

김수영문학회 회원 조미선씨는 ‘그 방을 생각하며’ 라는 김수영 시인의 시를, 회원 조금래씨는 ‘폭포’ 라는 김수영 시인의 시를 낭송해 ‘시와 음악이 있는 문학콘서트’를 의미 있게 했다. 시인이 사는 마을 안에 있는 시인의 문학관에서 시인들이 시를 낭송해 주고, 시인들이 노래를 불러주는 흔치 않은 콘서트. 시인이 사는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그 시간 행복했다. 시인의 문학관이 그곳에 있어서 사람들은 앞으로도 계속 행복할 것이다.

김수영 문학관 입구

김수영 문학관 입구

한국문학의 대표적 자유시인인 김수영 시인이 생전에 시작(詩作) 생활을 하였던 도봉구에는 그의 본가와 묘, 도봉산 입구 등산로 초입에 그의 유명한 시 ‘풀’이 새겨진 시비가 있다. 김수영문학관은 2013년 11월 27일에 개관했다. 개관 이후 이곳에서는 시인 김수영 관련 문학 강좌와 특강, 유명 시인들의 강연회, 시낭송회가 자주 열리고 있다. 특히 지난 9월엔 김수영전국시낭송회와 김수영청소년문학상 공모전이 열렸다. 문화적 인프라 적었던 지역에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김수영 문학관 내부

김수영 문학관 내부

■ 김수영 문학관

 ○ 주소 : 서울시 도봉구 해등로 32길 80

 ○ 홈페이지: kimsuyoung.dobong.go.kr

 ○ 연락처 : 02-2091-5673

 ○ 찾아 가는 길 :

  - 버스: 130번, 1144번, 1161번, 정의공주 묘 하차

  - 지하철: 4호선 쌍문역 하차 2번 출구, 06번 마을버스 환승, 김수영문학관 하차

 ○ 관람 안내 : 화요일~ 일요일(오전 9시- 오후 6시)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 당일, 추석 당일

 ○ 관람료 : 무료

#도봉구 #김수영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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