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 없나요? 보행약자를 위한 '등산로'

시민기자 최용수

발행일 2015.11.20. 11:08

수정일 2015.11.20. 14:28

조회 3,228

가을비 촉촉이 내리니 단풍 빛깔이 더욱 곱다. 그래서인가, 늦가을인데도 관악산 입구 시계탑 광장에는 탐방객들로 넘쳐난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어떻게 등산을 해?’, ‘임산부가 오를 등산로가 어디에 있겠어?’ 흔히들 말하는 고정관념이다. 맞는 말이다. 아직 우리 주변에는 장애인, 임산부, 노약자 등 보행약자를 위한 등산로는 쉽게 볼 수 없다. 그런데 관악산에 가면 틀린 얘기가 된다. 왜냐하면 ‘등반형 무장애 숲길’이 가슴을 활짝 열고 보행약자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등반형 숲길의 시작점인 `하트바위의 등산객`

등반형 숲길의 시작점인 `하트바위의 등산객`

서울대 입구 쪽 관악산 제2광장 입구에는 색다른 이정표가 서있다. ‘관악산 무장애 숲길’임을 알리는 안내판이다. 제2광장에서 출발하여 ‘열녀암’까지 총 길이가 1.3km이다. 이곳은 순환형과 등반형 등 2가지 형태로 이루어진 무장애숲길이다. 특히 등산을 하고 싶은 보행약자를 위해 만들어진 ‘등반형 숲길’이 주목을 끈다. 휠체어나 유모차가 불편 없이 지나갈 수 있도록 폭을 2m로 만들었다. 전동휠체어를 위한 급속 충전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핸드레일 등 특별한 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시각장애인들도 관악산을 느낄 수 있도록 핸드레일에는 점자안내판을 설치했다. 또 가다가 힘들면 쉬어갈수 있도록 ‘사이쉼터’를 8개 마련했다. ‘서울시, 사색의 공간 87곳’의 하나로, ‘국토도시디자인대전, 국토교통부장관상’ 수상한 이유를 알기에 충분하다.

등반형 숲길 정상의 `전망쉼터`의 모습

등반형 숲길 정상의 `전망쉼터`의 모습

‘등반형 무장애숲길’은 순환형 숲길의 ‘바위 쉼터’에서 시작된다. 보행약자들을 위하여 지그재그 형태로 만든 오르막 등반로이며 길이가 550m이다. 보행약자들이 등반을 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8%이하의 경사도를 유지했다. 산을 오르다 힘이 들면 ‘사이쉼터’에서 쉬었다 갈 수 있다. 잠시 쉬면서 관악산의 풍치를 구경하는 것은 별미이다. ‘등반형숲길’의 정상에 오르면 ‘전망쉼터’가 나타난다. 서울대 캠퍼스가 손에 잡힐 듯 서 있고, 허리를 펴면 멀리 63빌딩과 서울타워, 관악산 정상인 연주대도 한 눈에 들어온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풍광이 달라지는 것이 등산의 묘미 아닐까. 가슴이 뻥 뚫리는 상쾌함은 보행약자들이 얻어가는 선물이다.

등반형 숲길에서 바라본 서울대 캠퍼스

등반형 숲길에서 바라본 서울대 캠퍼스

등반형 숲길의 아래쪽에는 평탄한 ‘순환형 숲길’에서 시작한다. 길이가 750m이다. 입구를 출발하면 책 읽는 쉼터가 나오고 잣나무 쉼터-바위 쉼터-도토리 쉼터를 지나 잣나무 쉼터로 돌아오는 ‘순환형’ 길이다. 길 따라 우거진 잣나무와 참나무 단풍 길은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중간에는 5곳의 사이쉼터가 있다. 쉼터에서 책을 읽거나 떨어지는 낙엽소리를 들으며 ‘詩(시) 간판’을 감상하면 가을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

나무 데크로 된 순환형 무장애숲길

나무 데크로 된 순환형 무장애숲길

물론 서울에는 우면산, 서달산, 안산 등 보행약자를 위한 ‘무장애길’은 많다. 그러나 대부분 평탄한 길이라 등산을 원하는 보행약자들에는 부족한 길이다. 그런데 이곳 ‘등반형 숲길’은 등산의 맛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한 전체길이가 1.3km나 되니, 체력에 맞게 등반형과 순환형을 선택할 있어 좋다. 전망쉼터에서 만난 김영식(가명, 마포구)씨는 “휠체어를 타기 전에는 등산을 무척 좋아했었다”며 “오늘 처음 왔는데 기분이 너무 좋다. 친구들을 데리고 다시 올 생각”이라며 기뻐했다. 12월이 되면 날씨에 따라 ‘등반형 숲길’이 통제될 수 있다고 한다. 마땅한 등산로를 찾는 보행약자들에게 이 기사가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문의: 02-879-6522 관악구청 공원녹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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