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 속에서도 '김치로 하나되던 날'

시민기자 김경민, 허혜정

발행일 2015.11.09. 14:47

수정일 2015.11.09. 14:54

조회 1,599

2015 서울김장문화제가 지난 11월 6일부터 3일간 서울광장과 광화문일대에서 열렸습니다. 올해로 두 번째 열린 김장문화제에는 악천우 속에서도 우리의 자랑스런 전통문화인 김장문화를 알리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발걸음들로 분주했는데요. 각종 김장재료를 팔며, 김치를 담그며, 문화행사를 펼치며 행사장을 빨갛게 물들인 손길들을 내 손안에 서울 시민기자분들이 직접 현장에 나가 글과 사진으로 담아보았습니다.

6,000명 이웃사촌과 함께 한 김장문화제 | 허혜정 시민기자

쌀쌀해지는 계절 11월이 시작됐다. 이맘때면 겨우내 먹어야 할 반찬 김치를 담기 위해 엄마들은 분주해진다. 발효음식 김치는 여름 내내 잘 익은 배추에 갖가지 양념으로 간을 하고 손맛으로 버무려낸다. 예로부터 즐겨먹던 김치는 우리의 고유문화로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형문화제에 등재되었다. 2015년 가을, 시청광장에는 6,000명의 시민이 이웃사촌이 되어 ‘서울김장문화제’를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제 2회 김장문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배추 커팅식 ⓒ허혜정

제 2회 김장문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배추 커팅식

서울광장 잔디밭에 흰 천이 놓이고, 6명이 한 조가 되어 주황색 앞치마와 머릿수건을 두르고 오후 2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소금에 절인 배추와 양념을 준비하고, 서울시장의 배추 가르기 퍼포먼스로 축제는 시작되었다. 김장제의 시작을 알리는 농악대의 신명나는 한마당은 행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어깨춤을 들썩이게 했다. 흥겹게 시작된 광장의 김장문화제는 기업단체, 글로벌, 시민 총 세 구역으로 나뉘어 행사가 진행되었다. 개막식은 이번 축제를 위해 제작한 거대한 크기의 셀카봉으로 김치를 버무리는 서로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며 마무리되었다.

방송인 크리스타니씨가 글로벌존에서 김치를 담그고 있다 ⓒ허혜정

방송인 크리스타니씨가 글로벌존에서 김치를 담그고 있다

식이 끝나고 광장을 크게 한 바퀴 돌아보니 우리와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김장을 하는 글로벌 구역이 보였다.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을 비롯해 관광객 2,500여명이 시청광장에 모여 "아삭아삭한 김치가 맛있어요"라고 말하며 열심히 김치를 버무리고 있었다. 중앙에는 이탈리아에서 온 방송인 크리스티나씨도 눈에 띄었다. 한국인 남편과 결혼 후 귀화한 그녀는 “저도 김장 잘해요”, “어머니가 가르쳐주셨어요”라 말하고, 활짝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잡아주었다. 이어 글로벌 구역에서는 앞치마와 수건을 두르고 김치를 버무리던 외국인들은 케이팝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세계인이 열광했던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시작으로 ‘김치송’을 다함께 불렀다. 김치로 세계인과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다.

케이팝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는 글로벌존 참가자들 ⓒ허혜정

케이팝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는 글로벌존 참가자들

기업단체를 비롯한 시민들은 우리나라의 익숙한 문화 중 하나인 김장하는 시간을 즐거워했다. 여성 참여자가 대부분이었지만, 각 테이블 당 한 조가 되어 김치를 버무리면서 서로의 김치를 들어 보이며 사진을 찍어 오늘을 기념했다. 이번 행사에서 참여자가 버무린 김치의 일부는 월드비전 ‘사랑의 도시락’으로 보내져 좋은 일에 쓰인다. 보람 있는 활동이라 여기고 접수처에서 즉석에서 신청을 해 행사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기특하기까지 했다.

기업존에서 배추를 양념을 버무리고 있다 ⓒ허혜정

기업존에서 배추를 양념을 버무리고 있다

멀리서부터 전해지는 고춧가루 양념의 맛있는 향은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미각을 자극했다. 광장을 떠나 태평로로 걸어가니 빨갛게 버무린 김치에 따끈하게 삶긴 돼지고기 한 점을 무료로 나누어 주는 시식코너가 준비되어 있었다. 배추를 버무리는 모습을 눈으로만 보며 그냥 지나가기 아쉬웠던 차에 입속으로 들어간 보쌈 한 점은 최고의 꿀맛이었다.

저 멀리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이 있는 광화문광장은 이미 축제로 들썩였다. 빨간 가건물로 세워진 김치전시관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김치명인이 배추를 버무리고 있었다. 종류도 다양한 배추통김치, 섞박지, 총각김치, 깍두기, 배추김치 등을 직접 담아 전시했다. 그냥 지나가기 아쉬운 관람객을 위해 시식코너도 준비되어 있어 김장문화제는 맛의 축제 현장이었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마당놀이 ⓒ허혜정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마당놀이

김장은 추운 겨울을 준비하는 우리의 문화 중 하나다. 이날은 특정일이 정해진 명절은 아니다. 하지만 평소 만나기 힘든 친척들이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함께하는 우리의 전통 식생활 문화다. 11월 6일 시청광장에서 열린 ‘서울김치문화제’는 가족이 아닌 서울 하늘 아래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이웃과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함께 했다. 겨울이면 늘 먹던 김치 하나로 광장에 모인 우리는 이웃사촌이 되었다.

비 내리던 김장문화제의 골목을 누비며 | 김경민 시민기자

많은 비가 내리던 김장문화제 두 번째 날, 광화문광장 ⓒ김경민

많은 비가 내리던 김장문화제 두 번째 날, 광화문광장

서울김장문화제 둘째 날인 지난 7일 토요일 오후, 아침부터 내리던 빗줄기가 오후가 되니 제법 굵어졌다. 우산이 뒤집힐 정도로 바람도 제법 세게 불어 광화문광장에서 태평로와 서울광장으로 이어지는 김장문화제 행사장도 한산했다. 기자도 아이와 함께 이날 오후 2시에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되는 ‘김치스타K 퓨전마당극’을 보고자 했으나 비로 인해 옥외 특별공연이나 행사들이 취소되었다는 자원봉사자의 이야기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김치와 수육을 맛볼 수 있는 시식코너에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김경민

김치와 수육을 맛볼 수 있는 시식코너에 시민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아쉬웠지만 오랜만에 내리는 가을비가 가뭄을 해갈해 주길 기대하며 발걸음을 옮긴 광화문 중앙광장의 붉은 색 실내 행사장의 ‘가락시장 김장 참(眞) 풍경’ 코너에서 현장에서 직접 만든 김치를 시식하기 위해 관람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있고, 이어 오후 2시부터는 명인이 직접 김치를 만드는 모습을 재연하여 우천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인기를 모았다.

김치명인이 시민들에게 김치 만드는 비법을 공개하고 있다 ⓒ김경민

김치명인이 시민들에게 김치 만드는 비법을 공개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김장문화는 2013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고 한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우리의 김장문화는 그 집안마다, 지역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내용도 다양하다. 마침 ‘가락시장 김장 참(眞) 풍경’ 코너 건너편에는 1600년대 신창 맹씨 맹세형의 부인 해주 최씨(1591~1660)에 의해 집필된 작성된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조리서인 ‘최씨음식법’이 전시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최씨음식법 등 다양한 김장법의 유래에 대해 전시하고 있다 ⓒ김경민

최씨음식법 등 다양한 김장법의 유래에 대해 전시하고 있다

또, 김승용, 이승빈 등 옹기장 인들이 만든 대형 옹기 속에는 소금 위에 조리서에 따라 복원된 가지김치, 토란김치 등을 선보이는 ‘우주를 닮은 김치’ 부스가 관람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비로 인해 취소된 행사들이 많아 아쉬움이 남는 이번 김장문화제였지만 우리의 고유한 김장문화를 알리기 위해 애쓴 여러 손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