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듯이 쓰고 소리내서 읽어보라

강원국

발행일 2015.11.02. 16:04

수정일 2015.11.26. 13:29

조회 1,184

한글ⓒ토토로다

강원국의 글쓰기 필살기 (4) 말하듯이 쓰자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가 그랬다.
“말하듯이 써라”

말은 잘 하는데 글을 못 쓰는 사람이 있다.
글은 잘 쓰는데 말을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묻는다.
이유가 뭐죠?
답은 간단하다.
말과 글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다르다.
순발력 있는 사람은 글보다 말에 능숙하다.
깊이 사고하는 사람은 말하는 것보다 글쓰기를 잘한다.

말과 글은 기본적으로 다르다.
글은 말과 달리 고쳐 쓸 수 있다.
남의 의견을 들어 수정할 수도 있다.
무엇을 쓸지 생각할 시간도 주어진다.
이런 점은 글쓰기가 말하기보다 수월한 점이다.

그러나 이것뿐이다.

글쓰기가 훨씬 어렵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말은 듣는 사람이 있다.
듣는 사람의 반응을 확인하며 말할 수 있다.
글쓰기는 벽에 대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읽는 사람을 볼 수 없다.
독자 반응을 상상하며 써야 한다.
당연히 말하기에 비해 글쓰기가 어렵다.

둘째, 글에는 표정이 없다.
메리비안 법칙에 따르면, 메시지 전달에서 말의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7%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말소리 크기, 빠르기, 억양 등 청각 정보가 38%, 시선, 태도 등 시각 정보가 55%를 담당한다.
언어보다 비언어 요소가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다.
이처럼 말은 손짓, 눈빛, 억양, 자세의 도움을 받는다.
글은 온전히 문자로만 의사 전달을 해야 한다.
그래서 말보다 어렵다.
문자 메시지나 SNS에서 ‘ㅠㅠ’, ‘ㅎㅎ’ 등을 사용하는 것도 글의 한계를 벗어나 말과 같이 표현하기 위한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셋째, 말은 생각할 틈이 없다.
욕심 낼 시간이 없다.
즉흥적으로 해야 한다.
그래서 오히려 쉽다.
물에 빠지면 ‘사람 살려’, 불이 나면 ‘불이야’ 한다.
그에 반해 글은 시간이 주어진다.
마감시간이란 게 있다.
욕심이 생기고 군더더기가 붙는다.
그래서 쓰기 어렵다.
말에 비해 핵심에서 벗어난다.

말하기처럼 좀 더 수월하게 글 쓸 수 있는 방법을 없을까.
글이 말보다 어려운 이유 안에 그 답이 있다.

우선, 독자의 반응을 염두에 두고, 독자를 철저히 연구해서 써야 한다.
그리하면 글쓰기도 대화 상대를 앞에 두고 말하는 것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글에도 표정을 만들면 된다.
글의 표정은 콘텍스트, 즉 배경과 맥락이다.
배경과 맥락을 충실히 밝혀주면, 그것이 글의 표정, 손짓, 발짓이다.

끝으로,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에둘러 표현하지 않는다.
말과 같이 정곡을 찌를 수 있다.
핵심에 곧바로 간다.

말하듯이 쓰면 된다.
그리고 쓴 후에는 반드시 소리 내어 읽어본다.
그리하면 말하는 것처럼 쓸 수 있다.

매일 아침을 여는 서울 소식 - 내 손안에 서울 뉴스레터 구독 신청 내가 놓친 서울 소식이 있다면? - 뉴스레터 지난호 보러가기

댓글은 자유로운 의견 공유의 장이므로 서울시에 대한 신고, 제안, 건의 등
답변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전자민원 응답소 누리집을 이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상업성 광고, 저작권 침해, 저속한 표현, 특정인에 대한 비방, 명예훼손, 정치적 목적,
유사한 내용의 반복적 글, 개인정보 유출,그 밖에 공익을 저해하거나 운영 취지에 맞지
않는 댓글은 서울특별시 조례 및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통보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응답소 누리집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