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앞 스크린벽을 타는 남자들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15.10.05. 10:42

수정일 2015.10.05. 13:35

조회 927

축제는 밤이 깊어질수록 더 빛이 난다. 어둡게 내리 앉은 검은 밤은 배우들의 몸짓을 돋보이게 하는 무대가 되고 빌딩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빛은 그들을 비추는 조명이 된다. 하이서울페스티벌 2015의 밤도 마찬가지였다. 10월 1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나흘 동안 진행된 축제의 셋째날 밤을 즐기고 왔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은 도시 공간의 새로운 의미를 찾고 시민들에게 예술참여를 통하여 문화적 활력을 제공하는 서울 도시공간의 재발견, 거리예술축제이다.

지난 주말 서울광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하이서울페스티벌

지난 주말 서울광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하이서울페스티벌

3일 저녁 7시, 서울광장 신청사 앞. 흔들흔들 넘어질 듯 넘어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 사다리를 배우들이 쉴 새 없이 타고 오른다. 사다리가 흔들릴 때마다 관객들은 입에서는 절로 함성이 터져 나온다. 오르면 오를수록 더욱더 기울어지는 사다리를 보고 있자니 우리들의 모습이 그러하지 않을까 싶었다.

라이브 밴드의 록 사운드에 맞춰 흔들거리는 사다리를 오르는 퍼포먼스 ‘불량충동, 삐뚤어질테다’는 극단 몸꼴의 작품이다. 몸꼴은 창작집단 ‘극단 몸꼴’과 지역과 사람을 연결하는 고리의 역할을 하는 ‘몸꼴 상상력 훈련소’, 문화예술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문화이끔이 꼴’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생소한 언어들과의 접촉을 시도하고 실험하며 다른 소외된 예술들을 불러 모으는 위험을 감수하고, 동시에 사회가 잊어버린 혹은 지나치고 있는 정의에 대한 논란을 부추기기를 원한다.

흔들거리는 인생을 담아낸 `불량충동`의 공연

흔들거리는 인생을 담아낸 `불량충동`의 공연

‘제거다’라는 글자가 붙은 사다리 위를 오르기도 하고, 물을 뿜어내기도 하고, 종잇조각을 마구 뿌리기도 한다. 무엇에 홀린 듯한 배우들의 눈빛으로, 저 너머의 공간을 동경하는 듯한 강박적인 손짓으로, 어찌 보면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하는 몸짓으로 사다리를 오르고 내린다. 불꽃을 터뜨리며 극은 절정에 도달하였다. 처음에 등장한 ‘제거다’라는 글자는 ‘충동의 목적은 긴장의 제거다’로 완성된다. 삶의 긴장을 빼고 느슨해지자는 의미일까.

흔들거리는 인생을 닮은 ‘불량충동’ 공연이 끝나자 서울광장의 반대편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갔다. 다음 공연인 ‘세상이 뒤집히던 날’을 보기 위해서이다. 개막작으로도 선정된 이 공연은 공중에 높이 매달린 거대한 스크린을 이용해 위험하고도 아름다운 퍼포먼스를 펼쳤다.

공중에 매달린 거대한 스크린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준 `세상이 뒤집히던 날`

공중에 매달린 거대한 스크린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준 `세상이 뒤집히던 날`

수평으로 놓여 배우들의 무대처럼 보이던 스크린이 점점 기울어지더니 하나의 벽처럼 우뚝 섰다. 여러 가지 영상들이 스크린에 투사되면서 배우들의 배경이 된다. 거대한 스크린 양쪽으로는 자막을 통해 이야기가 전해졌다. 심각한 환경문제가 가져올 미래를 그린 작품으로 제목 그대로 세상이 뒤집히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스크린은 벽이 되기도 하고 무대가 되기도 했다

스크린은 벽이 되기도 하고 무대가 되기도 했다

영국의 공중극 전문 단체인 ‘와이어드 에어리얼 씨어터’의 작품으로 2011년 초연 이후 영국과 유럽을 비롯한 각국의 주요 축제에서 공연되고 있다. 와이어드 에어리얼 씨어터는 2000년부터 독특한 공중 공연 기술을 개발하여 발전시켰으며, 다양한 작품을 통하여 공중에서의 움직임이 갖는 독특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다.

4일간 진행된 하이서울페스티벌 2015는 ‘길에서 놀자’라는 슬로건 아래 서울광장, 청계광장, 광화문광장,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역, 세종대로, 덕수궁길, 시민청 등에서 50여 개가 넘은 공연프로그램과 시민들이 만드는 작은 축제, 프리마켓 등의 기획프로그램들로 진행되었다. 하이서울페스티벌은 매년 수준 높은 공연과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로 서울의 대표 거리축제로 자리매김하였다. 올해 축제는 끝이 났지만, 내년에는 또 어떤 멋진 공연들이 감탄을 자아낼지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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