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운영회사도 시험 보는 것 아세요?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15.09.22. 16:50

수정일 2020.12.28. 17:18

조회 1,840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45) 행정자치부 평가 통한 회사 간 점수 비교

지하철ⓒ서울도시철도공사

공기업이란 국가 또는 지자체가 소유와 경영의 주체가 되어 재화나 용역을 공급하는 기업을 말한다. 이 같은 공기업은 거액의 고정자본이 소요되면서도 큰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를 담당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대도시의 지하철이다. 서울시도 2개의 도시철도 지방공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와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이다.

하지만 아무리 공기업이 영리보다는 공익성을 추구한다고 해서 아무 평가도 받지 않고 방치되는 것은 아니다. 21세기의 도시철도 공기업들은 안전하고 편리한 지하철 운영을 통해 주민복지 증진, 지역개발 촉진,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은 기본이고, 투철한 서비스정신과 경영전략을 통해 민간에 뒤지지 않는 높은 경쟁력까지 갖출 것을 요구받고 있다.

그래서 요즘 새롭게 지어지는 도시철도들은 입찰을 받아 위탁운영업체를 선정하며, 공기업도 민간기업과 함께 당당히 경쟁하여 운영권을 따내고 있다. 서울메트로가 부산김해경전철과 9호선 2, 3단계 사업에 경쟁을 뚫고 들어가 운영권을 취득한 것이 좋은 사례다.

이렇게 도시철도 운영 공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강하기 때문에, 법령에 의거해 이들 회사들은 매년 행정자치부로부터 경영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 단위로 치러지는 대규모 ‘시험’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전국적으로 이 같은 시험을 함께 보는 소위 ‘학생’들은 각 시의 도시철도 운영 공기업 총 7개사이다.

첫 번째 시험은 ‘지방공기업경영평가’중 공기업 평가등급이다. 이것은 (가)등급부터 (마)등급까지 존재한다. 학생들의 성적표로 보면 ‘수우미양가’에 비유할 수 있다.

리더십·전략, 경영시스템, 경영성과, 정책준수의 4개 대형 지표에 의해 평가하며, 세부지표는 고객 및 윤리경영, 비전, 미션 및 경영계획, 노사관리, 재무관리, 재난-안전관리, 승객수송인원, 영업수지비율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이 같은 경영평가를 시행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공기업의 경영을 올바르게 이끌고자 함이다. 사기업과 달리 영리라는 목적이 불분명한 공기업들은 자칫 방만한 경영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이 같은 경영평가제도를 통해 공기업이 달성해야할 목표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사전에 미리 지표로 알려주고, 사후에는 이 기준에 따라 실적을 평가하는 것이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시험범위를 미리 알려주고, 시험을 본 후 성적표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시험이 끝나면 학생은 성적 결과에 따라 칭찬을 받거나 혼나는 것처럼, 공기업도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보상을 받거나 책임을 추궁 받는 등의 사후관리가 실시된다. 결국 이러한 경영평가를 따라서 지방공기업의 경영개선을 기대하고 더 나아가는 시민들의 세금절약, 복리증진, 지방자치 발전까지를 기대하는 것이다.

한편 경영평가는 공기업 임직원으로서도 큰 관심사인데 받은 등급에 따라 성과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는 양 공사는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 전국 7개 도시철도 운영공기업의 2015년(2014년 실적) 공기업 평가등급은 다음과 같다.


2015년(2014년 실적) 공기업 평가 등급표

2015년(2014년 실적) 공기업 평가 등급표


전체 7개사가 가운데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아쉽게도 서울 2개사는 아래쪽 등급을 받았다. 평가 결과에 따르면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는 공기업 정책준수 지표에서 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인건비 인상률 미준수, 복리후생제도 정상화 추진 미흡 등)

하지만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한 조직개편이 좋은 점수를 받고, 수송인원, 부대사업수익, 영업수지비율, 1인당 영업수익 등이 모두 증가되어 지표가 개선되었다고 하니 고무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지하철 운영 공기업이 보는 또 다른 시험은 ‘고객만족도’ 조사이다. 원래 이것은 경영평가에 들어있는 항목이지만,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지하철에게 고객만족도는 워낙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별도로 관리되고 있다.

특히 소수의 전문가들에 의해 평가되는 대신, 직접 현장인 지하철역에 나가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면접설문조사를 하기 때문에 고객들의 직접 평가 중심으로 반영되는 편이다. 5개 등급으로 조금 두루뭉술한 결과를 보여주는 경영평가와 달리, 철저하게 점수로 관리되며 항목별로 타 회사와의 비교결과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것도 특징이다.

서비스 환경, 과정, 결과, 사회적, 전반적 만족의 5개 대항목으로 구성되며, 소항목으로는 안내표지판 등의 편의성, 직원의 친절도, 정시운행, 노약자 배려 등 2~30개로 구성되어 있다. 2015년 평가(2014년 실적)의 도시철도 운영 공기업의 고객만족도 점수는 다음과 같다.


2015년(2014년 실적) 조사 고객만족도

2015년(2014년 실적) 조사 고객만족도


전국 7개 회사에서 서울메트로는 6위, 서울도시철도공사는 5위에 자리 잡아 하위권을 면치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서울지하철의 수송인원은 지방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이는 그만큼 지하철이 더 혼잡하다는 뜻이고, 고객만족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큼을 의미한다. 하지만 낮은 고객만족도가 그것만으로 전부 설명되지는 않는 만큼, 타 회사에 비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른 고객만족도의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 실제로 서울메트로는 타 회사들과 달리(인천 제외) 전년도에 비해 오히려 고객만족도가 떨어졌는데 이는 타 회사에 비해 고객만족 경영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할 수 있는 것이다.


고객만족도 연도별 비교표

고객만족도 연도별 비교표


이와 같이 지하철 운영 공기업들은 매년 경영평가를 받고 있으며 그 결과에 따라 성과급이 달라지거나 정부의 경영진단대상으로 선정되는 등 경영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성적이 점수로 곧바로 나타나는 고객만족도는 회사 간 비교 및 경쟁 자료로까지 쓰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고객만족도는 행정자치부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 한국생산성본부, 한국표준협회 등 다양한 주체의 의해 조사가 시행되고 있다. 이들 조사에서 동시에 1위를 하면 그 지하철 회사는 보도자료를 낼 정도로 이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렇듯 서울의 양 공사를 포함한 지하철 운영사들은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 협의회’를 통해서 회사들끼리 적극적 협력을 하면서도, 고객만족도 점수를 통해서는 치열한 경쟁을 하는 등 오늘도 고객서비스 개선을 위해서 꾸준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 2014년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결과 종합보고서 (지방공기업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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