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너'들이 만든 이문동의 모든 것

서울마을이야기

발행일 2015.08.27. 16:00

수정일 2015.09.08. 18:22

조회 1,945

한국외대 대학생들이 모여 만든 [IMUN-US], 이문동과 우리, 이무너의 복수(IMUNERS) 등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한국외대 대학생들이 모여 만든 [IMUN-US], 이문동과 우리, 이무너의 복수(IMUNERS) 등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는 대학과 지역사회가 만나는 프로젝트인 ‘2015년 대학과 지역사회 연계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을 통해 대학생들은 마을공동체를 경험할 수 있었으며 마을과의 교류를 통해 마을공동체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올 상반기에는 경희대, 성공회대, 연세대, 한국외대 등 네 개 대학 5개 강좌가 선정되었는데, 최근 열린 결과 발표에서 대상을 수상한 한국외대 학생들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한국외대 학생들입니다. 저희는 저희를 ‘이무너’라고 불러요. 뉴욕에는 뉴요커, 파리에는 파리지앵이 있다면 이문동에는 저희 이무너들이 있지요.

저희는 ‘대안미디어론’이란 수업에서 만났어요. 말 그대로 주류가 아닌 대안미디어에 대해 배우는 수업이에요. 대안미디어는 커뮤니티와의 관계가 중요한 미디어예요. 그 커뮤니티는 지역일 수도 있고, 성향이 비슷한 사람들의 커뮤니티일 수도 있지요. 지역공동체를 매개로 한 대안적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배우고 분석해보는 수업을 통해서 이문동을 만났어요. 대안미디어의 핵심은 이용자를 파악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무엇보다도 저희가 사는 이문동이란 마을이 궁금했어요. 저희 스스로가 저희를 ‘이무너’라고 부르지만 저희는 이문동을 잘 모르거든요. 이문동이 1, 2, 3동이나 있는데 저희가 아는 이문동은 저희 학교가 있는 사거리가 전부예요. 그래서 저희 스스로부터 이문동을 제대로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이문동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매주 한 번씩 만나 회의를 진행한 한국외대 대학생들

매주 한 번씩 만나 회의를 진행한 한국외대 대학생들

3월부터 저희는 매주 한 번씩 만났어요. 이문동을 알리는 잡지를 만들기로 했는데 어떤 내용을 담을지 많은 고민을 했지요. 일단은 이문동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이문동에 있는 공간들을 찾아갔어요. 저희는 이문동을 주택가에 조용한 동네라고 생각하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직접 찾아가보고 만나니 이문동은 정이 있는 곳이었고 추억이 있는 곳이었고 사람이 있는 곳이었어요. 저희가 생각하는 이문동의 이미지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바뀌었으니 저희가 만든 잡지에도 그걸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정이 있고 추억이 있는 공간, 주민과 소통하는 생동감 있는 공간, 그 곳의 사람들을 소개하기로 했어요.

외대 앞 사거리를 중심을 나눠 살펴본 이문동의 모습들

외대 앞 사거리를 중심을 나눠 살펴본 이문동의 모습들

외대 앞 사거리를 기준으로 이문동을 네 구역으로 나누고 네 개의 이문동을 담았어요. 먼저, 첫 번째 이문동은 동대문구 지역 주민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과 공동체를 고민하는 푸른시민연대, 이문동 라디오 방송과 웹진을 만들었던 카페 휘도르, 이문동 어르신과 다문화가정을 위해 먹을거리를 만드는 나눔반장 이정희 씨가 운영하는 국수까페 등을 담았어요.

이무너들이 만난 이문동 사람들

이무너들이 만난 이문동 사람들

두 번째 이문동에는 이문동 산책로를 중심으로 소개했는데 산책로 주변의 오래된 가게인 울랄라 빈대떡, 동대문구 최초 장애인 쉼터인 하늘꿈터, 20년 역사를 자랑하는 신고서점 등을 만났어요. 세 번째 이문동에는 외대생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와 찾는 사람들이 적은 콜드플레이스로 이문동을 분석해보았어요. 핫플레이스에는 이문동유기묘카페를 비롯한 특색 있는 카페를, 콜드플레이스에는 예전 이문동의 모습을 추억할 수 있는 사진과 코끼리 분식 이야기를 담았어요. 네 번째 이문동은 독구말길인데요, 이곳은 아직도 몇 십 년 전 이문동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19년 동안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온 현대슈퍼와 공동체 도서관인 놀이터 도서관, 공동체 카페인 독구말 카페 등을 만났어요.

사진으로 추억하는 이문동의 모습들

사진으로 추억하는 이문동의 모습들

《IMUN-US》가 대상을 수상해서 좋냐고요? 한 학기를 잡지 만들기에 바쳤으니 당연히 좋았죠. 그런데 그것보다 더 좋은 게 있어요. 우리가 진짜 ‘이무너’가 되었다는 사실이에요. ‘이무너’라는 말은 뉴요커나 파리지앵처럼 그 지역에 산다는 자부심이 담긴 말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이문동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단어가 되었어요. 편의점을 가던 우리가 이제는 《IMUN-US》 덕분에 만난 현대슈퍼에 가요. 아저씨가 저희를 반갑게 맞이해주죠. 막걸리 사장님과도 절친이 되었어요. 이문동에 없던 단골 술집이 《IMUN-US》 덕분에 생겼네요. 학교를 다녔던 4여 년의 시간보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4개월 동안 이문동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단체 사진 한 컷!

단체 사진 한 컷!

비록 《IMUN-US》를 만들던 이문동 프로젝트 끝났지만 저희 이무너스(IMUNERS)는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제 막 이문동을 알기 시작했고 이문동 사람들과 관계 맺기 시작했는걸요. 다른 버전의 《IMUN-US》가 곧 여러분을 찾아갈 테니 기대해주세요.

※ 위 글은 《IMUN-US》를 만든 한국외대 장시연 조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쓰였습니다.

각색_임은선(소소북스)
사진_《IMUN-US》
출처_ 서울마을이야기 vol.30호(201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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