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0년, ‘여섯 광복둥이’들의 칠순잔치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15.08.04. 18:08

수정일 2015.08.04. 18:09

조회 1,115

칠순은 ‘고희’라고도 하는데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두보의 시구 ‘인생칠십고래희’라는 대목에서 유래한 말이다. 사람이 일흔 살까지 살기란 예로부터 드문 일이라는 의미로 칠순이 되는 해엔 칠순잔치를 연다. 지난주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간, 성북구민회관에서는 아주 특별한 칠순잔치가 열렸다. 서울성곽 아래 북정마을에는 해방둥이 여섯 분을 주인공으로 하는 연극을 무대에 올렸기 때문이다.

해방둥이를 주제로 한 연극 `칠순잔치`가 서울성곽 아래 북정마을에서 열리고 있다

해방둥이를 주제로 한 연극 `칠순잔치`가 서울성곽 아래 북정마을에서 열리고 있다

극단 서울괴담이 만든 작품 ‘칠순잔치’는 제17회 서울변방연극제 ‘십오원오십전’의 공식초청작 중 하나이다. 서울변방연극제는 1999년 ‘자유로운 창작정신과 실험정신’을 모토로 시작하였다. 동시대에 대한 사유와 시선으로 새로운 미학을 추구하는 동시대예술축제이다. 축제를 통해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목소리의 장, 새로운 감각과 자유로운 제안, 새로운 언어로의 무대, 치열한 토론과 공론의 장이 되기를 추구하고 있다.

2015년 올해로 제17회를 맞이한 서울변방연극제의 주제인 ‘십오원오십전’은 1923년 일본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집단학살과 연관이 있다. 일본은 대지진이라는 혼란을 틈타,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섞었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조선인을 혐오의 대상으로 삼아 집단 학살하였다. 이때, 조선인을 구별하기 위해 ‘십오원오십전’의 발음토록 하고, 다르면 바로 학살하였다고 한다. 다름에 대한 탄압은 조선이 뿐만 아니라, 중국인, 지역 출신의 일본인에게도 이어졌다고 한다. 혐오, 배제, 차별의 상징적인 언어 ‘십오원오십전’을 내세우며 연극을 통해 파괴된 우리의 공동체와 삶의 회복을 꿈꾸면서 나와 이웃의 새로운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고 제안한다는 의미이다.

떡과 과일을 올린 칠순 잔치상

떡과 과일을 올린 칠순 잔치상

서울괴담의 네 번째 정기공연 신작 ‘칠순잔치’는 남자로 상징되는 한국 현대사, 이성과 과학, 서구 중심적 제국주의, 자본주의적 개발 및 시장만능주의, 능력 제일주의, 서울 중심주의로 이룩된 기이한 고도성장 속에서 녹록치 않은 시간을 보내온 광복둥이들의 이야기이다. 과일과 한과가 한가득 올라가 있는 잔칫상을 중심으로 연기 아저씨, 소정이 할머니, 공주 할머니, 송태식 할아버지, 마도로스 박, 김도식 할아버지가 들어선다. 그들의 칠십 평생의 희로애락이 한때 즐겨듣던 유행가와 함께 삶의 여정이 시작된다.

무대와 관객석이 구분되지 않은 공간에서 해방의 이야기를 전한다

무대와 관객석이 구분되지 않은 공간에서 해방의 이야기를 전한다

실제 북정마을에 살고 계신 해방둥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무대 위에 올라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춘다. 성북구민회관 한쪽 마당에 펼쳐진 무대의 주변에 관객이면서 축하객이 주전부리하며 흥겹게 자리를 깔고 앉았다. 그들의 주전부리를 만들고 있는 북정카페는 실제 북정마을의 주민들이 전을 부치고 술과 음료를 팔고 있다. 관객들도 북정마을 주민과 일반 관람객이 함께 섞여 있다. 연극인 듯, 잔치인 듯 그 모호한 경계만큼 삶의 즐거움과 울컥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북정마을 주민들이 술과 음식을 준비해 판매하고 있다

북정마을 주민들이 술과 음식을 준비해 판매하고 있다

조선 시대부터 한양을 지켜왔던 성곽을 따라 이 마을도 형성되기 시작됐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모여 살았던 성곽마을은 산동네, 달동네라고도 불리며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었지만, 지금은 그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재조명되고 있다. 북정마을은 대표적인 성곽마을로 그 안에 사는 주민들의 삶 역시 마을과 같이하고 있다.

칠순 잔칫상을 향해 배우들의 큰절을 하며 연극을 마무리하고 있다

칠순 잔칫상을 향해 배우들의 큰절을 하며 연극을 마무리하고 있다

배우들의 큰절과 함께 마무리된 진행된 연극 ‘칠순잔치’는 해방 70주년을 맞이하여 쉽지만은 않았던 성곽마을의 사람들의 삶과 우리들의 삶을 고스란히 그렸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또 다시 눈물을 닦고 즐겁게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던져 준다. 연극 '칠순잔치'를 통해 광복 70주년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은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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