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렵다던 '자립'에 성공한 마을 카페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5.08.03. 14:05

수정일 2015.11.18. 23:22

조회 3,098

함께 서울 착한 경제 (27) 주민들이 조합원이 되어 직접 참여하고 기획하는 대안 카페

마포아트센터 뒷골목에는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나무그늘 카페가 위치해 있다

마포아트센터 뒷골목에는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나무그늘 카페가 위치해 있다

마을기업을 운영하는 곳을 취재하다보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곳이 단연 카페다. 보통 마을 커뮤니티 공간을 카페로 겸해서 시작하는 예가 많은데, 이는 마을 공동체 활동이 늘어나다보면 공간의 필요성도 절실해지기 때문이다. 정부나 자치단체의 지원 없이는 카페 유지가 어려운 현실 속에서, 마을 안에 사랑방 같은 카페가 만들어지는 것은 이상에 지나지 않을까? 여기, 마을 주민의 참여로 카페 자립의 기반을 튼튼하게 마련한 곳이 있다고 해서 그 비결을 알아보았다.

주민들이 만들고 채워가는 마을 카페 ‘우리동네 나무그늘’

조합원의 서재에 있는 책은 카페에서 읽어도 되고, 중고로 구입할 수 있다

조합원의 서재에 있는 책은 카페에서 읽어도 되고, 중고로 구입할 수 있다

마포아트센터 뒷길 주택가 골목으로 들어서면 마포대안공간 ‘우리동네 나무그늘’이 보인다. 눈에 확 띄는 외관은 아니었지만, 외벽 양 끝으로 소금꽃 마을지도와 소통 게시판이 있어 마을 기업임을 어렵지 않게 눈치 챌 수 있었다. 카페 내부 또한 수수하고 정감 있는 분위기였는데, 다양한 음료 메뉴와 간식거리, 맥주와 간단한 술안주, 카레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조합원의 서재가 있어 책을 읽거나 중고로 구매할 수도 있다.

지역주민들이 만든 수제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만든 수제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만든 다양한 수제품을 전시 판매하는 ‘나눔가게 소금꽃 샵인샵’, 사회적경제기업의 생산품을 판매하는 ‘희망키움샵’샵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반대편 미닫이문이 달린 큰 방에서는 타로 상담 동아리 모임이 한창이다. 각자 뽑은 카드를 분석하며 함께 의견을 나누고 있었는데, 전문 강사가 카드 해석 방법이나 상담 요령 등을 차분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저희는 그냥 강의가 아니라 동아리이기 때문에 나에 대한 것, 내 주변에 대한 것들을 많이 얘기해요. 2013년도부터 시작했는데, 그래선지 깊은 얘기들을 많이 하고, 서로 치유되면서 계속 함께하고 있습니다.”

타로 동아리 모임을 통해 상담과 치유를 겸하고 있다

타로 동아리 모임을 통해 상담과 치유를 겸하고 있다

타로 강사 이옥재 씨의 얘기처럼 실제 모임에서는 타로를 매개로 각자의 고민을 스스럼없이 나누고 있었다. 타로 하면 그저 점술이려니 했는데, 지켜보니 탁월한 심리 상담기능이 있었다. 자리에 함께한 모임원들도 한결같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생각 정리가 된다”며 흡족해했다.

이곳 카페에서는 연극, 사진, 도자기 공예, 손뜨개, 우쿨렐레, 어린이 젬베, 마을봉사모임, 발도르프 헝겊 인형 만들기, 요가 같은 여러 모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타로상담동아리처럼 상설로 계속되는 동아리도 있지만, 비공식적으로 번개 모임을 갖기도 한다. 그 밖에 여러 마을 커뮤니티 모임도 열리는데, 마을 축제 준비모임이나 마더센터 준비 모임도 이곳에서 진행한다. 또한, 마포구 아동돌봄브릿지카페 협력매장으로 지정되어, 일정 시간 아동돌봄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생활법률상담도 신청 받아 진행해 주민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을카페의 자립 비결은 조합원들의 협동력

“2011년 7월 카페 개장 당시만 해도, 이 지역에 뭐가 없었어요. 사회적경제 주체들은 물론 시민사회 단체도 거의 없었고, 심지여 반경 50미터 안에 카페도 없었어요. 그렇다고 마을 공동체의 필요성을 느낀 사람들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함께 모여 일단 공간과 거점을 만들어보자 했던 거죠.”

​박영민 상무이사의 설명처럼, 당시 모인 35명 정도의 사람들이 작게는 십만 원, 많게는 몇 백만 원을 출자해 협동조합 방식으로 카페를 시작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조합원도 점점 늘어났는데, 2013년 6월 협동조합 법인 전환 당시에는 100명이 참여하였고, 현재에는 가입조합원만 150명 이상, CMS 후원회원 130명, 전체적으로 대략 250여 명이 함께하고 있다. 다양한 방식의 자발적인 참여가 늘어나며, 조합 분위기나 문화도 많이 달라졌는데, 활동가보다는 주민들의 참여가 더 많아졌고, 특히 젊은 세대 조합원의 참여가 늘어났다고 한다.

​이곳 우리동네 나무그늘도 여느 카페와 비슷하게 카페 메뉴 판매, 공간 대관, 수제 피클 판매 등 각종 이벤트 사업이나 마을 행사 부스에서 창출되는 수입 등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재정 중 80%가 카페 매출이라는데, 올해부터는 인건비와 임대료 및 각종 공과금 등을 내고도 운영이 가능할 정도가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립 비결은 무엇일까?

카페를 유지하고 이끄는 힘은 조합원들의 협동력에 있다

카페를 유지하고 이끄는 힘은 조합원들의 협동력에 있다

“저희 경쟁력은 협동력입니다. 트렌드를 따라가는 일반 카페와 달리, 조합원들이 이 공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이용한다는 거죠. 이곳에서 다양한 모임을 진행하며 차를 마시고 그게 고정수입이 됩니다. 사실 이 골목에도 벌써 카페가 몇 개나 생겼다 없어졌는지 몰라요. 꾸준히 매달 몇 만 원씩이라도 매출을 늘린다는 게 쉽지 않은데, 저흰 모임 한두 개만 더 생겨도 몇 만 원이 되는 거죠. 마을이 넓어지고 관계망이 늘어나며 지속 가능해진다는 게 증명되고 있는 셈입니다.”​

실제 자립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던 계기는 2014년 총회였다. 이전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던 재정 상황을 조합원들과 공유하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모이고 구체화되며 매출 상승효과를 가져온 것이다. CMS 끝장 파티를 열어 60여만 원의 CMS 약정서를 받을 수 있었고,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주말 일일스텝 참여로 일요 휴무 없이 개장하며 매달 백만 원 이상의 매출이 늘어나게 되었다.

​메뉴부터 운영까지…무엇이든 도전하고 참여할 수 있는 문화

​불가능할 것으로만 생각되던 자립을 1년 안에 빠르게 이루어낼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누구나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분위기, 문화다. 나무그늘에서는 메뉴나 가격 결정, 운영방식은 물론, 각종 모임이나 활동도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함께 일종의 프로젝트팀을 꾸려 논의하고 진행한다.

쓰레빠 찍찍 밤마실 음악회는 카페 이용객이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쓰레빠 찍찍 밤마실 음악회는 카페 이용객이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이곳 카페에서는 때때로 음악회가 열린다. 동네 밤 마실 가듯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회로, 별다른 입장료 없이 카페 이용객이면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쓰레빠찍찍 밤마실 음악회는 이름처럼 편안한 음악회예요. 조합원들의 지인이나 동네 주민들이 신청해서 하기도 하고, 전문 뮤지션이 서기도 하고, 아마추어가 서기도 하고 다양해요. 젬베 동아리나 우쿨렐레 동아리가 한 적도 있고, 어떤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땐 관계되는 분을 부르기도 하죠. 처음에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사람이 와서 노래하는 그런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조합원 기획자가 매회 조합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기획하고, 그에 맞게 섭외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동네 나무그늘 협동조합 이사장 김성섭 씨의 설명이다.

우리동네 나무그늘이 이제 비록 안정적인 자립단계에 진입했다고 하지만,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저렴한 임대료를 찾는 예술가들이 동네 지역까지 몰려 임대료가 인상되는 현상) 문제로 또다시 긴장하고 있다. 해마다 9%씩 임대료를 꼬박꼬박 올려왔는데 올해는 그 이상을 요구한 데다, 내년이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는 5년의 기간이 끝나기 때문이다. 마을을 키우니 되려 마을을 떠나게 될 처기에 놓인다는 마을사업의 현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마포아트센터 주변을 들르게 된다면 우리동네 나무그늘을 찾아보면 어떨까? 이왕이면 쓰레빠찍찍 음악회가 열리는 저녁에 맞춰 찾아가도 좋겠다. 오늘 소개한 대안 카페를 통해 마을기업이 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조합원이나 후원회원으로 힘을 보태면 더욱 좋을 듯싶다.

■ 우리동네 나무그늘

○ 주소 : 서울시 마포구 백범로 17길 66, 1층
○ 운영시간 : 평일 오전 10시~밤 11시, 토요일과 일요일은 오후 1시~7시 (공휴일 휴무)

○ 연락처 : 02-6408-5775
○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maponamu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끊임없이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써왔다. 올해부터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부터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자활기업에 이르기까지 공익성을 가진 단체들의 사회적 경제 활동을 소개하고 이들에게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정보를 통해 ‘이익’보다는 ‘사람’이 우선이 되는 대안 경제의 모습들을 살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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