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그 '빅이슈'를 만드는 곳

시민기자 권영임

발행일 2015.07.21. 13:21

수정일 2015.07.21. 18:19

조회 1,530

일반 기업과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은 다른 기업이 있습니다. 나 혼자 잘사는 세상보다는,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지역을 살리고, 이웃을 돌아봅니다. 바로, 지역사회를 위해 공헌하는 사회적경제기업입니다. 내 손안에 서울에서는 서울시가 선정한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을 방문하고 소개하는 기사 연재를 시작합니다. 시민기자가 직접 찾아가 가까이서 보고 들은 그들의 이야기, 함께 만나보시죠!

사회적경제 우수기업탐방(13) 길거리 노숙인들이 당당히 자립할 수 있도록, 빅 이슈 코리아

지하철역 입구에서 빨간 조끼를 입고 빅이슈 잡지를 판매하는 판매원 ⓒ빅이슈코리아(이경민)

지하철역 입구에서 빨간 조끼를 입고 빅이슈 잡지를 판매하는 판매원

혼잡한 지하철 역 앞에서 빨간 조끼를 입고 잡지를 판매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빅 이슈’라는 잡지를 팔고 있는 홈리스(Homeless, 노숙인 등 주거취약계층)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숙인이라면 서울역에서 박스를 깔고 자거나,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는데 잡지를 파는 모습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이번에 만나볼 사회적 기업은 홈리스들에게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경제활동 수단을 제공하는 ‘빅 이슈’라는 곳이다. 사단법인 '빅 이슈 코리아'는 송파구 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입주하고 있다. 이선미 대외협력팀장과 함께 빅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빅 이슈 코리아'는 2010년 7월에 창간되어, 올해 만 5년이 된 잡지이다. 본래 ‘빅 이슈’는 1990년 영국에서 먼저 시작되었는데, 홈리스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단순히 숙식 제공이나 재활, 교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경제활동을 제안하는 사업이다. 20~30대 여성을 주요 독자층으로 하는 잡지를 발간하여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홈리스들에만 부여하는 방식이다. 지금은 10여 개국 14종이 발행되고 있고, 아시아에서는 일본, 대만에 이어 3번째로 우리나라에도 발행되고 있다.

IMF의 시련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홈리스가 급증하고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외국에서 빅 이슈를 접한 분들이 온라인 카페를 중심으로 한국판 발행을 위해 모였다고 한다. 그리고 홈리스들에게 무료급식을 하는 지원단체 ‘거리의 천사’와 인연이 닿아서 한국판이 창간되었다.

사회적 기업 `빅 이슈 코리아`

사회적 기업 `빅 이슈 코리아`

빅이슈는 2010년 창간 당시에는 한 달에 한 번씩 발행되다가 일 년 후에 한 달에 두 번씩 발행되기 시작됐다. 잡지 판매 가격 5,000원의 절반이 빅이슈 판매원, 홈리스의 몫이 된다. 판매를 하고 싶지만 2,500원을 주고 잡지를 살 능력이 없어서 시작을 하지 못할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처음에는 10권을 무상으로 받고, 10권을 모두 팔면 5만원을 벌 수 있고, 이 돈으로 잡지를 다시 사서 판매를 또 할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에서 빅 이슈 잡지를 팔게 되면 홈리스라는 것을 세상에 알리는 일이라서 용기가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서 처음에는 이틀 동안 선배 빅이슈 판매원들이 판매하는 곳에서 동행하여 실습을 하고 3일째부터 혼자 판매하게 된다. 그리고 2주후에 정식으로 신입 판매원이 된다. 그리고 빅이슈 판매 도우미들이 ‘잡지 사세요’라고 같이 외치며 용기를 복돋아 준다고 한다. 서울시와 지하철공사의 협조로 지하철역에서 거리에서 유일하게 판매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지금 현재는 서울 70여 곳과 대전에서 판매를 하고 있고, 하반기에는 부산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그 외 지방에서는 정기구독하는 방법이 마련돼 있다. 총 1만 5천부 정도 발행되는데 대부분 완판 될 정도로 시민들의 반응이 좋다고 한다.

노숙인들은 잡지 판매를 통해 스스로 자립하고 있다 ⓒ빅이슈코리아(이경민)

노숙인들은 잡지 판매를 통해 스스로 자립하고 있다

빅이슈 판매원들에게는 10가지 수칙이 있다고 한다. 판매할 때에는 미소를 잃지 않기, 술이나 담배를 피우지 않기, 다른 것과 같이 판매하지 않기, 판매수익의 50% 저축하기 등이다. 처음 빅이슈 판매를 시작하면 한 달 간 고시원비를 지원 받을 수 있고, 보증금 150만원을 모으면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35명의 홈리스들이 임대주택에 입주했고,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들이 다시 재결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단순히 식사나 생활비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취지인데, 홈리스들이 처음부터 환영했을까? 노숙인들은 명의도용, 인신매매와 같은 일로 피해를 많이 당해서 처음에는 경계를 많이 한다고 한다. 그렇지만 지속적인 홍보가 계속 되자, 예전보다 경계심이 많이 줄었고, 이제는 빅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사무실로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과연 한 권 팔면 2,500원이 남게 되는 잡지 판매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일까? 잡지 판매량은 개인별로 차이가 있지만 평일에 4~50권을 파는 분도 있고, 빅이슈 사무실 직원보다 오히려 수입이 좋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잡지 판매를 계기로 다른 일을 찾아서 사회로 돌아가는 분들도 있다.

홈리스 월드컵(좌) ⓒ빅이슈코리아(김상준), 홈리스 발레단(우)

홈리스 월드컵(좌), 홈리스 발레단(우)

‘빅 이슈 코리아’는 잡지 판매로 홈리스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일 뿐만 아니라 인식개선 사업에도 힘을 쏟고 있다. 홈리스 월드컵, 홈리스 발레단, 홈리스 밴드, 홈리스 합창단, 더빅스마트(스마트 폰 지원 및 교육 사업), 더빅드림(의류기증 사업), 민들레 예술 문학상(글쓰기 교육)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올해 홈리스 월드컵은 네덜란드 암스트레담에서 개최되는데 세계 각국의 참가자들과 풋살 경기를 하면서 교류를 하는 자리라고 한다.

어려울 때 최저임금만 받고 일하면 빅 이슈를 지켰던 직원들

어려울 때 최저임금만 받고 일하면 빅 이슈를 지켰던 직원들

5년의 시간 동안 빅 이슈는 폐간의 위기도 겪었지만 만일 잡지가 없어지면, 어렵게 용기를 내서 사회로 나온 홈리스들까지 다시 길거리로 돌아가야 되는 상황이라 직원들이 급여를 줄여가며 어려움을 이겨냈다고 한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서 인쇄, 출판의 전문성을 살려서 공공기관의 사보, 인쇄물 제작도 수주하여 내실을 다질 계획이다. 또한 지금까지는 빅 이슈의 가치와 의미를 보며 잡지를 사주는 분이 많았는데, 잡지의 내용이 좋아서 살 수 있도록 잡지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표지모델사진은 연예인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 진다

표지모델사진은 연예인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 진다

15일마다 약 100페이지의 잡지가 나오기까지 취재, 사진, 헤어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도 재능을 기부하고 있다. 또, 빅이슈 판매원들 위한 판매 도우미, 잡지 포장업무는 물론 후원 기금으로 돕는 손길들도 많다. 잡지 표지는 무료로 출연을 약속한 연예인의 사진으로 만들어진다. 앞으로도 더 많은 홈리스들에게 희망이 되는 빅이슈가 되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후원이 이어지길 기대하며, 사회로 복귀하는 홈리스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빅이슈 코리아

 ○ 기업소개: 빅이슈’ 대중잡지를 발간하여 홈리스들에게 잡지 판매권을 주고 경제적 자립활동을 돕는 사회적 기업, 홈리스들에 대한 인식개선사업

 ○ 재능기부, 후원 : www.bigissue.kr / 02-766-1135

 ○ 임대주택 입주자를 위한 중고물품 기부: 02- 2069-1135

#사회적기업 #빅이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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