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마을이야기] 착한 월세 달팽이집

내 손안에 서울

발행일 2015.05.21. 14:20

수정일 2015.05.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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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집 2호의 4월 반상회 모습

달팽이집 2호의 4월 반상회 모습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일요일 저녁, 201호가 분주하다. 야채도 썰고 고기도 볶아 내고, 길게 펼친 상 위로 음식들이 착착 놓인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입주자 반상회 날.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함께 식사를 만들고 나눠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이게 맛있다든가 저건 취향이 아니라든가 하는 잡담을 주고받으며 티타임까지 가진 다음, 두 시간 여에 걸쳐 반상회를 한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다는 가구별 보고부터 함께 구매할 물품, 달팽이집 3호를 위한 토의, 공동체 안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다시 나누고 정비하기, 재활용품은 쌓아 놓지 말고 건물 앞에 모아두자는 이야기까지. 이곳은 남가좌동, 달팽이집 2호다.

시작은 대학생 주거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한 비영리 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이었다. 이사장 권지웅 씨는 6년 동안 아홉 번을 이사하며 겪은 문제점을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생 모두의 문제라고 판단했다. 주거취약계층인 청년들의 '당사자 연대'를 통해 비영리 주거모델을 실현하고, 제도를 개선하여 청년 주거권을 보장하고, 나아가 주거불평등 완화에 기여하는 것이 민달팽이유니온이다.

2014년 3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창립 행사 때 걸어놓은 현수막."민달팽이 주택은 조합원님의 힘으로부터 출발합니다."

2014년 3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창립 행사 때 걸어놓은 현수막.
"민달팽이 주택은 조합원님의 힘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민달팽이유니온 비영리 주거팀에 속해 있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이 주거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갈 수 있는 '사회주택'의 공급과 관리를 담당한다. 달팽이집 1호가 2014년 7월에 처음으로 조합원에게 공급되어 201호와 202호에 다섯 명이 거주중이고, 신축 건물 전체를 임대하여 작년 12월에 오픈한 달팽이집 2호에는 201호, 301호, 401호, 402호에서 13명이 살고 있다. 각 호마다 독립된 침실과 공용공간인 거실, 화장실, 주방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2인 1실은 보증금 60만원에 월 23만원, 1인 1실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 38만원이며, 전세로 얻을 수 있는 방도 있다. 인근에서 가장 저렴한 방이 보증금 500만원에 월 20만원이다. 그것도 햇빛도 잘 들지 않는 반지하나 지하에 위치해 있고 위생이나 치안을 보장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깨끗하고 쾌적한 신축 건물에서 거주할 수 있는 달팽이집이 상당히 저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협동조합이 건물 주인과 7억 원에 먼저 계약한 후, 청년들에게 내놓았기에 안정적으로 저렴한 월세 공급이 가능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6구좌 이상 출자하고 워크숍과 면접을 거쳐 달팽이집 거주자가 되는 과정에서 가계부 워크숍, 가구 디자인 워크숍 등 '세입자를 홀로 두지 않는 민달팽이협동조합'의 애정 공세를 받다 보면, 집을 얻을 때 어떤 점을 살펴야 하는지, 혼자 생활하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잘살 수 있는지 알게 되고,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찾을 때면 저절로 들던 위축되는 느낌에서 벗어나 더욱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조합에서는 공유주택에서 생활하며 주택 및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전문 주거 관리사 '소셜하우징매니저' 양성 과정도 운영중인데, 여럿이 함께 사는 주택에서 있을 수 있는 문제들을 커뮤니티 차원에서 해결하는 능력을 배양할 수 있으며, 수료 후에는 주택관리사 학습모임도 진행한다.

소셜하우징매니저 양성 학교 안내문

소셜하우징매니저 양성 학교 안내문

2014년 3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창립 행사

2014년 3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창립 행사

주거상담사 교육을 통해 민달팽이유니온과 처음 만났고, 2014년 2월부터 혁신활동가로 참여하며 달팽이집의 가장 오랜 거주자가 된 임소라 운영팀장은 2014년 5월 달팽이집 1호 예비입주부터 시작된 공동주택 생활을 통해 공동주거를 시작하기 전 가졌던 의문이 확신으로 변화했다고 말한다.

[인터뷰] "외롭고 힘든 청년들에게 공동주거가 답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얻었어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운영팀장 임소라

운영팀장 임소라

- 달팽이집 입주자 선발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만 20세에서 39세 사이의 조합원이라면 누구나 입주할 수 있어요. 6구좌(한 구좌 50,000원) 이상 출자하면 입주자격이 주어지며, 입주 신청 후 1차와 2차에 걸친 교육 워크숍, 그리고 면접을 거칩니다. 입주 신청 때 쓰는 '입주계획서'를 통해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확인합니다. 누군가 방을 비우게 되었을 때 부담하는 비용보다 주거 공동체가 깨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공동체를 이뤄 함께 살 생각이 분명한가 알아야 하거든요. 워크숍이나 면접 등에는 공정성을 위해 외부인사, 조합이사, 조합원이 함께 합니다.

- 갈등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하나요?

'주거상황연구소'라는 갈등 해결을 위한 자체 프로그램이 있어요. 일정 기간 동안 팀을 꾸려 문제 해결에 주체로 참여하는데, 이는 갈등의 주인공이 문제를 조금 더 가볍게 받아들이고, 함께 해결하려 시도하는 과정을 긍정적으로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예요. 사소한 생활 속의 문제는 대화를 통해 수시로 해결해요. 예를 들어 룸메이트의 코 고는 소리 때문에 깊이 잠자기가 힘든 경우, 토의를 거쳐 잠귀가 어두운 사람으로 룸메이트를 바꾸는 식이죠.

- 공유주택은 사생활과 공동생활이 함께 존재하는 공간인데, 프라이버시를 확보해야 할 때는 어떻게 조율하나요?

개인생활은 당연히 확보해야할 중요한 문제이므로 공간을 기능적으로 구분하기로 합의했어요. 침실은 휴식과 수면을 위해서만 사용하고, 활동은 거실에서 하는 것으로요. 생활의 사적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율하려 합니다.

'살아가는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기에 갈등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조율하면 되고 서로 기댈 수 있다는 점이 좋다'는 임소라 팀장은 지금은 청년 주거 문제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조합원들의 세대 구성 변화와 관계망이 확장되어 '달팽이 마을' 같은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사람들은 '당사자 의식을 갖고 활동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집을 빌리는 과정에서 겪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유니온과 협동조합을 만들었듯 달팽이집 1호점을 조합원들에게 공급하기 전에는 상근 활동가들이 남녀 각각 세 사람씩 짝을 이루어 201호와 202호에서 70일간 예비입주생활을 했다.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자신 있게 조합원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집인지 직접 알아보고, 공동체 생활을 실험하기 위한 기간이었다고 한다.

달팽이집 3호점을 준비하기 위한 달팽이 펀드

달팽이집 3호점을 준비하기 위한 달팽이 펀드

요즘 달팽이집 사람들은 한층 분주히 활동중이다. 달팽이집 3호점의 후보가 될 만한 곳을 찾으러 발품을 팔고, 자금 마련을 위해 '달팽이 펀드'도 운영한다. 달팽이집 3호의 보증금 일부로 사용할 달팽이 펀드는 총 1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원금 100만원에 3년 만기, 고정 이자 2.5%를 지급하며 청년유니온, 청년연대은행 토닥, 민달팽이유니온이 주체가 되어 모으고 있다. 6개월 이상 거주자가 없는 집을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이 리모델링하여 최소 6년 동안 재임대하는 경우, 서울시에서 리모델링 비용의 50%(최대 2,000만원)까지 지원받는 '빈집 살리기 프로젝트'에도 사업 시행자로 지원 응모하여 최종 선정되었다.

'창문 있고 햇빛 드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이 시대 청년들의 소박한 소망을 사회주택을 공급하는 주택협동조합 설립으로 해결해 가는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공동주거를 통해 개인이 삶의 활력을 회복하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다양한 형태의 공동주거가 더욱 확산되어 마을공동체 또한 활성화되기를 조합 사람들은 희망한다.

민달팽이유니온 2015년 정기총회 모습. 다양한 형태의 공동주거가 확산되어 마을이 더 튼튼해지길 기대하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 2015년 정기총회 모습. 다양한 형태의 공동주거가 확산되어 마을이 더 튼튼해지길 기대하고 있다.

■ 민달팽이유니온/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 홈페이지 : www.minsnailunion.org/
 ○ 티스토리 : minsnailunion.tistory.com/

출처 : 서울마을이야기 vol.27호(2015.4.22.)
글과 사진_김민주(자유기고가)
사진제공_구름정원 사람들,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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