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야기] ① 서울은 강의 도시일까, 산의 도시일까

내 손안에 서울

발행일 2015.04.22. 11:00

수정일 2015.04.29. 13:56

조회 1,494

[우리의 서울, 서울 브랜드 이야기] 서울시가 도시브랜드 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시민토크콘서트 '우리의 서울이야기'를 지난 2월 27일부터 오는 5월까지 개최합니다. 서울에 대한 다양한 주제를 시민들과 분야별로 살펴보고 이를 통해 서울의 핵심 정체성을 도출한다는 취지로 서울의 산 과 강, 수도, 만남, 시장, 노래, 맛, 문화, 거리, 서울 속의 세계 등 10가지 주제를 다룹니다. 이 토크 콘서트에 이코노믹 리뷰 기자가 직접 참석해 우리가 몰랐던, 그러나 알고 싶었던 '서울 브랜드'의 이야기를 지상중계합니다.

서울 브랜드 만들기

서울의 표정은 어떨까. 지난해 가을부터 서울시는 서울을 대표하는 브랜드 만들기를 시작했다. 그동안 휘장과 '하이서울', '해치'등 다양한 상징물을 써왔는데, 서울의 대표 얼굴이 되느냐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난해 시민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울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는 '통합 브랜드 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79%)이 다수로 나타났다. 이에 시는 시민 주도형 서울 브랜드를 만들어가는데 보탬이 될 <시민콘서트, 우리의 서울이야기>를 기획했다.

서울이야기의 구성은 한 명의 화자가 다수의 청자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일반적인 강연 형식과 달랐다. 시민들과의 대담이 혼합된 형식으로, 40분 동안 전문가 강의 이후 15분 동안 시민 발제가 이어졌다. 나머지 1시간은 전문가와 시민들의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형 강의를 기반으로 진행됐다.

우리의 서울이야기 제1화 서울, 산과 강을 이야기하다

지난 27일 시민청 8층 다목적 홀에서 `시민 토크콘서트, 우리의 서울이야기` 오프닝 공연을 하고 있는 `그린힐피커즈`의 공연을 관람하는 시민들

지난 27일 시민청 8층 다목적 홀에서 `시민 토크콘서트, 우리의 서울이야기` 오프닝 공연을 하고 있는 `그린힐피커즈`의 공연을 관람하는 시민들

지난달 27일 저녁, 서울시민청 8층 다목적 홀에는 <시민 토크콘서트, 우리의 서울이야기>에 참여하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다목적홀의 둥근 원탁에 하나둘 사람들이 앉더니 이내 모든 자리가 시민들로 꽉 채워졌다. 이 콘서트에는 서울 시민 외에도 김민기 서울 브랜드 추진 위원회 위원장, 황보연 시민소통 기획관, 서울 얼굴 가꿈단(서울의 브랜드 개발을 함께 하는 시민참여단) 등이 참석했다.

시민콘서트의 서문은 신나는 요들송으로 시작됐다. 그룹 '그린힐피커즈'는 연두빛 서울을 꿈꾼다는 소감과 함께 공연을 시작했다. 기타와 바이올린 등의 현악기 연주와 함께 들려주는 요들송은 굳어있던 공기를 풀었고, 관객들은 박수로 리듬을 맞추며 공연에 화답했다.

"서울의 표정은 어떤지, 서울에 주름은 얼마나 있는지 우리는 잘 모릅니다. 시민들과 함께 여러분이 기억하시고, 그리고 싶은 서울의 모습을 이 자리에서 함께 나눠주기를 바랍니다" 공연이 끝난 후, 진행자 김민웅 교수와 이제이 교수는 공연이 끝난 후 능숙한 진행으로 본격적인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열정 있게 강연을 진행중인 문화사학자 신정일씨(우), 진행자 김민웅 교수(좌)

열정 있게 강연을 진행중인 문화사학자 신정일씨(우), 진행자 김민웅 교수(좌)

서울이야기의 첫 강의는 서울의 산과 강을 살펴보며 자연환경·생태지리적 조건을 배우는 문화사학자 신정일씨의 강의로 시작됐다.

신정일 문화사학자는 현재 사단법인 '우리 땅 걷기'의 이사장으로 문화 유산답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역사 관련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국의 10대 강 도보 답사를 마쳤으며 400여 개의 산을 올라 대한민국 도보답사의 선구자로 불린다.

신정일 문화사학자는 "옛날부터 사람들은 서울에 사는 것을 좋아했다"라며 "다산 정약용 선생이 어떤 일이 있어도 서울 4대문 안에 집을 사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서울을 소개했다.

1392년 조선 왕조의 수도가 된 이래 6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서울은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서울은 정치, 경제, 군사, 문화, 교육, 종교의 중심지였고, 서울에 대한 집중도는 다른 도시에 비해 유독 높았다. 여러 기록들을 보면 옛부터 서울(한양)이 한반도의 중심으로 여겨진 것을 알 수 있다. 어떻게 서울은 한반도의 수도가 됐을까.

풍수지리적 이점과 뛰어난 생태지리적 조건을 갖춘 '서울'

서울 지역을 흐르는 한강 유역은 삼국시대의 각축장이었다. 한강 유역이 사람과 물자를 대주는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삼국의 흥망성쇠가 여기에 달려 있었다.

조선 전기의 학자인 서거정이 지은 한문 수필집 <필원잡기筆苑雜記>에 의하면, 비류(沸流)와 온조(溫祚)가 부아악(負兒岳)에 올라 살만한 땅을 골랐는데, 비류는 미추홀에 도읍하고 온조는 위례성에 도읍했다. 뒤에 온조는 도읍을 남한산성(지금의 광주)로 옮겼다가, 또 북한산성으로 옮겼는데 이곳이 지금의 한양이라는 기록이 있다.

서울의 지세는 나라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험준하면서도 아름다운 산들이 많다.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관악산, 청계산을 비롯하여 수많은 산들이 서울을 에워싸고 있으며, 다른 나라의 국도에서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크고 웅장한 한강이 흐르고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나라의 중심지로서 사람과 물산이 어디든 사통팔달할 수 있는 중요한 이점을 가졌다.

서울이 한 나라의 수도로 거듭난 것은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들어선 후였다. 태조 3년인 1394년 8월,태조가 여러 신하들을 데리고 한양에 와서 옛 남경 옛 궁터를 보고 신하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사방이 높이 뛰어나고, 중앙이 평탄하여 도읍을 삼기에 알맞다"고 생각하는 왕사 무학의 뜻에 따라 그해 10월 28일에 도읍을 개성에서 한양으로 옮겼다. 그 뒤 오백년 내내 조선의 수도는 서울(한양)이었고, 조선이 역사의 전면에서 사라진 뒤에도 일제를 거쳐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

강연을 진행중인 진행자 김민웅 교수 , 신정일 문화사학자, 진행자 이제이씨(왼쪽부터)

강연을 진행중인 진행자 김민웅 교수, 신정일 문화사학자, 진행자 이제이씨(왼쪽부터)

더불어 한양은 풍수지리설로 봤을때 한반도 최고의 명당이었다. 조선시대 풍수지리가들은 한양은 삼각산이 주산이고, 강원도 금강산은 외청룡, 황해도 구월산은 외백호, 제주도 한라산은 외안산으로 설명했다. 이러한 풍수지리설은 한양이 한반도의 중심이라는 사상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남쪽으로 한강을 끼고 또한 서해가 가까워 교통이 편리한 자연적 이점을 가졌고 실제로 한반도의 중앙에 위치한 요충지였다.

서울이라는 명칭도 이때 생겨났다. 서울이라는 말의 유래는 신라의 수도인 경주를 '서라벌(徐羅伐)', '서벌(徐伐)', '서나벌(徐那伐)', '서야벌' 등으로 불리어진 데서 비롯됐다. 또한 백제의 말기에 수도인 부여를 '소부리(所夫里)'라고 불렀던 점에서 삼국시대 수도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통명사화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서울의 '서'는 수리,솔,솟의 음과 통하는 말로서 높다, 신령스럽다는 뜻을 가진 순수한 우리말이며 '울'은 벌, 부리에서 변음된 것으로 벌판, 큰 마을, 큰 도시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한자로 경도(京都)라 표기하는데, '경'은 크다는 뜻이며 '도'는 거느린다, 번성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동방에서 으뜸으로 꼽는 '서울의 형상'

한양의 형세를 <동국여지승람>에서는 "한양은 원래 마한 땅으로 북쪽 진산 북한산이야 말로 용이 엎드리고 범이 웅크린 기세다. 남쪽 한강은 한양의 깃과 띠가 되고, 왼편은 관령, 오른편에는 서해가 펼쳐져 그 형승(形勝)이 동방에서 으뜸을 꼽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둘러싸인 산과 그 중심을 흐르는 강으로 인해 서울은 예부터 한반도의 중심으로 각광받았다. 실제 서울은 북쪽에 북한산, 서쪽에 덕양산(125m), 남쪽에 관악산(629m), 청계산, 동쪽에 용마봉(348m) 등의 외사산(外四山)으로 둘러싸여 있다.

서울의 지도

서울의 지도

동북쪽에는 도봉산(716m), 남장대(715m), 인수봉(811m) 등 600m를 넘는 고봉들이 솟아있다. 그 산 줄기가 북악산과 비봉으로 이어진다. 동쪽에는 아차산, 구릉산(178m), 불암산(508m), 수락산(638m) 등이 경기도와 자연적 경계를 이루고 있다.

강북지역에는 청계천 외에 서쪽의 불광천, 사천 등과 동쪽의 중랑천, 왕숙천 등이 흘러 넓은 충적지를 이루고 있다. 한강은 양수리에서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며, 팔당을 지나면서부터 자유롭게 바다를 향해 흘러가 한강이 흐르는 북쪽에 밤섬, 여의도, 난지도 등의 하중도(河中島)를 형성했다.

서울(한양)의 형세적 아름다움은 명나라에서 사신으로 있던 동월이 '서울의 풍경'을 노래한 구절을 보면 잘 드러나 있다.

"멀리서 한성을 바라보니, 고운 기운이 피어 솟아오르는데, 벽제관을 지나고 홍제루도 지나면, 여기가 천상의 서울이다. 만 그루 소나무는 푸른 그늘을 드리웠다. 북으로는 천길 산세가 줄줄이 이어 있어서 일천 군사들이 서쪽으로 향하는 한 개 관문을 막아내면 성밖으 작은 산길은 말 한 필이 겨우 갈만하다. 봉황이 높이 날듯 산세가 빛나는데, 모래는 솔뿌리에 하얗게 쌓여 있어 흰 눈이 흩뿌리다 개인 듯이 밝고 깨끗하다. 서북쪽 산기슭에는 모화관을 베풀었고, 남쪽으로는 숭례문이 바르게 자리하고 있다."

서울은 산의 도시일까? 강의 도시일까?

서울이라는 도시를 들여다보면 산과 강이 마치 실핏줄처럼 엮여 있다. 서울에 크고 작은 산은 26개, 한강을 포함해 하천이 25개나 있다. 수많은 산과 강을 품고 있는 서울은 산과 강중 어떤 것을 우선으로 삼을 수 있을까. 신정일 문화사학자의 강연이 끝난 후, 시민들과 함께 '서울은 산의 도시인가? 강의 도시인가?'라는 주제로 시민들과 전문가가 함께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무대에 올라 발제하는 시민대표 장정일씨

무대에 올라 발제하는 시민대표 장정일씨

토론은 서울시민 대표 2명의 발제로 진행됐다. '서울은 강의 도시'라고 발표한 동대문구에사는 시민대표 장정일씨는 "동대문구에서 중랑천을 보고 자랐다. 초등학교때는 여기서 수영도 하고 고기도 잡고 살았다. 아버지가 낚시를 좋아하셔 한강에서 낚시도 했다"며 "어느 순간부터 중랑천에 썩은내가 났다. 상업폐수 때문 이었는데 그때 강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겼다"고 말했다.

이어 "내 손주에게도 좋은 물을 물려 주고싶고, 죽을때까지 좋은물에서 살고싶다. 모두가 같이 실천해서 좋은 물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자리에 나왔다"고 전했다. 실제 장정일씨는 한강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강의 소중함을 실천하고 있었다.

실제 전세계에 한강처럼 폭이 넓고 긴 강을 끼고 있는 도시는 드물다. 부다페스트의 강은 한강의 1/2정도이며 프라하의 강은 1/4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신정일 문화사학자는 "외국에선 한강을 서울강(Seoul River)으로도 부른다"며 "서울의 젖줄이면서 한국의 젖줄, 그리고 우리 민족의 젖줄이라고 일컬어지는 한강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강을 잘 보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서울 시민들과 학생들이 한강의 발원지인 검용소 부터 한강의 하구인 보구곶리까지 걸으며 한강을 이해하고 보존하는 프로그램 만들기, 한강의 역사와 문화 환경 생태를 설명할 수 있는 한강 문화 유산 해설사 양성하기, 마포나 광나루에 조선시대 과객들이나 보부상들이 쉬어가던 주막을 재구성해 내외국인의 관광시설로 이용하기 등을 제안했다.

시민들이 직접 서울의 산과 강에 대해 적은 의견을 소개하는 진행자 이제이 교수

시민들이 직접 서울의 산과 강에 대해 적은 의견을 소개하는 진행자 이제이 교수

'서울은 산의 도시'라는 입장을 밝힌 도봉구에 사는 장성수 씨는 "서울의 산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며 "어린시절 내가 방황할 때 아버지는 하루에 한 번씩 나를 데리고 산에 올라갔다. 거기서 아버지가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고 산에서 부드러운 인내심을 배웠다"는 개인적 경험을 밝히며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살아있던 산에 대한 소중함을 호소했다.

이어 한시민은 "서울에선 아웃도어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래서 산의 도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는 이야기를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신정일 문화 사학자는 "옛사람들은 산을 오를 때 발걸음도 조심조심 올라갔다. 산짐승들과 자연물을 위해 산을 공경하는 의미였다"며 "그래서 예부터 산을 오르는 것은 등산이라 하지 않고 잠시 산에 들어갔다 나온다는 의미로 '입산'이라 했다"라고 설명하며 산을 오르는 이들에 대해 겸손함을 당부했다.

강연에 참여한 시민이 서울에 산과 강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적은 종이를 들고 있다

강연에 참여한 시민이 서울에 산과 강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적은 종이를 들고 있다

김민기 서울 브랜드 추진 위원회 위원장도 토론에 참여했다. 김 위원장은 "산이 공간이라면 강은 시간이다. 공간과 시간의 의미를 부여 하는 건 인간이다. 바로, 서울시민이 아름다운 서울의 의미를 부여하고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며 "여러분들의 뜻을 받들어 전문가와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아름다운 서울을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신정일 문화 사학자는 마지막으로 "온전히 아름다운 땅은 없다.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사대부들이 살만한 곳을 찾아 이십여 년을 헤맸지만 찾지 못했다"며 "결국 내가 사는 곳을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 서울을 유토피아로 만들어야 할 사명이 우리 몫이다"라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출처 : 이코노믹리뷰(www.econov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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