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캠퍼스커플) 말고 BC(복지관 커플)!

하재근(문화평론가)

발행일 2015.02.17. 14:20

수정일 2015.11.17. 18:42

조회 1,303

열쇠ⓒ뉴시스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컬처 톡’ 84

몇 년 전 꽃중년이란 말이 유행했다. 김민종이 당시 꽃중년이라고 지목된 대표적인 배우들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김민종이 중년이라는 것을 어색하게 느꼈다. 비슷한 또래로 유재석이 있는데, 주말마다 <런닝맨>에서 펄펄 뛰어다니는 유재석한테 중년이라는 말이 붙는 것도 역시 어색했다.

40대뿐만 아니라 때로는 60대 이상의 연령대도 중년이라고들 했다. 그러다보니 중년이라는 말의 뜻이 아주 모호해지기 시작했다. 정확히 어느 연령대를 가리키는 말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신중년이라는 말이 제기된 것은 바로 이런 상황 때문이다.

신중년은 60세에서 75세까지의 연령대를 일컫는 말이다. 과거엔 환갑이 지나면 죽을 날이 멀지 않은 노년층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환갑이 또 다른 인생의 시작으로 느껴진다. 고령화 때문이다. 그래서 이젠 6075 연령대를 노년층, 즉 실버세대가 아닌 신중년이라고 부르자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고령화와 함께 중년의 연령대가 대폭 상향조정됐다고 볼 수 있겠다.

신중년의 기준은 단지 나이만이 아니다. 전통적인 실버세대와 신중년은 문화적으로도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결혼문화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부부끼리만 독립적으로 사는 비율이 전통적 실버세대는 17%였지만 신중년은 48%에 달한다. 노후 자녀 의존도가 실버세대는 90%이지만 신중년은 34%였고,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준 비율이 실버세대는 79%이지만 신중년은 9%였다. 신중년이 전통적인 노년층에 비해 매우 독립적인 문화적 특성을 보이는 것이다.

신중년은 해방 이후에 서구식 신교육을 받으며 자라난 세대다. 그에 따라 서구식 개인주의를 처음으로 받아들인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또, 수명이 짧았던 과거엔 노년의 독립적인 삶을 기대하기 어려웠지만, 60세 이후에도 30여 년을 더 살아야 하는 신중년에겐 독자적인 삶의 가치가 훨씬 중요해졌다고 할 수 있겠다.

자기 자신의 행복을 중시하다보니 이혼과 결혼을 대하는 시각도 달라졌다. 과거엔 이혼을 꺼려했었지만 요즘 신중년은 성격차이로 이혼을 택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이혼 이후엔 성격에 맞는 짝을 찾아 연애나 결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60~74세 재혼 건수가 최근 20년 사이 3.5배 증가했고, 배우자와 헤어졌을 때 재혼하겠다는 의지도 40대는 14.8%인데 반해 65세 이상에선 23.6%로 나타난다.

젊은이들은 학교에서 연애를 많이 한다. 신중년도 학교에서 짝을 찾는다. 신중년의 학교, 바로 복지관이다. 과거엔 복지관 강좌에 여성들이 많이 참여했었지만 요즘엔 심지어 에어로빅, 요가 강좌에까지 남성들이 참여하다보니 커플이 많이 탄생한다고 한다. 그래서 AC(아카데미 커플), BC(복지관 커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한 매체에서 신중년이 선호하는 이성을 조사했는데 남성은 최불암, 박근형, 노주현, 안성기 순으로, 여성은 박정수, 김혜수, 김희애, 이미숙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푸근하고 안정적인 남성을 선호하는 반면, 남성은 아무래도 여성으로서의 외적인 매력을 중시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외에 여성은 남성의 재산이나 학력도 남성이 여성을 볼 때보다 더 크게 따진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신중년의 이성관도 젊은이들과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신중년의 SNS 활용비율이 85%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SNS를 통해 밀어를 속삭이고, 콜라텍이나 등산, 교외행 지하철, 저렴한 식당 등을 통해 데이트를 즐긴다고 한다.

이런 신중년의 인구비중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에 문화적 격변이 예고되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이들은 내수경제의 거대한 한 축이 될 전망이다. 과거엔 60세 이상을 노년층이라고 해서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큰 의미 없는 집단으로 여겼고, 60대 자신도 사회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그랬던 60~70대가 이제 신중년이란 이름으로 우리 사회의 전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초고령화와 함께 신중년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자녀들도 이제 부모 세대의 변화를 이해할 때가 되었다.

#신중년 #중년 #꽃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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