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이 그래픽 달인 되기까지 20년

시민기자 서울시 김 예슬

발행일 2015.01.12. 18:38

수정일 2015.01.12. 18:58

조회 4,862

제1회 서울시 달인으로 선정된 임홍기 소방장

제1회 서울시 달인으로 선정된 임홍기 소방장

얼마 전 서울시는 직원들의 업무능력을 공유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직장분위기 조성을 위해 '제1회 서울시 달인·고수 선발대회'를 개최했습니다. 여기에서 달인은 기획, 프레젠테이션, 자격증 등 행정 업무 분야에서 우수한 지식을 가진 공직자, 고수는 음악, 사진, 미술, 레포츠 등 일상·취미 생활 등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공직자를 의미하는데요. 특정분야에 남다른 지식과 능력을 가진 서울시 공직자들의 신청을 받아 2차례의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1명의 달인과 2명의 고수를 선정했습니다.

과연 서울시가 첫 번째로 뽑은 달인과 고수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내 손안에 서울'에서는 3명의 주인공들을 직접 찾아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먼저 '그래픽 디자인의 달인' 임홍기 소방장(중랑소방서 신내119안전센터)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 파란색 글자를 클릭하시면 관련 정보를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 달인을 만나다] 신내119센터 임홍기 소방장

“소방관으로만 20년, 주야 교대 근무를 반복하면서도 미치도록 많은 시간을 투자했더니 어느 순간 그래픽의 달인이 되었네요.”

신내 119안전센터에는 서울시에서 선정한 '달인'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1995년에 입사해 소방서에서 일한 지 올해로 20년이 된 베테랑 소방관입니다. 인명 구조나 화재 진압을 담당하고 있는 임홍기 소방장. 그분은 놀랍게도 '그래픽 디자인'의 달인이었습니다.

임홍기 소방장은 항상 대기 중인 119안전센터의 특성상 얼마 전까지 24시간 2교대 근무를 해왔고, 지금은 야간 2주, 주간 1주 식의 3교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내 손안에 서울'과 만났을 때도 오전 9시가 퇴근이었습니다.

이런 소방관의 일상과는 조금은 안 어울리는 듯한 ‘그래픽 디자인’은 도대체 어떻게 시작된 걸까요?

“제가 소방서에 들어왔을 때는 사무실 업무 중에 화재진압작전도, 소화전 위치도 등을 수작업으로 그렸습니다. 다른 분들은 손으로 삐뚤삐뚤 그릴 때, 저는 autoCAD라는 설계프로그램을 공부해서 컴퓨터로 빠르고 깔끔하게 만들었죠.” 

화재진압 작전도는 대상 지역의 도로 및 시설 등을 표시하고 유사시 신속한 출동 및 진압을 가능하게 하는 도면입니다. 수작업으로 그리는 화재진압 작전도를 좀 더 정확하고 빠르게 그린다면 보다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직업의식에서 ‘그래픽 디자인’이 시작되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포토샵, 일러스트 등 2D 분야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유저들이 사용하는 3dMAX라는 3D분야, 영상그래픽 편집 및 합성 프로그램 After Effects까지 마스터하게 되었습니다. 전문서적도 정말 많이 보고 미치도록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그 결과 이 세상 모든 사물을 모델링하여 표현할 수 있고, 움직이는 애니메이션도 만들 수 있는 전문 그래픽 능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주야 근무를 반복하는 피곤한 상황에서도 미치도록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는 말에 살짝 감동했습니다. 보다 안전한 화재 진압을 위한 직업의식이 한 분야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졌고, 그 열정이 ‘달인’으로까지 인정받게 된 것입니다.

임홍기 소방장은 Daum 쇼핑하우 UCC공모전 대상, 2012 여수세계박람회 UCC공모전 대상 (국토해양부장관상), 제4회 포천시 홍보영상/에니메이션 공모전 우수상 등 ‘그래픽 디자인’ 분야의 다양한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경력이 있습니다. 서울시 공무원 중에서 뛰어난 것이 아니라 이전에도 다양한 곳에서 그 전문성을 인정받아 왔습니다. 

“퇴근하면 집에 들어서자마자 컴퓨터그래픽운용사 자격증 공부에 매진했습니다. 동호회 사람들과의 교류는 물론, 인터넷에서 마음에 드는 동영상도 많이 찾아봤습니다. 2년 반 동안 7~8권 정도의 3D관련 서적을 3~4번 이상 반복해 읽으면서 모든 명령어나 실습과정을 마스터했습니다.”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역시 각고의 노력이 필요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인정받은 전문성을 임홍기 소방장은 본인의 ‘안전’업무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소방홍보영상은 물론 ‘초고층건물 화재’나 ‘한강의 완전 결빙’ 등 최악의 상황에서 소방대원들이 어떻게 대처하고 구조할 것인지에 대한 회의 및 연구 자료로서 많은 영상물들을 제작해 왔습니다. 소방업무 연구논문에도 그래픽 디자인을 통해 참여한 바 있습니다.

임홍기 소방장이 만든 시뮬레이션 장면들

임홍기 소방장이 만든 시뮬레이션 장면들

“업무를 마치고 집에서 쉬는 동안에도 주로 업무와 관련한 그래픽 디자인 아이디어를 구상합니다. 실제 그래픽 작업은 사무실에서 짬을 내보기도 하지만, 항상 대기 중인 여건 상 대부분 퇴근 후 집에 가져와 마무리 합니다. 초고층건물 화재 시뮬레이션 영상물 같은 경우는 콘티작업, 기초도면작업, 각종 오브젝트 모델링작업, 애니메이션, 영상 이펙트, 음향편집 등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해서 많은 시간이 걸려 완성했고 그만큼 보람이 컸습니다.”

이러한 전문성과 열정, 본인이 맡은 업무에 대한 소명의식이 바탕이 됐기에 서울시에서 처음으로 선정한 ‘달인’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각종 사고현장 출동과 화재진압업무를 맡고 있으며 소방공무원 생활은 올해로 20년째다

각종 사고현장 출동과 화재진압업무를 맡고 있으며 소방공무원 생활은 올해로 20년째다

“이렇게 특별한 큰 상을 받게 되어 정말 감사하고 기쁩니다. 다른 분들도 대단하시던데 저 혼자만 이런 상을 받아 미안한 마음이고, 참가하신 모든 분들이 달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어진 업무에 더욱 열정을 가지고 묵묵히 노력하며, 더욱 제 자신과 서울시를 빛낼 수 있는 그런 사람, 서울시 달인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역시 ‘달인’다운 겸손한 소감입니다. 임홍기 소방장은 앞으로 그래픽 디자인으로 대한민국 소방 캐릭터를 만들어 그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재난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십니다. 소방공무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자는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고 했던가요?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이렇게까지 못했다는 ‘달인’은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아 바쁩니다. 이제 막 하나의 고지를 점령한 그는 넘치는 자신감으로 다른 고지를 향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진행하며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달인’의 뜨거운 열정에 제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새해를 맞이하며 다짐했던 목표들이 혹 흐트러지기 시작했다면 ‘달인’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그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힘찬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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