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현관문의 미러 시트가 가져오는 놀라운 효과

시민기자 서형숙

발행일 2015.01.12. 17:15

수정일 2015.11.09. 12:00

조회 11,723

동작구 성대로 다세대 주택가의 '여성안심거울길' 이야기

동작구 성대로의 다세대 밀집지역에 '여성안심길'이 생긴다는 보도를 처음 접했을 때 사실 반신반의했었다. 그 안심길을 조성하는 방법이 다세대 주택이나 빌라의 현관문 입구에 미러시트(mirror sheet) 형태의 반사필름을 부착하여 조성하겠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글쎄, 반사필름 조각 하나로 범죄예방 효과를 얼마나 기대할 수 있을까?'하며 의문이 앞섰다.

산과 연결된 동작구 성대로의 음침한 오르막길

산과 연결된 동작구 성대로의 음침한 오르막길

사실 작년 9월, 동작경찰서 여성청소년과의 관계자를 찾아가 질문을 던졌다. 마침 내근 중이던 서진덕 경위가 관련 내용을 잘 알고 있어서 그와 인터뷰 할 수 있었다.

서 경위는"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문이 열릴 때 범죄자가 따라 들어가며 발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경찰은 '범죄예방도 할 수 있고, 지역주민들이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타 자치구를 방문하여 여성안심길이 조성된 주택가 골목길을 직접 찾아다니고 벤치마킹을 하게 됐다고. 그러다가 알게 된 곳이 범죄예방디자인(CPTED)이 도입된 관악구 행운동이다. 그 곳 주민들을 통해 범죄예방디자인(CPTED)에 해당하는 '미러 시트(mirror sheet)'가 시공 가격도 저렴하고, 범죄예방효과도 매우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미러시트라고요? 그게 어떤 거지요? 혹시 볼 수 있을까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캐비닛 한쪽에서 얇은 은색의 번쩍거리는 필름 조각 하나를 꺼내서 보여줬다.

미러시트란(mirror sheet)?

한 눈에 봐도 미러시트는 그냥 번쩍거리는 은색의 필름조각이었다. 하지만 서 경위는 미러시트에 대한 놀라운 사실을 알려준다.

"미러시트를 설치하면 본인의 뒤를 따라오는 사람이 누군지 그 사람을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뒤에 쫒아온 사람이 범죄 목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바로 범죄 욕구가 줄어들게 됩니다. 바로 자기의 모습이 미러시트에 반사되기 때문이지요"

미러시트가 부착된 주택의 모습 ⓒ뉴시스

미러시트가 부착된 주택의 모습

미러시트가 부착된 주택 입구 모습

미러시트가 부착된 주택 입구 모습

정말로 시트지에 얼굴을 들여다보니 거울처럼 상이 비쳤다. 벽에 부착도 용이하게 만들어져 설치도 편해보였다. 서 경위는 "미러 시트를 각 출입구의 현관문에 눈높이로 붙여 놓으면 범죄자의 얼굴을 노출될 뿐만 아니라 보행자 역시 뒤에 서 있는 사람이 확인돼, 범죄예방 차단이 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 디자인은 실제로 범죄심리가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범죄예방기법인 셉테드(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를 도용한 방식이라고 자세히 설명해줬다.

여성안심거울길 완성과 주민들의 반응은?

그리고 지난 해 10월, 예정지역구간에 (성대로 96~성대로14길 83' 약 470m) 여성안심거울길이 조성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번 여성안심거울길은 동작구청, 동작경찰서를 비롯한 아동·여성보호 지역연대인 '좋은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이 함께 완성시킨 사업이기도 하다. 어느새 그 거울길이 형성되고 3개월이 지났다. 이렇게 마을주민들과 각 기관단체가 함께 손을 잡고 완성된 거울길에 대해 주민들의 만족도는 어떤지 궁금했다. 그래서 여성안심거울길을 찾아가 해당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만나 물어봤다.

상도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뒀다는 30대의 한 학부모는 미러시트 덕분에 한 시름 덜었다는 입장이다.

"이 길이 산으로 연결되는 오르막길이어서 조금은 음침하고 무서워요. 그래서 아이 등교를 도와주기 위해 함께 다녀도 안심이 안됐는데, 지금은 조금 그 걱정을 덜었어요. 안심거울길을 조성하면서 벽화도 그려주고, 도로에 범죄예방에 대한 안내표지도 눈에 잘 띄게 표시해줬거든요. 그래서 전보다 이용하는데 안정감을 많이 느껴요"

도로 바닥에 표기된 '안심 거울길'

도로 바닥에 표기된 '안심 거울길'

그의 말대로 주변을 둘러보니 도로 바닥에는 거울길이라는 명칭을 표기하고, 입구에는 '마음 편히 집으로 가는 길'을 주제로 벽화도 그려져 있었다. 20년째 이곳에서 거주했다는 김해영 씨는 "여기가 다른 지역보다 우범지역으로 범죄가 많이 발생하곤 했는데 가스배관 등에 형광물질도 도포해주고 형광물질 도포 안내문도 설치해주니 범죄예방도 많이 될 것 같아 조금은 마음이 든든해요"라며 웃었다. 김 씨가 설명한 배관에 바른 형광물질은 특수형광물질로, 손이나 옷 등에 묻어도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도 않고 지워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형광물질은 자외선 특수 장비를 이용하면 확인이 가능해 범인 검거에 효과가 있다고 동작경찰서는 설명했다.

주택가에 그려진 벽화

주택가에 그려진 벽화

동작구는 "앞으로도 이번 시범사업의 설치 효과를 분석하여 시행 확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동작구가 만든 안심 거울길을 시작으로 여성들과 청소년들이 더욱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도시골목환경과 도시디자인들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

#동작구 #미러시트 #여성안심길 #범죄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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