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가장 짧은 거리를 달리는 시내버스

시민기자 박장식

발행일 2015.01.06. 11:31

수정일 2015.01.06. 16:32

조회 5,566

5538번 서울 시내버스

서울 남부의 주택가인 관악구 보라매동에서 출발하여 관악구 봉천역을 연결하는 5538번은 왕복 3.2km의 짧은 구간을 운행하는 시내버스이다.

관악구와 동작구의 경계인 사자암 인근의 재넘이고개에서 출발해 당곡중고등학교, 보라매공영주차장과 봉일시장을 거쳐 봉천역까지 가는 버스인데, 정류소가 겨우 7개밖에 안 되는 '마을버스' 같은 '시내버스'이다.

3대의 차량을 모두 카운티로 사용하고 있어 서울시내버스에 마지막으로 남은 마이크로버스인데 이런 노선이 만들어진 데에는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다.

지난 2009년, 보라매동에서 동작구의 중심인 노량진으로 가는 버스는 많은 데 비해 관악구의 중심인 신림 방향으로 가는 노선은 없어 불편하다는 주민들의 민원이 지속적으로 접수된 것이다.

이로 인해 서울특별시에서는 마을버스 업체를 찾았는데, 이에 응하는 업체가 없어 일반 시내버스로 개통한 것이 5538번이다. 버스가 지나는 노선의 경사가 상당히 높고, 또한 길도 좁아 중대형 버스가 오가기 힘들어, 개통 직후에는 중형버스가 다녔다가 이윽고 마이크로버스로 교체되었다. 서울시내의 서너 자리수 버스 중에서 유일하게 마이크로버스인 카운티로 운행하고 있다. 배차간격 역시 마을버스와 비슷한 10~15분 정도의 배차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좁고 경사진 길을 매일 오르내리는 5538번 버스

좁고 경사진 길을 매일 오르내리는 5538번 버스

좁은 카운티 버스의 풍경은 흡사 시골의 버스를 연상케 한다. 안내방송 역시 나오지 않고, 승객들 역시 정류장이 아닌 곳에서 타고 내릴 수 있다, 서울시내에선 멸종하다시피 해버린 듯한 매캐한 디젤 매연의 냄새도 느껴진다.

서울시내버스이지만 서울시내버스가 아닌 듯한 버스, 5538번 버스는 우리가 아는 보통의 시내버스와는 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7개의 정류장을 지나는 동안 버스기사는 연신 승객들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건네고, 승객들은 버스를 타면서 아크릴 벽에 가로막히지 않은 기사석을 바라보며 다인승을 외치고, 얼마를 냈으니 거슬러달라는 말을 연신 건넨다.

버스의 시간표는 각 방향의 종점인 봉천역과 재넘이고개의 정류소 표지판에 놓여있다. 시간표를 보면 흡사 마을버스의 시간표와 닮았다. 심지어는 연료 충전시간이나 기사 교대 시간까지 쓰여있다. 시내버스에서는 보기 힘든 신기한 광경이다.

재넘이고개~봉천역까지 7개의 정류소에 선다

재넘이고개~봉천역까지 7개의 정류소에 선다

안내방송 한마디 없이 내릴 정류소를 찾아 내리고, 얼굴 모르던 이웃 간에 "여기 이 정류소 맞나요?"를 말하며 서로 간에 말문이 트이는 버스, 5538번. 만들어진 계기도 특별한 만큼, 지금도 특별한 만큼 앞으로도 버스의 삐걱거리는 소리 사이로 서로 담소를 나누며 타고 다닐 수 있는 아름다운 버스가 되었으면 한다.

#5538 #카운티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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