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8) 부정승차 부가금 왜 30배일까?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14.12.23. 17:46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8) 부정승차를 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부정승차란?
부정승차(不正乘車)란 교통수단을 이용하면서 원래 내야할 운임을 내지 않거나 적게 내는 것을 말한다. 부정승차는 재화나 용역에 대해 그 대가로 지불을 한다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든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하지만 문제는 부정승차를 범죄로 보는 시민의식이 약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식을 먹고 돈을 내지 않는 무전취식은 누구나 범죄로 인식하고 있으며, 경찰서로 가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부정승차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대표적인 지하철 부정승차 사례가 5개 있다.
한편, 부정승차인지 아닌지 혼동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65세 이상 노인 등의 무임대상자 승차권 없이 지하철을 이용한 경우다. 이런 경우 노인은 어차피 지하철 요금이 무료이니 굳이 승차권을 발급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여객운송약관에 따르면 무임대상자라고 할지라도 승차권 없이 열차를 이용했다면 부정승차다.
어떻게 부정승차를 단속하나?
부정승차가 자주 일어나는 시간대에는 역무원 등이 지하철 개집표기에서 상주하고 있는 편이다. 특히 요즘은 개집표기 앞에 안내부스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 역무원이 개집표기를 늘 지켜보고 있다. 비록 역무원이 개집표기 앞에 없더라도 CCTV가 항상 개집표기를 촬영하고 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CCTV는 부정승차의 증거를 남기는 역할도 한다.
개집표기 월담이나 비상게이트 부정 이용같이 명백히 보이는 부정승차와 달리, 신분과 맞지 않는 승차권 이용같이 겉보기에는 정상적으로 보이는 부정승차는 어떻게 단속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는 개집표기 통과시 켜지는 색등을 통해 알 수 있다. 통과하는 본인은 보기 어렵지만, 개집표기를 지켜보는 역무원은 승객이 개집표기 통과시 켜지는 색등의 색깔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색깔과 승객특성이 불일치할 경우 부정승차를 의심할 수 있다.
부정승차에 단속되면?
부정승차가 발각되면 역무원은 부가금을 징수한다. 못 받았던 승차구간 운임을 기본적으로 받고, 이에 추가하여 30배의 부가금을 받아낸다. 문제는 아예 승차권이 없는 경우, 처음 지하철을 탄 역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잘못된 승차권이라도 승차권이 있다면 개표태그 기록을 조회하여 탄 역을 알 수 있는데, 승차권 자체가 없다면 이것도 알 수 없다. 그런 경우에는 그 역에서 가장 먼 역에서 승차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 같은 방식은 고속도로 통행권 등에서도 사용되고 있다.
이렇게 발생한 미납운임과 부가금은 현금, 자기앞수표, 교통카드 등으로 지불할 수 있다. 아울러 투명한 처리를 위해서 영수증을 받아두어야 한다.
현재 부정승차 발생 상황에 비해서, 이런 절차에 대해서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따라 역무원의 재량으로 부가금을 깎아주었다든지 과다하게 부가금을 내어 억울하다든지 하는 논란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부정승차 처리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부정승차 방지 효과가 있다. 또한 아무리 부정승차를 해서 단속 당했다고 하더라도 그 절차가 투명해야 스스로 납득을 하고 반성을 하는 효과가 높아지는 것이므로, 관계기관에서는 부정승차 단속의 절차와 처리결과, 실적을 널리 알리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부정승차 부가금 30배의 의미
부정승차시 부가금은 30배로 정해져 있는데 이것의 의미를 한번 생각해볼만 하다.
우선 공급자인 지하철 운영회사 입장에서는 1명의 부정승차자를 잡았을 때 이 사람에게 30배의 부가금을 받아내면 평균적으로 다른 부정승차자 30명을 놓친 것에 대한 운임누수를 복원할 수 있는 셈이 된다. 현실적으로 모든 부정승차자를 잡아내기 어려운 현실에서, 부정승차자 단속율을 3.3%(1/30) 이상으로만 유지하면 부정승차로 인해 발생하는 운임누수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수요자인 부정승차 승객 입장에서는 한 번 부정승차를 했을 경우 30배의 부가금을 내야하므로, 왕복을 고려하여 평균적으로 15일(약 2주) 동안 부정승차를 했다고 간주당하고 그간 못 받은 운임을 한꺼번에 징수당하는 것이다.
부정승차가 가져오는 유무형의 손실들
부정승차는 일단 지하철 운영사로서는 운임누수, 부정승차자 개인으로서는 부가금이라는 유형적 손실을 발생시킨다. 상습적 부정승차자라면 경범죄 처벌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 전과(前科)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리고 지하철 부정승차가 가져오는 가장 심각한 무형적 손실은 우리 사회의 '사회적 자본'인 신뢰를 크게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지하철 운영사가 승객을 믿지 못하고 신뢰를 잃게 되면, 이를 단속하기 위해 인원을 배치해야 하고 각종 제도를 운영해야 하는 등 다양한 비용이 발생한다.
철저하고 투명한 단속과 준법의식 개선이 필요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는 게 있다. 1980년대 초 미국에서 나온 것인데 건물의 깨진 유리창을 방치하면 어느새 범죄자들이 몰려들고 나중에는 그 일대가 우범지대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이의 원인은 깨진 유리창 하나가 준법의식을 흐릿하게 만드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하철 부정승차도 마찬가지다. 범죄라는 의식을 갖지 않고 부정승차에 익숙해지다 보면, 결국 이러한 분위기가 점점 더 큰 범죄로 발전하고 작게는 지하철, 더 나아가 우리사회 전체의 준법의식을 흐트러뜨린다. 결국 이를 막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부정승차가 절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사전 예방과 사후 단속이 필요한 것이다.
부정승차 방지를 위한 제언
부정승차는 애초에 처음부터 발생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나치게 개방적으로 설계되어 있는 현재의 개집표기나 비상 게이트의 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한 예이다. 유리로 막혀 있다가 개집표를 할 때만 열리는 공항철도의 게이트는 기본적으로 월담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점에서 참고해볼만 하다.
제도개선도 중요하다. 현재 지하철 회사들은 고객만족도 조사를 통해 평가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너무 엄격한 부정승차 단속은 고객만족도 하락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 부정승차 단속에 적극적이기가 힘들다.
또한 지하철 회사에게 부정승차자를 단속할 수 있는 보다 강한 권한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은 지하철 회사의 권한이 너무 약하여 부정승차자가 거칠게 저항할 경우 대응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잘못을 했으면서도 오히려 목소리가 큰 사람이 이익을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하철을 정당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은 부정승차자를 볼 때 마음이 편치 않다. 더구나 저들의 부정승차 때문에 내가 지하철 요금을 더 내야 한다는 생각에까지 미치면 화가 나기까지 한다. 이러한 부정적 에너지가 사회적 손실을 일으키지 않도록 부정승차 없는 지하철 만들기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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