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6) 드디어 이전되는 창동 차량기지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14.11.28. 15:23
차량기지는 도시에게 애증의 대상이다. 도시의 필수품인 지하철 운영을 위해 차량기지가 꼭 필요하지만, 정작 도시 안의 차량기지는 기피된다. 이 때문에 그동안 서울지하철의 차량기지는 대부분 시 외곽에 설치되었고, 심지어 서울시 바깥에 설치된 경우도 많았다.
그중에서도 창동차량기지는 참으로 논란이 많았던 곳이다. 현재 서울지하철 9개 노선에는 총 12개의 차량기지가 있다. 창동차량기지는 서울메트로 4호선 차량을 경정비하는 곳으로서 노원구 상계동에 위치해 있다. 대지면적은 약 18만 제곱미터이고, 470량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창동차량기지 부근은 지하철 개통 초기에만 해도 허허벌판이었으나,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새로 지어진 7호선이 4호선과 환승되면서 단번에 노원구의 주요 상업지역으로 떠올랐다. 이곳에는 현재 백화점, 문화의 거리, 구청 등이 있으며 서울 동북권에서 매우 큰 성장 잠재력을 지닌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노원구 입장에서는 창동차량기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시키고 이곳의 땅을 좀 더 가치 있는 다른 용도로 활용하고 싶은 생각이 들게 되었다.
한편 현재 4호선 종점인 당고개역에서 산을 넘어가면 남양주시 진접읍이 나온다. 이곳은 인구가 단기간에 급증했지만 교통시설이 부족해서 교통정체가 심한 곳이다. 이 때문에 진접읍에서는 서울지하철 4호선의 연장을 원했다.
이렇듯 양쪽의 이해는 맞았지만 실현은 쉽지 않았다. 시장과 구청장이 계속 바뀌고 선거 때마다 단골공약이 반복되었다. 포천시가 차량기지를 받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이렇듯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논란은 작년 말 정부의 기본계획 발표와 함께 사그라지기 시작했으며, 드디어 다음달 10일 4호선 연장선인 진접선의 기공식이 열린다.
진접선은 현재 종점인 당고개역에서 14.8km를 연장하여 진접읍까지 4호선을 운행시키는 것이다. 중간에 역은 3개가 설치되며 모두 지하역이다. 아울러 긴 노선길이에 비해 역 수가 적어 속도가 매우 빠르다. 당국에 따르면 새 종점인 진접부터 당고개까지 14분이 걸린다고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점은 창동차량기지가 진접선 종점역 부근으로 이전된다는 것이다.이렇게 차량기지가 창동에서 진접으로 이전되면 저녁에 운행을 마친 열차는 진접선을 따라 새로 만든 진접차량기지로 들어가게 되며 밤새도록 정비를 받고, 아침에 진접차량기지에서 나온 열차들이 다시 4호선 구간에서 운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진접선은 단순히 차량기지 입출고선이 아니라 3개 역을 이용해 실제 영업선으로 활용된다. 현재 개략적인 운행계획에 따르면 진접선에서는 열차가 출퇴근시간대에 10분, 평시에 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고 한다. 현 4호선이 출퇴근시 2.5분, 평시에 5분 간격으로 운행중이니 4대중 3대는 현재처럼 당고개역까지만 운행하고, 1대가 진접까지 운행하는 셈이다. 이렇게 시계(市界)를 넘어가면서 열차수가 줄어드는 것은 낮아지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며, 사당행과 오이도행으로 나누어진 4호선 남쪽 구간에서도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진접선은 요즘 인구가 급증한 진접지구, 오남지구, 별내신도시 북쪽 등을 지날 예정이라, 경기도와 서울을 잇는 광역철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진접선은 2019년 경 개통 예정으로 사업 추진 중이다. 그때가 되면 현재의 창동차량기지 부지가 비워지므로, 노원구에 새로운 개발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
창동차량기지처럼 차량기지 부지를 좀 더 가치 있게 쓰고자 하는 노력은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신설동역과 우이동을 잇는 우이신설 경전철은 차량기지를 지하화하여 상부 공간을 활용할 예정이며, 서울메트로에서는 경전철의 차량기지를 도심에 빌딩형으로 건설하는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자동차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주차 빌딩과 유사한 개념인데, 이는 경전철 차량의 길이가 짧고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차량기지 위에 인공대지를 설치하여 아파트 등을 건설하는 방법도 있다.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사업의 모델로 지목되어 전국적인 유명세를 탄 2호선 신정차량기지가 그러한 사례다.
아울러 1호선 구로역 남서부에 위치한 구로차량기지의 이전도 정부에 의해 구상중이다. 구로1동과 맞붙어 있어 지역단절을 불러왔던 차량기지를 광명시로 이전시키고, 구로역과 새 차량기지를 전철로 연결하여 연결선 구간에서 영업을 하는 방안으로서, 진접선과 유사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단순한 기피시설로 여겨졌던 지하철의 차량기지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도시를 고도화하기 위하여 스스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성과를 거두어, 차량기지가 지하철의 안정된 운행 지원과 도시발전의 활력소 제공이라는 일거양득을 거두기를 기대한다.
■ 서울지하철 4호선 연장선(진접선) 기공식 ○ 일시: 12/10(수) 14시 |
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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