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5) 위례에서 부활하는 트램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14.11.24. 10:39
트램(Tram)은 노면전차를 말한다. 서울에서는 구한말인 1898년부터 운행을 시작했으며, 1968년에 사라졌다. 산업화와 함께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트램이 자동차 교통을 방해하는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21세기 들어 서울에서는 트램이 다시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위례신도시 한복판을 관통하는 위례선 노면전차가 그것이다.
이렇게 사라졌던 트램이 다시 돌아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는 보행자중심 교통체계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자동차가 급격하게 늘어났지만, 자동차가 늘어난다고 꼭 도시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시는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 사는 곳이다. 자동차 때문에 사람이 다니기 힘들다면 결코 살기 좋은 도시라고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서울시에서는 보행자 공간을 확대 정비하고, 자전거 통행을 활성화시키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이와 함께 패키지로 도입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이 트램이다. 현대식 트램은 바닥이 낮은 저상형으로서 타고 내리는데 계단이 불필요하다. 버스는 차내 공간이 좁고 정차위치가 명확하지 않아 유모차나 휠체어가 타기 힘들지만, 트램은 차내가 넓으며 정위치 정차가 가능하다. 거기다 버스에 비해 높은 수송력까지 갖추고 있어, 보행공간 활성화에 안성맞춤이다.
트램이 다시 돌아오는 두 번째 이유는 친환경 교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오랫동안 공기가 나쁜 도시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다. 지금은 압축천연가스(CNG)버스가 늘어나면서 많이 좋아졌지만, 압축천연가스도 화석연료라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그래서 서울시에서는 현재 전기승용차 민간보급, 전기차 셰어링, 전기 시내버스, 택배 전기트럭, 배달용 전기이륜차 등 다양한 전기 차량 보급에 힘쓰고 있다. 아울러 트램은 근본적으로 전기철도차량인 만큼 친환경 교통수단이다. 서울시의 다양한 전기차 활성화 사업에 트램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 이유는 트램이 근린상업 발전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근린상업은 유동인구와 편리한 대중교통이 중요하다. 많은 자동차는 교통혼잡을 불러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명동과 인사동의 사례에서 보듯 우선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상업이 발전할 수 있다. 보행자 중심 상업공간을 관통하는 대중교통의 사례라면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바뀐 신촌오거리~연세대앞의 연세로 구간을 들 수 있다. 자동차를 차단하는 대신 접근성이 높고 편리한 지상 대중교통수단을 제공하여 유동인구를 늘림으로서 상업공간을 발전시킬 수 있는데, 이 역할을 트램이 할 수 있다. 특히 이러한 공간을 트랜짓몰(Transit Mall)이라고 부른다. 대중교통이라는 '트랜짓'과 상업공간이라는 '몰'의 합성어이다. 아울러 트램은 버스에 비해 보다 참신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으므로 상업지역의 품격과 가치를 높이는데도 도움이 된다.
한편 서울에서 오래전에 노면전차가 사라지다보니 신형 노면전차의 모습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0세기 중반 서울의 구형 노면전차에 비해 현재 세계 각국에 새로 도입중인 신형 노면전차는 기존의 문제들을 많이 극복하였다. 이를 표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구면 노면전차(1960년대 서울) | 신형 노면전차(현재 세계 각국) |
1량 운행 | 다량 편성을 통한 수송력 증대 |
계단을 이용한 탑승 | 계단이 불필요한 초저상 구조 |
진부한 디자인 | 대형 전망창과 미려한 디자인 |
지붕 위의 전차선(전력 공급선)설치 | 미관이 중시되는 곳에서 전력공급선을 생략할 수 있는 배터리 주행 |
낮은 차량 성능으로 속도, 가속도 낮고, 승차감 안 좋음 |
높은 차량 성능으로 빠른 속도와 가속도, 쾌적한 승차감 |
위례신도시는 강남권의 기능분산을 위해 개발되는 신도시로서, 특히 군 시설 이전, 가든파이브 등의 유통시설, KTX수서역 신설 등에 맞추어 서울시 남동권의 새로운 중심지역을 추구하고 있다. 위례신도시는 강남권 기능분산이 목적인만큼 강남과의 빠른 교통연결이 중요한데, 북쪽의 서울지하철 5호선 마천역, 남쪽의 8호선 복정역, 그리고 위례신도시 중심부에 신설예정인 위례신사선을 놓고, 이를 세로로 연결하는 것이 위례선의 핵심기능이다. 여기서 차종은 노면전차를 선택함으로서 보행자 중심 교통체계, 친환경교통, 상업발전을 동시에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노면전차를 추진하고 있는 도시는 총 3군데이다. 특히 각각 개성을 갖춘 것이 흥미롭다. 수원시는 기존 구도심 도로에 설치, 판교신도시(성남)는 노면전차를 고려하지 않았던 보행자공간에 설치, 그리고 위례신도시는 처음부터 노면전차를 고려한 보행자공간에 설치한다. 결국 위례신도시의 노면전차는 가장 유리한 조건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내어야 할 것이다.
위례신도시의 트램은 국토교통부의 광역교통개선대책에는 포함되어 있으나, 이미 일부 단지의 입주가 시작된 지금도 아직 가시적인 추진상황이 보이지 않아 많은 사람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21세기형 교통정책과 도시발전철학을 담은 위례선 노면전차가 잘 추진되어 위례신도시 및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었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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