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 고가도로, '안녕~' 공중공원
발행일 2014.11.21. 14:21
뉴욕 '하인라인파크'를 아세요? 원래는 지상 9m, 길이 2.5km의 구조물이자 공중철로였는데요. 도로 발달로 물량이 줄자 지난 1980년 폐쇄된 뒤 20년간 방치됐다가 지난 1999년 공사를 거쳐, 2009년에 공원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제 이곳은 연간 400여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뉴욕의 명소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서울에도 이런 '하인라인 파크'가 생길 예정입니다. 바로 서울역 고가도로가 그 주인공입니다. |
서울역 고가도로, 변화의 시작
서울역 고가도로는 만리동, 서계동, 서소문 방향에서 출발해 청파로, 서울역, 남대문시장까지 이어지는 도로이자 1970년 준공 이후 서울역과 함께 역사의 중심에 있었던 상징적인 구조물입니다.
당초 올해 말 철거 예정이었으나, 역사적 가치와 가능성을 재조명하며 재생하기로 했습니다. 일부 취약한 시설물만 최소비용으로 보수보강하고, 원형 구조물은 최대한 보존한다는 계획인데요. 이와 관련해 시는 지난 7월 한 달 동안 서울역 고가 재생을 전제로 고가의 안전에 대한 검토와 상하부 활용방안에 대해 디자인・구조분야 전문가와 논의과정을 거쳐 사업계획안을 마련했습니다.
계획에 따라 서울역 고가도로는 '사람' 중심의 녹색 시민 보행공간으로 조성됩니다. 하이라인처럼 보행로와 그 주변에 초화류 또는 소관목을 식재하고, 소규모광장, 테라스 가든 및 커뮤니티 공간 등 소통광장과 엘리베이터와 연결로를 통해 지상과 지하 어디서나 연결이 가능한 공간으로 연출합니다. 또 고가인 점을 감안 한 눈에 서울 도심 조망이 가능한 관광명소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입니다.
시는 국제현상 공모를 통해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설계안이 나오면 2015년 구체적인 설계과정을 거쳐 공사에 착수, 2016년 말 완공할 예정입니다.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서울역고가 활용방안 아이디어 공모전'도 시행됐습니다. 10월 1일~23일까지 공모전을 통해 접수된 아이디어는 총 161건. 1‧2차 심사를 거쳐 총 10개의 아이디어를 선정, 최종발표회 형식으로 우수작을 심사했습니다.
그 결과, 서울역 고가도로를 '도보환승센터'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낸 원광연 씨(35)가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습니다. 그 외에도 맨발로 걷는 서울역고가, 농사를 짓는 서울역고가를 세련되게 풀어낸 <서울 착한 길 모두가 맨발, 모두가 흙손(최윤석 등)>, 좁은 공간의 제약을 뛰어넘고 순환동선을 가지는 아이디어인 <높은 풀길, 낮은 마루길(조용준 등)> 등이 우수상으로 선정됐습니다.
회색빛 고가, 꽃으로 활짝~
한편 지난 달 12일에는 '서울역 고가 시민개방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날 행사는 '서울역 고가, 첫 만남: 꽃길 거닐다'라는 주제로 진행됐습니다. 고가도로 한쪽에는 꽃밭정원과 카페가 들어섰고, 플로리스트들이 곳곳에서 시민들과 함께 꽃장식을 만들었습니다. 고가도로 아스팔트 바닥에 분필로 꽃을 그리는 '분필꽃밭'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서울역 고가도로는 1970년 준공행사 당시 박정희대통령 내외가 테이프 컷팅식을 위해 걸어 올라간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행공간으로 개방된 사례가 없는 곳으로, 44년만의 첫 개방이었습니다.
특히 서울역 광장과 고층 빌딩이 한눈에 들어오는 서울스퀘어빌딩~서부역 구간은 사진 찍는 시민들로 붐볐는데요. 친구와 같이 왔다는 윤성옥(가명.60)씨는 "도심이 훤히 잘 보여서 집에 가기 싫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인으로 뉴욕 하이라인 설계의 실무총책임자로 7년간 일했던 황나현(코넬대 교수)씨는 "미국서 듣기론 서울역고가가 뉴욕하이라인과 유사할 것이라는 말들이 있었는데, 현장은 전혀 다른 경관과 구조"라며, "뉴욕 하이라인은 넓고, 낮고, 긴 형태인데 반해 서울역고가는 높고, 좁고, 짧은 형태로 시원한 경관이 인상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하루만 1만 3,000여 명이 서울역 고가를 걸었습니다. 가족, 연인, 친구와 손잡고 환한 얼굴로 고가를 거니는 모습에서 많은 이들이 서울역 고가의 변화를 기대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라진 서울의 고가도로
서울역 고가도로처럼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고가가 있는가 하면 서울에서 사라진 고가도로도 있습니다. 서울에 있는 고가도로는 총 101개로, 그중 청계고가도로, 노량진고가도로, 홍제고가도로 등 17개의 고가도로가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최초의 고가도로인 아현고가도로는 올해 6월 철거됐으며, 가장 최근에 철거가 완료된 고가도로는 약수고가도로로 지난 9월, 서울의 고가도로 중 17번째로 철거 완료되었습니다.
고가도로는 조금이라도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지어진 구조물입니다. 조금 더 빨리 움직이고, 조금 더 많은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서울에도 이렇게 많은 고가도로가 생겼나 봅니다. 이젠 좀 더 여유있게 주위를 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서울역 고가도로의 변화가 기대되는 건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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