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에서 찾은 알짜정보 (18) 주민들 뜻모아 만든 ‘북촌 숲속도서관’

시민기자 이현정

발행일 2014.11.18. 13:12

수정일 2015.11.16. 06:32

조회 2,937

깊어가는 가을, 숲이 주는 맑은 향기와 더불어 책도 읽고 차 한 잔 음미해 보는 건 어떨까? 제법 멋진 가을나기가 될 것이다. 서울 도심에 이러한 힐링이 가능한 공간이 있다. 경복궁 인근에 위치한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이 바로 그 곳. 여느 유명 단풍 여행지에서 만나는 북카페가 부럽지 않은 곳이었다. 특히 마을 주민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협동조합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하니 마음까지 편안해진다.

삼청공원에 숨겨져 있는 숲속도서관

삼청공원에 숨겨져 있는 숲속도서관

분위기 좋고 편리한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삼청공원엔 가을이 무르익었다. 단풍 옷 곱게 차려입은 공원 안을 걷노라니, 도시 생활에 찌든 심신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어느덧 노랗고 붉은 잎을 드리운 나무 사이로 그림처럼 숨어있는 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이라 한다. 늦가을이라 더욱 멋스런 도서관이다.

안으로 들어서니, 역시나 넓은 창 너머로 한 폭의 산수화 같은 풍경에 먼저 눈길이 간다. 창밖 풍경에 취해 있자니, 흰 눈 쌓인 겨울의 정취도 상상을 하게 된다. ​사이사이 벽면의 나무 책장엔 책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생각보다 다양한 책들이 갖춰져 있었는데,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 많았다. 어린이 책이 있는 1층 안쪽과 지하 공간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게 되어 있어, 아이들에게 더없이 좋은 공간이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책장에서 직접 책을 꺼내 읽는 아이들을 보자니,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숲속도서관은 규모가 크진 않지만, 분위기도 좋고 무엇보다 이용하기 편리했다. 동네 작은 도서관을 이용하다 보면 도서 분류가 제각각이라 무척 불편했었는데, 이곳은 십진분류법에 따라 도서가 분류되어 있어 편리하다. 한쪽에는 도서검색대도 마련되어 있어 원하는 책을 찾기도 한결 수월하다.

북촌 인심을 맛보다

도서관 안쪽에선 커피를 비롯한 차 종류나 파니니 · 머핀 같은 간단한 간식거리도 판매하고 있었다. 인근 유명 로스터리 카페 부럽지 않은 맛이었는데, 가격은 절반 수준. 책을 골라 읽다 차 한 잔 생각날 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 더욱 만족스러웠다. 친절한 서비스 또한 인상적이었는데, 이 모두가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기에 가능한 일인 듯싶다.

여기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은 본래 허름한 매점이 있던 자리다. 종로구의 제안으로 서울시가 리모델링해 작은 도서관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관리 · 운영업체는 공개 입찰과정을 통해 선정했는데, 지역 주민들이 설립한 북촌인심협동조합이 최종 선정되어 지난해부터 운영해왔다.

"협동조합 설립 과정도 어려웠지만, 입찰 준비과정도 쉽진 않았습니다. 거의 매일 밤마다 모여 자정이 다 되도록 운영 계획이나 프로그램들을 준비했죠"

당시 대동초등학교에 다니던 아이 친구 엄마의 권유로 협동조합에 참여하게 되었다는 정정아 씨는 현재 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입찰 당시 서류 두께만 해도 두툼한 전문서적 이상이었다 하니, 그 고민의 깊이와 치열함 또한 예사롭진 않았을 듯싶다. 게다가 지역주민, 그것도 지역 내 초중고 자녀를 둔 엄마들이 함께 이루어낸 결과라니 더욱 놀랍다. 입찰 서류는 물론, 발표 준비 또한 쉽지 않았을 텐데 각기 다른 재능의 엄마들이 모여 함께 해서 그런지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난다고 한다. 실제 조합원 중에는 교사, 도서관 사서, 회계, 바리스타, 디자이너 등 자격증을 갖춘 전문인력도 있어 조합원 모두가 각자의 재능을 살려 함께 하고 있다.

연극에서 독서, 각종 공예, 숲 체험까지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 숲속도서관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에서는 다양한 도서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프로그램이 무료이거나 5천 원 정도의 재료비만 받는데, 모두 자격증을 소지한 전문강사들이 재능기부 차원으로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신나는 연극 수업

신나는 연극 수업

주로 초등학생 대상 프로그램이 많지만, 퀼트나 발도르프 인형 과정 등 성인 대상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또한 매달 한 번씩 진행해오던 온 가족이 함께하는 책 낭독 프로그램도 인기가 있다고 한다. 이곳 숲속도서관 인기 강좌는 아무래도 환경을 십분 활용한 프로그램들인데, 버섯이네 대표 최재린 씨가 진행하는 '새싹 키우기', 면일초 신현주 교사가 진행하는 '숲 속 독서 프로그램', 미술지도 강사 조영희 씨가 진행하는 '자연관찰 그림 그리기' 나, 초등학생 대상 숲속 생태 프로그램인 '숲에서 놀자' 등이 있다. 또한, 손쉬운 가죽공예 '나만의 카드 지갑 만들기', '닥종이로 전통 탈 만들기' 등 전문 강사에게 배우는 공예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고려사이버대학 전문 강사와 함께하는 '숲속 영어 동화 읽기'도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대기자만 십여 명이 넘는다.

"연극 같이 평소 저희가 접하기 힘든 프로그램도 많고, 도서관 선생님들이 신경 써서 프로그램 개발도 해주셔서, 저희는 만족해요. 애들도 주말에 다른 데 가서도, 여기 프로그램 들으러 오자고 할 정도니… 아무래도 친구들과 산에서 놀 수도 있고 하니 애들도 무척 좋아하죠"

근처 팔판동에 거주하는 박연주(41세) 씨는 이곳 프로그램이 좋아, 거의 매주 참가하게 된다고 한다. 주변 이웃들도 매점이 있을 때보다 자주 찾게 되고 여러모로 만족스럽다는 얘기들이다. 가을 숲 여기저기서 연극, 뮤지컬, 무용 등 전문 배우들에게 연극 수업을 받고 있는 아이들을 보자니, 부럽기까지 하다. 학원만 전전하는 우리네 아이들이,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자연 속에서 이처럼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면 행복지수가 조금은 올라가지 않을까? 사색의 공간이자, 배움의 장이 되고, 놀이터가 되는 삼청공원 숲속도서관, 나들이 삼아 한 번쯤 다녀와도 좋을 것이다.

숲속도서관의 모든 프로그램은 개설 즉시 마감이 된다고 한다. 연락처를 남겨놓으면 문자 안내를 받을 수 있으니 미리 신청해두는 것이 좋다. 도서관 이용에 대한 보다 자세한 안내는 숲속도서관 홈페이지(http://lib.jongno.go.kr/local/html/libGuide13)를 참고하자.

■ 숲속도서관
 ○ 위치 : 종로구 북촌로 134-3 (삼청공원 내)
 ○ 이용시간 : 월~일요일 10시~18시
 ○ 휴관일 : 2 · 4주 화요일 및 법정공휴일
 ○ 전화번호 : 02-734-3900
이현정 시민기자이현정 시민기자는 지난해 '협동조합에서 협동조합을 배우다'라는 기사를 묶어 <지금 여기 협동조합>이라는 책을 출판했다. 협동조합이 서민들의 작은 경제를 지속가능하게 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녀는 여전히 협동조합을 찾아다니며 기사를 쓰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협동조합에서 '생활'을 배워봤다.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자리 잡은 협동조합을 소개하고 이들에서 배운 유용한 생활정보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그녀가 정리한 알짜 생활정보를 통해 일상을 조금 더 풍요롭게 바꿔보자.

#북촌숲속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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